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그립지만 일본 부인과 터전 일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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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주 씨 집 거실에서 꽃게와 다과상을 앞에 놓고 권상창 씨, 부인 아베치하루 씨,이승민 특파원, 전병주 씨, 부인 와다유키코 씨(왼쪽부터)가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로컬세계 이승민 특파원] 일본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북서쪽으로 2시간쯤 달리면 니카다현이 나온다. 항구도시이자 곡창지대로 알려진 이곳은 국제공항과 항만, 신칸센, 고속도로 등 교통의 요지로 상공업이 발달했다. 서해에는 사도섬과 아와섬이 있고 중앙으로 펼쳐진 평야를 따라 시나노강과 아라강이 흐르고 있어 어업과 농업이 발달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330km에 달하는 긴 해안선을 따라 싱싱한 해산물이 풍부하고 맛있는 명품쌀 ‘고시히카리’ 산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곳 니카다현 니카다시 주변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한국인이 있어 찾아갔다. 이곳이 고향인 부인 아베 치하루(53)씨 와 충청도 제천 출신 권상창(56) 씨가 니카다역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인은 타향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먼저 고향부터 물어본다. 하지만 타국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거침없이 한국말이 나오고 고향사람이 된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자 권상창 씨는 멀지 않은 곳에 한국인 친구가 살고 있다면서 재촉했다.
권 씨 자동차를 타고 니카다 해안선을 따라 1시간쯤 달려 도착한 곳은 해안마을 테라도마리에 위치한 일본식 집. 이곳 마당에 차를 세우고 차문을 열자 낮선 한국인이 반갑게 맞아줬다. 경상도 상주 출신 전병주 씨(61)와 그의 부인 와다 유키코 (58) 씨다. 이 지방의 명물 꽃게로 대접을 받고 여자들끼리 이야기하면서 놀겠다고 해 우리는 가까운 온천으로 가서 온천물에 몸을 담구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선 권상창 씨와 먼저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일본에 오게 됐는지
종교단체 소개로 일본인과 결혼해 제천 고향집에서 살았다. 목수일을 하면서 8년 정도 살다가 농사 짓는 장인·장모 권유로 일본에 왔다. 이곳에 와서 농사를 일을 한지도 벌써 9년째이다. 농사는 기계화가 돼서 그리 힘들지는 않지만 일본도 농사를 지어 큰 소득을 올리기는 어렵다. 주농사가 논농사이지만 밭농사로 오이 피망 가지 등 채소를 심어 동네 수퍼마켓에 납품을 하고 있다.
가장 큰 소득은 무엇인지
논농사이다. 이곳의 명품 쌀브랜드인 ‘고시히카리’를 심어 1포 30kg를 한화로 10만원에 납품한다. 연간 약 700포를 생산해 7000만원 가량 소득을 올리지만 농기계를 사는 등 농비 지출도 만만치가 않다. 가족이 오순도순 소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한국에 가서 살고 싶은 생각도 날 것 같은데
10여년 동안 이곳에서 살다 보니 동네사람들과 친숙해졌다. 마을 풍습이나 일본에 대해 익숙해져 이제는 이곳이 제 2의 고향이다. 아이들도 일본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아직은 한국에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앞으로 열심히 농사 지어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사랑하는 아내와 성실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해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어주고 싶다. 특히 장인 장모님께 한국인 사위를 얻은 보람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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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카다 시내 중심을 흐르는 시나노강 변에 벚꽃이 피어있다. |
전병주씨는 어떻게 일본에 오게 됐는지
18년 전 종교단체의 소개로 결혼해 고향 상주에서 녹즙사업을 하면서 1년 정도 살았다. 녹즙을 만들어 배달을 하면서 회원모집을 했다. 회원이 1700명까지 늘어나면서 한동안 사업이 번창했지만 국가적인 불경기를 맞아 사업이 어렵게 돼 일본으로 오게 됐다.
일본 처갓집에 보금자리를 정하고 한국에서 배웠던 한국식 안마를 시작했다. 가까운 온천이나 호텔 등에 연락처를 두고 출장 안마를 했다. 그때 마침 한류바람으로 한국인에 대한 인기가 좋았던 시기라서 안마 요청 연락이 많이 왔다.
안마 수입은 얼마나 됐나
40분 안마를 해주고 6000엔을 받았다. 월 수입이 70만엔까지 오른 적도 있었지만 그렇게 까지 하려면 체력이 따라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한일관계가 냉랭한 탓인지 손님이 적다. 어서 속히 한일관계가 좋아졌으면 좋겠다.
한국인 교포들은 자주 만나는지
이곳에서는 한국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일본사람들 속에서 살다보니 한국인이 그리울 때도 있다. 권상창 씨가 가까이에 살지만 서로 간에 바빠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오늘은 한국인 3명이 모여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어 즐겁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만나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부인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상냥하고 순진하며 성실하다. 점수를 준다면 100점 이상이다. 지금까지 내 스스로 해왔던 일을 돌아보면 그다지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좋은 부인을 만난 것은 내 인생 최대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부인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남은 여생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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