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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영 칼럼니스트 |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출산율이 1명대 아래다. 2007년, 2012년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한 것을 빼고는 2004년부터 16년째 출산율 세계꼴찌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015년까지 출산율이 등락을 거듭하다 2016년부터 7년째 하락세”라며 “2018년(0.98명) 처음 1명대가 무너진 뒤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각한 저출산 요인 찾아야 문제해결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사회 환경,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 부담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다 혼인 자체가 줄고, 혼인을 늦게 하는 추세도 저출산을 심화시키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서울은 0.59명을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아이를 적게 낳는 도시가 됐다. 이어 부산(0.72명)과 인천(0.75명)도 전국 평균보다 많이 낮았다.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1.12명)이었다. 세종은 그나마 직업이 안정적인 공무원이 많은 데다 보육 환경도 좋은 것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저출산 추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을 기록했다. 1970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다. 출생아 수는 1970년 100만 명에서 절반 수준인 49만 명(2002년)으로 떨어지기까지 30여 년 걸렸다. 이후 10년간 정체하다 2012년(48만4550명)부터 다시 1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50여 년 만에 출생아 수가 4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특히 출산율은 2016년 1.17명에서 지난해 0.78명으로 6년 새 0.39명이 급감했다.
◆청년들 팍팍해진 삶이 수직낙하 초래
일각에선 경제가 팍팍해진 게 최근 출산율의 수직 낙하를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5~2016년을 기점으로 경제성장률이 3%대에서 2%대로 내려갔고, 취업자 수 증가 폭도 매년 30만~40만 명 수준에서 20만~30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젊은이들이 취업이 힘들고, 돈벌이도 쉽지 않다 보니 결혼을 늦추고 출산을 미뤘다는 것이다.
지난해 혼인 건수도 19만2000건으로 1년 전보다 1000건 줄었다.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혼인 건수는 2021년(19만3000건) 처음으로 20만 건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저출산 기조에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었다. 앞서 한국은행은 ‘코로나 시대 이후의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코로나19에 따른 혼인 감소, 임신 유예를 고려했을 때 2022년까지 적어도 2년은 저출산 심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망자 수(37만2800명)가 출생아 수보다 12만3800명 많아 ‘인구 자연 감소’ 추세가 2020년부터 3년째 이어진 것도 충격적이다. 사망자는 사실상 197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첫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나이는 33.0세로 전년보다 0.3세 높아졌다.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고, OECD 평균(29.3세)보다 3.7세 높은 수준이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 이상을 아우르는 전체 평균 출산연령은 33.5세로 전년 대비 0.2세 올랐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35.7%)은 전년보다 0.7%포인트 늘었다. 아이를 갖더라도 한 명에 그치는 추세도 두드러졌다. 첫째 출생만 1년 전보다 5.5% 늘었다. 둘째와 셋째는 각각 16.8%, 20.7% 감소했다.
저출산 기조는 전반적인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생산·소비의 주체인 생산가능인구가 ▶2030년 3381만 명 ▶2040년 2852만 명 ▶2050년 2419만 명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했다. ‘출산율 저하 → 인구 감소 → 내수 위축 → 경기 침체 → 출산율 저하’라는 악순환이 예고돼 있다.
◆노동-연금-교육 당면개혁 성공 못해
특히 당면한 노동·연금·교육 개혁 해결도 어려워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의 경우 2025년부터 출산율이 반등해 2031년 1명대로 회복하고, 2046~2070년 1.21명대 출산율을 유지하는 ‘낙관론’을 전제로 한다. 저출산이 가속할 경우 부담이 더 늘어난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5년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출범한 뒤 2021년까지 16년 동안 저출산 극복에 280조원을 쏟아부은 결과가 ‘서울 합계 출산율 0.59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는 돈만 쏟아 붙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다는 것이 입증됐다. 특단의 정책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대한민국을 제대로 재건하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탄생1주년(3월9일)을 맞았다. 청년·미래 세대를 위한 노동·연금·교육 개혁, 집값 등 주택정책, 청년 일자리 창출, 제조업 강국 발전과 디지털 시대를 선도할 산업구조조정의 문제점이 눈앞에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통계의 흐름에 최적의 범용 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을 선도적으로 결합하는 나라가 경제를 주도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데모테크(Demotech=인구구조변화와 기술혁신의 결합)를 알아야 국가정책, 기업의 방향, 개인의 투자 길도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재택근무 확대 및 어그테크 활성화
저출산의 가장 큰 문제는 각박한 도시생활에 있다. 이에 따른 저출산 문제 해법은 재택근무 확대 및 고착화, 임신 및 출산 시 육아 재택근무제 시행, 어그테크(Agtech=농업+신기술 합성어)로 무장한 농촌에 답이 있다. 지역균형발전도 동시에 이루는 일이다.
저출산이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은 유독 심각하다. 가임기 여성 1명의 합계출산율이 1970년 4.5명에서 지난해 0.78명으로 전 세계 최저치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이 추세로 간다면 2030~2040년부터 인구절벽에 따른 '에이지퀘이크(Agequake·인구 지진)'가 발생하여 2030~2060년 1인당 잠재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연간 0.8% 이하로 사실상 성장이 멈추게 된다.
이미 2019년부터 전북 임실군 인구보다 많은 2만 838명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50년에는 인구가 지금보다 약 420만 명 감소하는데 이는 부산 인구 340만 명과 제주 인구 70만 명을 합친 인구만큼 줄고도 10만 명이 더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초저출산 현상은 세수 감소로 인한 사회복지정책의 약화, 노동인구의 부족, 젊은 세대의 노인부양비 증가,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의 소멸, 국가경쟁력 감소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고 저성장 아니 마이너스 성장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60, 70, 80년대 산아제한정책 ‘격세지감’
초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60대, 70년대, 80년대를 체험한 필자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박정희 정부시절(1960년~1970년대)의 ‘산아제한 정책’이 떠오른다. 산아제한에 거의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딸 아들 구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 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셋은 부끄럽다. 둘도 많다’는 표어가 길거리, 음식점, 다방, 극장마다 붙어 있었다. 산아제한 정책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더 강화 됐다. ’한가정 사랑가득 한 아이 건강가득‘ ’하나 낳아 젊게 살고 좁은 땅 넓게 살자‘ 산아정책이 둘에서 하나로 바뀌었다.
남아 선호사상을 없애는 캠페인도 강하게 표현됐다. ‘자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당시 보건소나 가족계획지도원에서는 아이를 못 가지도록 무료로 불임시술을 해주기도 했다. 이러한 산아제한 정책은 30년 가까이 이어지다 1990년부터 급선회한다. 1990년~2000년 대에는 ‘많이 낳아 잘 기르자’로 바뀐다. 이렇게 흘러온 출산정책이 국가소멸 위기까지 왔다. 정말 아이러니 하다.
인구절벽의 위기를 느낀 윤석열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존 백화점식 출산대책에서 벗어나 실효성 있는 것을 중심으로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에서 거론하는 ‘효과 있는 정책’은 자녀 등·하교 시간이나 육아 환경을 고려한 ‘오전 재택근무’ 등 다양한 재택근무 활성화다. 저출산 대책은 일자리-교육-의료- 연금-주택 등 다양한 정책들과 연계해야 효과가 있는 만큼 컨트롤타원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언급도 있었다. 출산절벽으로 인한 ‘국가소멸 위기’를 면할 수 있는 정책대안과 효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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