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노인회장, 두 달 동안 집요하게 강요·협박 “노인회장 땅부터 해결해야 주민설명회 가능하다”
태양광업체 “이장 중심한 마을주민 횡포 해도 해도 너무해” 울먹
“태양광업자 못 믿어” 계약금 40%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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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 이원면 원동리에 위치한 G리 노인회장 곽모 씨의 논 남쪽 진입로에 걸려 있는 ‘태양광 사업 결사반대’가 적시된 초록색 바탕의 플래카드. 지난달 중순 G리 주민들이 내걸었다. |
태양광발전 업체 대표에게 마을발전기금 등 8500만원을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는 충북 옥천군 이원면의 이장이 이번엔 태양광 발전사업을 할 수도 없는 마을 노인회장의 절대농지(논)를 “반드시 사라”고 공동으로 협박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두 달에 걸친 집요한 ‘강요’와 ‘공동협박’으로 940여평 규모인 노인회장의 논은 결국 매도에 성공했다.
26일 옥천군 이원면 G리(행정명 Y리)와 대전 태양광업체 E사에 따르면 G리 이장 김모 씨와 노인회장 곽모 씨는 지난 3~4월 두 달 동안 10여차례에 걸쳐 E사 실질대표 김모 씨를 협박해 지난달 29일 이장의 포도밭 비닐하우스 내 사무공간에서 곽씨 논 949평을 평당 8만원, 총액 7584만원에 매도하는 매매계약서를 체결했다.
계약금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10%가 아닌 40% 수준인 3000만원으로 결정됐다.
이날 매매계약서가 체결되기 전까지 두 달여 동안 김 이장과 곽 노인회장, 마을주민, 군의원 등이 태양광 발전사업을 할 수도 없는 노인회장의 절대농지를 파는 데 총동원되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기막힌 일이 연속으로 벌어졌다.
E사 실질대표 김씨는 “김 이장은 지난 3~4월 두 달 동안 10여 차례에 걸쳐 만날 때마다 ‘곽 노인회장의 땅을 사라. 노인회장 땅 안 사면 주민설명회도 못 열어준다. 이제 곽 노인회장 땅만 남았다. 태양광 발전사업 공사를 하려면 (태양광사업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땅이어서)사기 싫어도 사라’며 노골적으로 강요하고 협박했다”라고 분개했다.
김씨는 “지난 3월 곽 노인회장 땅만 안 사고 있는 상황에서 ‘마을에서 자꾸 반대하면 이미 허가를 득한 1·2차 태양광 발전시설부터 공사를 시작하겠다’라고 하자, 김 이장이 ‘공사차량이 드나들면 공사장 진입 도로(농로)를 막겠다. 어디 공사를 마음대로 하나 봐라’라며 협박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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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 이원면 원동리에 위치한 G리 노인회장 곽모 씨의 논 전경. 양편 양편 언덕배기 위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
김 이장도 이 같은 사실을 본지와의 대면인터뷰 및 전화통화에서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김 사장이 3월부터 공사를 하겠다고 하기에 둘이 있는 자리에서 ‘당신들이 여기 지역주민과 합의하기 전에는 공사 못 한다. 당신들 공사 무조건 하나 보자. 공사차량이 드나든다면 나는 길을 막겠다. 주변 사람과 합의 없이 공사를 하나 보자’ 그렇게 얘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장 김씨는 이어 “지난달 초순에는 곽 노인회장의 반대가 심하니 그것(논 949평 사는 문제)부터 해결해라. 개인적으로 합의하라. 그래야 주민설명회가 가능하다”라는 말도 했으며, “이웃 동네인 원동1리, 원동2리 이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주민동의서를 해주면 우리가 피해 본다. 원동리에서는 관여하지 말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E사 실질대표 김씨는 노인회장의 위력을 이용한 노골적인 강요·협박, 업무방해에 대해서도 분개했다.
그는 “노인회장 곽씨는 ‘내 땅이 당신 태양광사업에 필요 없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필요 없어도 사라. 나도 이제는 나이 들어 농사 하기 싫다. 내가 군수와 친하고, 군의원하고도 친하다. 내 땅 안 사고는 공사를 못할 줄 알아아’라고 지난달 초순경 대놓고 공갈·협박한 뒤 5~6명이 옥천군청으로 몰려가 군수를 만나 민원을 제기한 뒤 자신감을 얻었는지 같은 달 15일쯤 ‘태양광 발전사업 결사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몇 개 마을 인근 도로에 내걸고 강요와 협박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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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 이원면 원동리에 위치한 G리 노인회장 곽모 씨의 논 북쪽 진입로에 걸려 있는 ‘태양광 사업 결사반대’ 구호가 붉은색으로 적힌 플래카드. |
김씨는 이어 “그동안 여러 차례 곽 노인회장에게 절대농지는 필요 없는 땅이며, 요새 태양광발전소는 기술력이 좋아 열섬현상도 없고 빛이 주변에 반사되지도 않으며, 벼농사 등 주변 농작물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다”라고 설명하고, “땅도 몇십 평이 아닌 940여평으로 너무 넓고 비싸 도저히 살 여력이 없다고 여러 차례 얘기해도 소용없었다. 이장을 중심으로 한 마을주민들의 횡포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라며 울먹였다.
노인회장 곽씨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내 논 양쪽에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면 벼 피해와 땅값 하락이 우려돼 군청에 가서 ‘태양광발전소 허가를 절대로 내주면 안 된다’라고 민원을 제기했다”며 “협박이든 뭐든 나는 군수를 만나 내 애로사항을 얘기한 것이며, 내가 억지로 판 것은 아니다. 땅을 팔고 난 후에는 반대 민원에 도장을 안 찍었다”라고 해명했다.
취재진이 현장을 답사한 결과 곽씨의 논은 남동쪽으로는 태양광발전 예정지(밭) 보다 5~6m 지대가 낮은 언덕 아래에 위치해 있다.
농지의 반대방향인 북서쪽의 경우도 지대가 꽤 높은 태양광발전 예정지와의 중간에 폭 3m 규모의 아스팔트 포장도로와 폭 1.2m 규모의 농수로가 있기 때문에 거리와 높이가 각각 10m 이상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옥천=글·사진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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