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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정다운 이학박사 |
지구상에 존재하는 곰팡이는 약 200만-1,100만 종으로 추정되고, 지금까지 연구된 곰팡이는 약 15만 종에 달한다. 곰팡이는 식품, 의약,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데, 대부분 육상에 서식하는 곰팡이, 즉, ‘육상곰팡이’를 활용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바다의 다양한 환경(해수, 모래, 퇴적토, 갯벌, 심해, 해양 동식물)에도 곰팡이가 살며, 이를 ‘해양곰팡이’ 또는 ‘해양균류’라고 한다. 지금까지 세계 해양 종 등록부(World Register of Marine Species, WORMS)에 등록된 해양곰팡이는 1,400여 종이다.
해양곰팡이는 광범위한 온도 및 압력, 높은 염도 등 바다의 극한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해 왔다. 이 과정에서 종종 그들은 독특한 대사작용을 통해 신물질을 만들거나, 기존에 밝혀진 물질이라도 화학적 특성이 다른 물질을 생산한다. 해양곰팡이의 산업적 활용에 있어서 가장 유명한 곰팡이는 세팔로스포리움 아크리모니움(Cephalosporium acremonium)이다. 1945년 이탈리아 사르데냐 해수에서 분리된 이 곰팡이로부터 세팔로스포린이라는 항생물질이 발견되었다. 세팔로스포린은 미국에서 처방되는 항생제 중 약 48%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약품이며, 이는 약 40%를 차지하는 페니실린을 능가하는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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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곰팡이 현미경 이미지 |
해양곰팡이는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사용되는 각종 효소를 생산하고, 중금속 등 유해 오염 물질을 분해하여 환경을 정화시키며, 바이오에너지의 원료가 될 수 있다. 또한, 항균, 항암, 항염, 항바이러스 등의 활성을 띠는 대사산물을 만드는데, 아스퍼질러스라고 하는 해양곰팡이로부터 분리된 항암물질은 비욘드스프링 제약회사(BeyondSpring Inc.)에 의해 플리나불린이라는 제형으로 항암 치료제 임상 3단계 시험을 거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발간한「국가해양수산생물종 목록집」에 따르면 2023년 기준 738종의 해양곰팡이가 국내에서 기록되었다. 이 중, 페니실리움 제주엔스(Penicillium jejuense)와 트리코더마 루구로섬(Trichoderma rugulosum)은 우리나라 해양에서 발견되어 최초로 보고된 신종 곰팡이다. 국내에서 연구된 해양곰팡이들 중 일부는 효소, 항산화, 항균, 항암, 항비만, 항염 등의 활성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활성의 유무를 선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향후 해양곰팡이의 산업적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타겟 물질의 규명, 정제 및 효능 분석, 안전·안정성 검증 과정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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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균 활성이 우수한 농약 후보소재를 생산하는 해양곰팡이(특허출원) |
우리나라 해양곰팡이의 학술적·산업적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해양수산부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는 해양바이오뱅크 내 해양미생물뱅크를 운영하여 해양곰팡이를 확보·보존·분양하고 있다. 현재 444종의 해양곰팡이가 해양미생물뱅크에 등록되어 있고, 효소 활성 등의 효능 정보도 일부 제공되고 있다. 육상곰팡이와는 차별화된 특성 때문에 해양곰팡이에 대한 연구자와 산업체의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해양곰팡이를 수집·보존하고 그 효능을 연구하여 유용소재를 개발하는 일은 현재 바이오산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한계를 극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정다운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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