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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수 강원 삼척시장이 10일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에서 열린 행정구역개편 학술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척시 주도로 추진 중인 삼척·동해·태백·경북 울진의 행정구역 통합에서 울진군은 생활권이 다르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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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 통합으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의 행정구역개편 계획에 따른 통합건의안 제출 마감시기가 연말로 다가왔다. 전국적으로 21개 지역 50개 시·군에서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통합대상 지자체 중 모두 찬성하는 곳은 충북 청주·청원 2개 시·군에 불과하다.
상당수 시·군이 통합에 반대하고 있어 2009년 때처럼 ‘속 빈 강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내부, 지역과 지역 간 갈등까지 나타나 후유증이 예상된다. -
큰 도시 찬성, 작은 도시는 반대
행정구역 통합 건의안 제출이 연말로 다가오면서 해당 지자체 주민들은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규모가 큰 도시의 경우 통합 추진에 열성적이나 작은 도시는 반대하고 있다.
경기 수원·화성·오산 지역 시민단체들은 5일부터 3개 시 통합을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18일 수원·화성·오산을 통합하기 위한 통합추진위원회 발기인 대회를 열고 ‘통합을 위한 활동 강령’ 등을 담은 선언문을 채택 발표했다. 수원시의회도 지난달 26일 화성·오산·수원 행정구역 통합을 위한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도와 행정안전부에 제출하는 등 통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3개 시 통합이 성사되면 면적 852.12㎢, 인구 200만명, 재정규모 3조원에 이르는 메가시티가 탄생한다. 서울, 부산, 인천, 대구를 제외한 가장 큰 규모의 도시가 조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오산시 주민들은 수원에 흡수 통합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의정부권도 통합을 추진 중이다. 의정부·양주·동두천시 11개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7일 3개 시 통합을 위한 ‘의·양·동 통합시민연대’를 구성했다. 통합시민연대는 “주민이 통합 여부를 결정하는 자율통합을 원칙으로 주민의 질적 삶을 개선하고 지역경쟁력을 강화하는 통합 방법을 고민해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두천시는 미군기지 이전 계획으로 기대되는 도시발전을 이유로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2009년 통합에 반대한 양주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며 내심 통합을 꺼리는 분위기다.
강원 속초·고성·양양·인제군을 묶는 설악권 통합도 난항을 겪고 있다. 속초시통합추진위원는 18일 2000명의 연서를 속초시에 전달했다. 하지만 고성·양양·인제군은 의회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문화·정서적 이질성, 속초시 부채 공동부담 등을 이유로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경기 안양·군포·의왕, 성남·하남·광주, 남양주·구리, 전북 전주·완주, 군산·김제·부안·충남 서천 등도 흡수통합 우려, 쓰레기 처리장·화장시설 등 혐오시설의 작은 도시 유입을 이유로 통합논의가 지지부진하다. -
주민 주도로 생활권 통합 이뤄져야
1998년 전남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의 여수시 통합은 시 청사가 세 곳으로 분산된 문제를 제외하고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통합된 경남 창원·마산·진해의 통합 창원시는 1년이 조금 지난 현재 창원시의회가 통합 이전의 창원, 마산, 진해 3개 시로 다시 분리하자는 촉구안을 의결하는 등 통합 진통을 겪고 있다. 시의회뿐 아니라 마산·진해 시민단체와 주민들도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옛 진해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강제통합무효 진해시 되찾기 시민연대’는 3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3개 시의 행정구역 통합은 주민의사를 무시한 강제통합”이라며 “진해 출신 시의원들은 진해시를 되찾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13년 전 여수시와 1년 전 창원시 사이 가장 큰 차이는 주민이 주도했느냐, 아니냐다. 통합을 결정한 주체가 다른 것이다. 여수시는 주민 발의를 거친 자율적 통합을 이뤘으나 창원시는 시의회 결정으로 행정구역이 통합돼 분란이 계속되고 있다.
생활권 위주로 통합이 이뤄질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통합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지역 중 유일하게 찬성하는 곳이 충북 청주·청원이다. 여론조사에서 청주시민 85.3%, 청원군민 70%가 통합에 찬성했다. 청주·청원은 청원군이 청주시를 감싸고 있는 ‘도넛’형태의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고 역사적으로도 한 뿌리다. 청원지역 학생들이 청주시내 학교를 다니고 청주시내 한복판에 청원군청이 위치하는 등 생활권도 동일해 통합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큰 편이다.
전북 군산시가 추진하는 군산·김제·부안·충남 서천 통합 안은 생활권이 확연히 달라 통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천군은 지역의 역사성과 고유성, 생활권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이다. 지난달 통합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많았다. 김제시와 부안군도 새만금을 둘러싼 경제권 형성에는 동의하지만 행정구역 통합에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원 삼척시 주도로 통합 건의가 나오고 있는 삼척·동해·태백·경북 울진 지역에서는 울진군의 반응이 싸늘하다. 50여년전 강원도에 속했던 울진군은 생활권이 달라 고생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현재도 울진군민들은 언어와 풍속이 강원보다 경북에 가깝고 생활권역도 대구를 비롯한 안동 등 경북지역 도시들과 밀접해 통합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
“행정구역 개편안 주민투표 마땅”
충북 청주·청원 통합 군민협의회가 9월29일 청원군청 회의실에서 정기회를 갖고 통합결정은 주민투표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정구역 통합의 최종 결정은 주민투표로 해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통합 창원시의 폐해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남도가 경남발전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한 ‘바람직한 행정구역 개편(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통합의 최종 결정 방식에 있어 지역주민 53.7%, 전문가 49%가 주민투표 방식을 선택했다. 행정구역 통합을 결정하는 주체가 지역주민이라는 바람이 반영된 결과다.
대통령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 권역별 토론회에서 제기된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지방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설문조사는 6월9일부터 7월14일까지 35일간에 걸쳐 부산·울산·경남 동남권과 광양·순천·여수 등 전남 동부 3개시의 성인남녀5206명과 전문가31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1.4%)
행정구역 통합 때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는 생활·경제권(주민 53.3%, 전문가 60.5%)을 꼽았다. 통합시의 적정 인구규모는 30만∼50만명이었다.
주민들은 행정구역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반대 39.5%, 찬성 35.2%로 반대 입장을 나타낸 반면 전문가들은 통합이 필요하다는 응답(67.2%)이 불필요하다는 응답(18.2%) 보다 세배 이상 높았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통합 창원시와 같이 지방의회에 행정구역개편에 대한 의사결정을 맡기면 정치논리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며 반드시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전문가는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 시·군·구 통합기준을 발표했다고 하지만 행정구역 개편의 유일한 기준은 주민의 선택”이라며 “행정구역 통합과 같은 중대한 문제는 반드시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부 시·군·구 통합 절차 일정
2011년 12월말 시·군·구 자율통합 건의안 접수 마감, 기초 자치단체별 주민투표권자 50분의 1 서명부 시·도지사에 제출
2012년 6월말 통합방안마련 국회·대통령 제출
2012년 7~12월 행안부 해당지자체 통합의사 확인, 지자체·지방의회 의견 청취 또는 투표로 통합 확정
2014년 상반기 통합시 설치법 제정
2014년 6월 제6대 지방선거 통합시장 선출
2014년 7월1일 통합시장 취임 -
뉴스룸 = 라안일 기자 raanil@segye.com
- 기사입력 2011.11.25 (금) 11:56, 최종수정 2011.11.25 (금)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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