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컬세계 = 김을지 기자]
가을빛이 물들기 시작하는 청주 석교동 청주문화의집 전시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행잎 향기와 함께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풍경이 관람객을 맞는다.
충북여성문인협회(회장 김혜경)가 마련한 시화전 ‘詩를 펼치다’가 9월 2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충북여성문인협회는 충북 여성 문인들의 문학적 성장을 도모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문학 프로그램과 해외 교류 활동을 이어온 전통 깊은 문학 단체다.
매년 가을마다 정성스레 꾸려온 시화전은 이제 지역 문화계의 계절 행사로 자리 잡았다.
전시장에는 김정자 작가의 「치자꽃 향기」를 비롯해 20여 편의 시가 걸려 있다.
김혜경 시인의 「영산홍」 속 구절, “내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는/ 어디론가 잰걸음으로 내리 쏠려 가네”는 뒷모습만 남은 풍경을 떠올리게 하고, 김숙영 수필가의 「아마빌레」에서는 “슈베르트 세레나데가 들리고 있다/ 은은한 달빛으로 포근하다”라는 문장이 잔잔히 울려 퍼지듯 감성을 자극한다.
청주문화의집 강병완 관장은 “이웃집에 마실 가듯 전시장을 찾아 시 한 편을 감상하고, 잠시 삶의 속도를 늦추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으며,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려 있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시의 향연 속에서 가을의 여백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반가운 초대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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