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간부 “전임 집행부 것 수습하는 단계, 곧 공개한다고 들어” 조합 두둔
비대위 “현 조합장은 상장폐지된 두산건설과 계약이행보증금도 없는 55%, 반쪽짜리 공사도급계약서 체결한 뒤 곧 착공한다며 거짓말로 조합원 현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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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하지주택 비대위와 조합원 40여 명이 27일 오후 경남 김해 장유신도시에 있는 조합 사무실을 방문해 “월별자금입출금명세서 등 핵심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과 조합 집행부 간부들이 막말과 고성을 지르며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
율하이엘지역주택조합 새 집행부가 월별자금입출금명세서 등 핵심정보를 조합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는 등 위법 운영을 하는데도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경남 김해시가 2년 동안이나 사실상 방조하는 바람에 3300여 조합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또 조합 집행부에 대한 율하이엘지역주택조합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 조합원들의 불신과 항의가 증폭하면서 정상적인 조합 업무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해시의 한 중간간부는 “현 조합 집행부가 전임 집행부가 어질러 놓은 것을 수습하는 단계이고 어느 정도 시점이 지나면 다 공개를 할 것으로 듣고 있다”며 “조합장이 하는 일에 대한 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일일이 간섭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하는 등 율하지주택 집행부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율하지주택 A조합장은 2018년 5월 26일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2년여 동안 필수공개 항목인 연간자금운용계획서, 월별자금입출금명세서, 회계감사보고서 등을 ‘컴퓨터 용량 부족’을 이유로 조합 홈피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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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하지주택 조합원 40여 명이 27일 오후 김해 장유신도시 내 조합 사무실 앞 광장에서‘증거인멸 증거조작 OOO조합장 구속수사 촉구한다’라는 등의 플래카드를 펼친 채 조합 집행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김해시는 조합장의 미심쩍은 업무처리에 불안을 느낀 조합원 700여명이 2019년 6월 6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여러 차례에 걸쳐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민원을 제기하는가 하면 지난 5월 7일엔 조합원 100여명이 경남경찰청 정문 앞에서 “A조합장 등 집행부의 업무상배임‧횡령 혐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라는 요지의 집단시위를 벌이며, 문제점을 지적하는데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비대위는 당시 성명을 통해 “현 조합장과 집행부는 수십억원대의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으며, 조합 사업을 의도적으로 지연함으로 인해 조합원 가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3300여 조합원과 1만여 조합원 가족은 파렴치한 범죄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구속으로 이어질 때까지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해시는 지난 2년 동안 단 두 차례만 형식적인 행정지도 공문을 보내는 데 그쳤다.
김해시는 지난해 12월, 비대위의 집단시위가 벌어진 지난 7일 직후 율하지주택에 ‘정보공개를 정확하게 해서 조합원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라’는 요지의 공문을 보내 나름의 행정지도를 했다고 27일 밝혔다.
그러나 이들 공문에는 월별자금입출금명세서 등 ‘공개대상인 정보를 언제까지 공개하라’고 하는 등 구체성이 없어 ‘면피성 형식적인 공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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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하지주택 조합원 40여 명이 27일 오전 경남 창원시 내서읍 내서농협을 방문, “농협이 담보로 잡고 있는 84억원을 대출금을 상환받는 데 활용하라”며 항의하고 있다. |
김해시의 태도가 이렇다보니 율하지주택 집행부는 지난해 12월 1차 행정지도 공문을 받은 이후 이를 무시한 채 지금까지 버티고 있으며, 정보공개를 놓고 조합원들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해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들은 “그동안 지역주택조합의 특성상 조합원끼리 잘 하라는 의미에서 자율성을 준 것이었다”라며 “조합 집행부가 규정대로 정보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이제는 시가 직접 관련 법에 따라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율하지주택 비대위와 조합원 40여명은 27일 김해 장유신도시 소재 조합 사무실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증거인멸 증거조작 A조합장 구속수사 촉구한다’라는 등의 플래카드를 펼친 채 조합 집행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이어 주택조합 사무실로 몰려가 “월별자금입출금명세서 등 핵심정보를 즉각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조합원과 조합 집행부 간부들은 이 과정에서 1시간여 동안 거친 막말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여 조합 사무실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이어 ‘정보공개 고소사건’을 수사 중인 인근 김해서부경찰서로 이동, 2년 동안 정보공개 관련, 주택법을 어긴 A조합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비대위와 조합원들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엔 율하이엘지주택 조합원들에게 7%대의 고율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수백억원대의 신용 대출을 한 경남 창원시 내서읍 내서농협을 찾아가 임원에게 “농협이 담보로 잡고 있는 84억원을 대출금을 상환받는 데 활용하라”며 격렬히 항의했다.
김동진 비대위원장은 “현 조합장은 상장폐지된 두산건설과 계약이행보증금도 없는 55%, 반쪽짜리 공사도급계약서를 체결한 뒤 세부 계약내용 조차 공개하지 않으며 곧 착공할 예정이라고 홍보하고 있다”라며 “택도 아닌 거짓말로 순진한 조합원을 현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해‧창원 =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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