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중 해고’된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노골적 무시
고소인 조사 전, 피고소인 동시에 불러‘대질조사’계획 세운 사실 뒤늦게 드러나
‘서면 사직서’ 제출 여부 조사도 않아
고관절 골절 대수술날‘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했다’고 사측이 허위신고한 건 고소인 진술조차 받지 않아
‘근로감독관 집무규정’도 편의적으로 판단,"감독관 기피대상 해당안 돼"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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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창원고용노동지청 전경. |
[로컬세계 창원=글·사진 전상후 기자]창원지역 대형 청소용역업체의 ‘산재근로자 위법 해고’ 고소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고용노동청 산하 창원고용노동지청이 적법절차를 무시한 채 편파조사를 한 사실이 10일 드러나 말썽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근로감독관이 고소인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소인 첫출석 조사일에 고소인 몰래 피고소인을 동시에 불러 ‘대질조사를 할 계획 세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등 근로감독관-업체(주식회사 진광) 간 온통 ‘유착의혹 투성이’인데도 ‘가재는 게 편’이라는 속담을 실행이라도 하듯이 창원지청은 감독관 교체를 거부했다.
특히 창원지청은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산재근로자 해고사건을 편파적으로 조사한 근로감독관을 교체하고 징계해달라’는 요지의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와 부산고용노동청에 제기한 공동민원인에게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관련사항을 편의적으로 판단한 뒤 “감독관 기피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통보해 반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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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용역회사인 주식회사 진광이 2020년 11월 6일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에 제출한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M씨에 대한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 신고사실 통지서’, 상실사유란에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라는 허위사실이 선명하게 적시돼 있다. |
창원지청 고용관리과는 지난달 22일 ‘근로감독관 교체 및 징계 요청 진정서’와 관련한 민원 처리결과를 안내하는 공문서를 이 사건 진정인들인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인 M(일본인) 씨와 M씨 대리인 C씨에게 발송했다.
창원지청은 진정인의 ‘근로감독관 교체·징계 요청’건에 대해 “귀하의 담당 근로감독관 교체 요청은 사건 담당부서인 근로개선지도2과에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의 감독관 기피 요청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수용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밝혔다.
근로감독관에 대한 감사 및 징계 요청사항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편파조사 및 짜맞추기 조사에 대한 감사는 제대로 하지 않은 듯했다.
창원지청이 밝힌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제34조의3(사건조사의 기피) 1항 2호를 보면 ‘감독관이 사건 청탁, 방어권 침해 등 불공정한 조사를 하였거나, 불공정한 조사를 할 우려가 있다고 볼만한 객관적·구체적 사정이 있는 때’라고 감독관 기피 요청 사유가 규정돼 있다.
진정인들은 지난달 2일 고용노동부장관(내용증명 우편)과 부산고용노동청장에게 제출한 진정서에서 “피진정인인 창원지청 근로개선2과 근로감독관 P씨는 피고소인 ㈜진광의 핵심 혐의(산재근로자 불법 해고) 내용에 대해 아예 묻지도 않았으며, 그럴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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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일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갑니다’라는 슬로건이 부착돼 있는 창원고용노동지청 현관. 그러나 실상은 이 슬로건과는 달리, 치명적인 산재가 발생한 다음 날짜로 위법 해고를 당한 관내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의 고소사건을 사업체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파적으로 조사해 말썽이 확산하고 있다. |
진정인들은 이어 “감독관 P씨는 이 사건의 핵심사항인 △고소인이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 용어를 적시한 사직서를 ㈜진광에 통보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사측이 2020. 11. 06. 임의로 작성해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에 제출한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 신고사실 통지서’의 ‘상실사유’란에 적시된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 문구에 대해 근로자가 동의했는지 여부 △고소인 M씨가 피고소인 회사 ㈜진광 담당자인 A 이사와 처음으로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받은 날짜가 2020. 11. 29. 인데 ‘자진퇴사 날짜’가 이 보다 7일이나 빠른 2020. 11. 22. 로 모순되게 적시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아예 조사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진정인들은 특히 “감독관 P씨는 △2020. 10. 21. 고관절(엉덩뼈) 골절이라는 불의의 산재를 당한 뒤 다음 날인 10. 22. 대수술(전치 59주<1년 2개월째> 9개월 입원, 현재 통원치료 중)을 받기 위해 수술실에 누워 있는 근로자에게 몸을 치료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개인사정’이 있을 수 있었는지 등 14가지 핵심사항에 대해 전혀 조사하지 않고 봐주기 조사, 편파적인 조사를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으니 고용노동부 본부 감사를 통해 근로감독관-업체 간 유착의혹을 밝혀 징계해달라”라고 요청했다.
