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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행궁동 차 없는 거리에 차량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위). 시민들이 주차돼 있는 차량들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아래). ©로컬세계 |
[로컬세계 최원만 기자] 수원시가 주민의 보행권을 보장하고 생태도시 조성을 위해 추진한 차 없는 거리와 마을이 2년 사이에 완벽한 주차장으로 변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5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염태영 시장의 대표적 전시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 2013년 9월 CLEI(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와 UN-HABITAT(유엔 인간주거계획)등 국제기구와 손잡고 한 달 동안 행궁동 일원에서 생태교통시범사업(EcoMobility Festival 2013 Suwon)을 추진했다.
당시 시는 행궁동 일원 주민들을 설득해 차 없는 거리와 마을을 조성했다. 전격적인 예산 투입으로 행궁동 일원의 모든 상업시설 간판은 새것으로 무료 교체했으며 도로는 인도와 차도의 경계를 없앤 가운데 대리석을 깔았다. 대리석으로 만든 차도는 일반 아스팔트도로에 비해 20배 가량 예산이 더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발표된 예산 투입계획을 보면 시가 직접 투자한 금액은 260억원에 달하며 기타 구청과 문화관광과, 수원문화재단, 화성사업소의 행사예산까지 합산하면 전체 예산은 500억원을 훌쩍 넘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5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행궁동 차 없는 거리는 현재 양성화 되지 못하고 차량 통행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인도와 차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차량이 인도를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행궁동 일대를 찾아간 날에도 차량들이 인도에 줄지어 세워진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인도에 세워진 차량으로 인해 시민의 보행권이 침해되고 있었다. 보행권 보장을 위해 추진된 차 없는 거리가 오히려 보행권을 침해하는 모순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이곳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위험한 거리가 됐다. 차 없는 거리 조성을 위해 인도와 차도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턱을 허문 결과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점자블록조차 없어 시각장애인들이 이곳을 오가면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특히 2013년 차 없는 거리 행사기간 중에 점자블록 하나도 없는 도로위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행사를 한 달 동안 펼쳐 지적을 받은 시가 이를 개선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대리석 도로가 생태도시 조성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가 이 도로를 조성할 당시 전체 도로위에 약 20cm가 넘는 두께의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 지면의 모든 흙을 덮어버려 지렁이 한 마리조차 기어 올라오지 못하도록 했다. 그 이후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행궁동 대리석 도로 위에서는 풀벌레 한 마리를 볼 수가 없는 죽음의 도로가 됐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한편 당시 집행부의 예산낭비에 대해 수원시의회는 당시 일부 의원만 반발을 보였을 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결과 행궁동 차 없는 거리는 양성화 되지 못하고 혈세 500억원이 투입된 거대 주차장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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