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인 "방역법 위반 국가방침 거역한 중대범죄, 공무원 개인 피의사실 제외한 CCTV 녹화영상 확보 여부 등 공개는 국민불안 해소 위해 당연한 것"
경찰 "수사 중인 사안, 밝힐 수 없다" 되풀이
직원 100여명이 집단으로 방역법(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어긴 부산지방국세청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는 부산 경찰이 폐쇄회로(CC) TV 녹화영상 확보 여부를 밝히지 않는 등 깜깜이수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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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국세청 1층 로비 정중앙 천장에 대형 CCTV 카메라가 설치돼 2일 가동되고 있다. 이외 엘리베이터 4대 안에도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이들 카메라가 찍은 녹화영상을 분석하면 지난 9월 4일 오전 청사 로비와 1층 엘리베이터룸을 들락거린 직원을 대부분 파악할 수 있다. |
경찰이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채,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 피의자 개개인의 혐의가 아닌 전체적인 수사과정조차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권력기관인 국세청 직원들을 봐주기 위한 수사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깜깜이수사 의혹에 대해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2일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비서실 여직원 성추행의혹사건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발인 조사 △오 전 시장 집무실 압수수색 △부산시 정무라인 압수수색 △오 전 시장 소환 일정 등 큰 줄기에 대해 사전·사후에 공개하고 중요 수사일정에 대해 언론에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부산지방국세청 방역법 위반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연제경찰서는 추석 연휴 직전까지 공보준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100여명에 달하는 이 사건의 피의자 특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CCTV 녹화영상 확보계획과 녹화영상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영장 신청 여부, 녹화영상을 확보했는지 여부 등 전체적인 수사방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연제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달리 설명드릴 내용이 없으며, 정확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부산지방경찰청 공보담당관실에 문의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부산지방국세청 직원들의 방역법 집단위반사건에 대해 부산경찰청 공보담당관실에 문의를 했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전혀 알고 있는 내용이 없었다.
공보담당관실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연제경찰서에 배당됐다는 사실만 알 뿐 진행 중인 수사내용과 수사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를 들은 바도, 아는 바도 없으며 의견을 교환한 사실도 없다”라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5월 16~17일 두 차례에 걸쳐 오 전 시장의 집무실과 정무라인의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경찰이 밝힌 내용에는 잠적했던 오 전 시장을 찾아내 휴대폰을 압수하고, 정무라인의 휴대폰 등도 확보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당시 경찰은 “압수수색과 관련된 상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부산경찰청은 이어 지난 7월 7일 추가의혹 확인을 위해 정무라인인 오 전 시장 보좌관실 2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한 직후에도 “오 전 시장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최종적으로 확인할 사항이 있어 압수수색을 벌였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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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고발인 진술을 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홍정식 활빈단 대표가 부산지방국세청 앞에서 ‘공무원들부터 방역수칙 철저준수’라고 적힌 손 현수막을 펼친 채 1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이에 대해 시민단체 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는 “온 나라가 코로나19 재확산 때문에 방역수칙이 전국적으로 2~2.5단계로 상향되는 등 비상이 걸린 국가 위기상황에서 국세청이라는 핵심국가기관의 공무원 100여명이 무더기로 감염병예방법을 어긴 것은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부산경찰청은 경찰청 본부로부터 사건을 이첩을 받은 직후 일선 경찰서로 재이첩할 게 아니라 직접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이어 “부산경찰청은 당시 즉각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수사에 착수해 방역법 위반자 전원에 대해 상태를 파악하고, 감염병 당국에 진단검사를 의뢰했어야 한다”라며 “지금도 전국적으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의자가 100명에 달하는 중대한 방역법 위반사건을 일선 경찰서에 재이첩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이런 감염병예방법 집단 위반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를 비공개로 하겠다는 것은 한 마디로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것이자 수사기관이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것”이라며 “권력기관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안 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고 용납할 수도 없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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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식 활빈단 대표가 지난 9월 24일 오후 고발인 진술에 앞서 부산 연제경찰서 본관 앞에서 ‘국민고발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
이 사건을 경찰청 본청에 고발한 시민단체 활빈단 홍정식 대표도 “해당 공무원 개개인의 인적사항과 피의사실에 대한 것을 제외한 CCTV 녹화영상 확보 여부 등 전체적인 수사진행 상황에 대한 것은 공개하는 게 국민 불안 해소와 알권리 충족을 위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국가 비상시국에 일반 국민보다 솔선수범해야할 국세청 공무원들이 정부의 방역지침을 어기고 법을 위반한 데 대해서는 더 엄격한 수사가 필요한데 고발인한테도 CCTV 압수수색 여부를 알려주지 않고, 전화조차 받지 않는 연제서 수사 관계자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라고 분개했다.
홍 대표는 이어 “나는 고발인 조사 때 경찰수사를 돕기 위해 부산지방국세청 공무원 100여명이 청사 로비에 집단으로 모여 직전 청장의 황제식 명예퇴임 및 도열 전송을 하는 장면이 그대로 노출된 대형 사진을 제출했고, 언론 보도에 동영상도 노출돼 있다”며 “경찰은 피의자 개개인의 혐의사실을 제외한 전체적인 수사상황에 대해서는 즉각 공개수사로 전환해야 하며, 녹화영상 보존기간이 10월 3일자로 30일째가 되는데, CCTV 녹화영상을 확보했는 지 여부와 녹화영상 상태, 피의자들 소환조사 시기 등 개괄적인 수사일정을 밝혀야 더 이상의 봐주기수사 의혹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지방국세청 1층 로비와 엘리베이터 안에는 모두 7대의 CCTV 카메라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직전 청장 명예퇴임식이 거행된 9월 4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10분까지의 녹화영상을 확보하면 손쉽게 100명 안팎의 방역법 위반 피의자를 특정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글·사진·동영상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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