진정서에는 또 “감독관 P씨는 한국말이 어눌한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노동자인 M씨의 진술을 돕기 위해 동석한 대리인 C씨가 피해자를 돕는 발언을 계속하자 전화기를 든 채 ‘업무방해를 계속하면 경찰을 부르겠다. 나가라.”고 협박하고 강압적으로 대했다“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렇듯 진정인들은 진정서에서 ‘감독관이 명백하게 불공정한 조사를 했고, 불공정한 조사를 할 우려가 있다고 볼만한 객관적·구체적 사정과 사유를 적시했는데도 창원지청은 이를 무시했다.
특히 진정사건 조사(감사) 담당부서인 고용관리과는 조사과정에서 감독관 P씨가 고소인 조사를 하기도 전인 지난 9월 30일 오전 10시에 양측의 대질조사를 하기 위해 피고소인을 동시에 불러 대기시켜 놓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인 진정인 C씨가 지난 8일 고용관리과를 방문, 진정사건에 대한 처리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고용관리과 관계자는 “피진정인 감독관 P씨가 제출한 ‘소명서’를 검토해보니 ‘고소인 M씨에게 고소인 조사를 하겠다고 통보한 지난 9월 30일 오전 10시에 고소인과 피고소인 진광의 대질조사를 하기 위해 진광 측 관계자를 부른 것’이라는 해명 내용이 들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조사의 기본이 무시된 이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근로감독관-업체 간 유착의혹에 의한 노골적인 ‘짜맞추기 편파조사’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고소사건에서 고소인 조사를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소인을 동시에 불러 ‘대질조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필시 한국말이 어눌하고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운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M씨의 약점을 이용, 단 한 번의 대질조사를 통해 ‘고소사건을 적당히 처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고소사건이란 1차로 고소인을 불러 고소취지, 핵심 고소사실, 증거자료 등에 대한 조사를 면밀히 해 ‘고소인 진술조서’를 작성한 뒤에 이를 토대로 2차로 피고소인을 소환해 범죄혐의를 특정해나가고, 양측의 진술이 엇갈리거나 어느 한쪽의 진술이 의심스러울 경우 3차로 대질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야 하는 데도 감독관 P씨는 이런 기본적인 조사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곧바로 대질조사를 할 요량이었음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도 진정인 C씨가 고용관리과 관계자에게 “고소인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피고소인 조사부터 먼저 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조사방식이냐”라고 따지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감독관 P씨는 지난 9월 30일 오전 11시 30분경 고소인 진술을 받던 중 고소인 M씨가 “자진 사직서를 낸 사실이 결코 없다”라고 진술하자, “피고소인은 고소인이 문자를 통해 사직의사를 밝혔다고 하던데요”라는 발언을 하면서 ‘고소인 조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소인 선 조사’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또 감독관 P씨는 ‘대질조사를 하려고 한다’. ‘대질조사가 필요하다’, ‘대질조사에 응하겠느냐’라는 등 대질조사와 관련한 어떤 조사계획도 사전에 고소인에게 미리 통지한 사실조차 없다.
공동진정인 C씨는 “이 사건은 고용직원이 400여명에 달하는 큰 용역전문업체가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는 해고할 수 없다’라는 근로기준법을 어긴 사실이 사업주(피고소인)가 지난해 10월 산재사고 발생 직후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에 제출된 관련 문서에서 분명하게 확인 되고 있다”며 “상급기관인 고용노동부나 부산고용노동청에서 특별감찰을 실시해 감독관-업체 간 유착의혹을 조사하고, 형식적인 감사를 한 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대해서 진정인에게 ‘자의적, 편의적으로 판단’한 결과를 통보한 고용관리과, 근로개선지도2과장 등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고용노동청은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에게 다소 치우친 조사를 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사건의 경우 노동자 중에서도 더욱 보호를 받아야 할 한국말이 어눌한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의 편을 든 것이 아니고 노골적으로 업체 편을 든 것 같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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