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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소방서 소방대원들이 지난해 3월4일 구로동 소재 지상36층, 지하5층 규모의 빌딩에서 초고층건물 불시기동출동 소방훈련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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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빌딩이 우후죽순 늘면서 난개발 문제와 화재대책 미흡, 도심경관 훼손, 골바람 문제, 일조권 피해 등 문제점이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초고층 빌딩 건축 붐이 일고 있다. 서울 상암DMC 랜드마크빌딩을 비롯해 인천의 인천타워, 부산의 롯데타운 월드타워 등 초고층 빌딩이 각 도시의 랜드마크로 조성 중이다. 아파트(주상복합)도 초고층화 물결에 뛰어들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화재대책 걸음마 수준
초고층 빌딩 화재는 초기 진압 실패 시 불길이 상승기류를 타고 급속하게 번지는 ‘굴뚝효과’가 발생한다. 불길이 번지면 피난통로의 바람속도가 30배 이상 빨라져 막대한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한다. 완벽한 화재대책과 함께 초기 진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2010년 10월 부산 해운대의 주상복합건물 화재사고는 화재 대응시스템 부재, 고층빌딩 화재 진압의 어려움 등 국내 초고층 건축물의 화재대책이 걸음마 수준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당시 4층에서 발생한 불이 순식간에 최상층까지 번지면서 초고층 빌딩 화재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사고 발생 15개월이 지나도록 초고층 빌딩의 소방시설 구축과 소방청의 장비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현재 소방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고가사다리차는 최고 25층 정도까지만 닿을 수 있다. 현행 건축법상 초고층 빌딩은 50층 이상 또는 200m 이상의 건축물로 정의된 것에 비해 미흡하다.
이 때문에 초고층 빌딩의 상층부에 불이나면 소방관이 직접 호스를 들고 계단으로 뛰어 각 층마다 설치된 송수관에 연결해 불을 끌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소방관들은 초고층 빌딩 화재 가상훈련으로 1층부터 최고층까지 뛰어 올라가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비상용 엘리베이터도 화재 발생시 가동이 멈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천 서부소방서는 지난해 11월 관내 55층 초고층 아파트인 청라풍림엑슬루타워에서 현장 적응 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훈련에서 소방관들은 화재진압복을 입고 10kg 이상의 산소통과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채 건물 1층에서 55층까지 뛰어 올라가는 훈련을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초고층 빌딩 화재 진압을 위한 스프링클러와 소방헬기 등은 단순히 화재를 지연시킬 뿐이라고 지적한다. 피난계단 내부로의 연기 확산을 막는 피난계단전실 급기 가압시스템, 화재확산을 방지하는 방화구획, 중앙 방재실 등과 연결된 피난 사다리 구축 등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도심경관 훼손 등 문제 심각
우후죽순 조성되고 있는 초고층 빌딩은 주변 건물 등과의 부조화로 도심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30층 건물로 조성된 도시스카이라인이 갑자기 들어선 5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들로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송파구에 착공 중인 제2롯데월드인 롯데 수퍼타워는 555m 높이에 지상 123층으로 건설되고 있다. 주변 건물들이 20~30층 내외인 점을 감안할 때 잠실 지역 스카이라인은 롯데수퍼타워로 인해 우뚝 솟은 첨탑과 같은 기형적 모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도 초고층 빌딩 건축으로 도심경관이 훼손되고 있다. 국내 최대의 해수욕장인 해운대의 경우 매립지에 조성된 초고층 빌딩으로 인해 천혜의 자연경관이 손상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병풍처럼 들어선 초고층 아파트 때문에 해운대 해수욕장을 비롯한 해안 경관이 삭막한 빌딩 숲으로 변한 것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명소이자 최고의 절경으로 뽑히던 오륙도 해안경관도 초고층 빌딩으로 가려졌다. 높이 경쟁을 벌이는 초고층 아파트 단지로 인해 도심에서 이곳을 바라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초고층 빌딩은 열섬현상 등으로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열섬현상은 도심지역이 주변보다 온도가 높은 현상이다. 초고층 아파트 주변의 열섬현상은 여름철 심각한 열대야를 부른다.
이규석 성균관대 교수의 관련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초고층 아파트와 주변 6곳의 열대야 일수를 조사한 결과 인근 학교의 2.5배, 도시하천의 13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골바람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학계에서 ‘빌딩풍’이라 부르는 도심 돌풍은 낙상사고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빌딩풍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100m 이상 고층건물을 지을 때 빌딩바람 영향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일조권도 초고층 빌딩으로 발생하는 지속적인 분쟁거리 중 하나다.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대낮임에도 햇빛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피해 입주자들은 햇빛을 받지 못해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마땅한 규제나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
라안일 기자 raanil@segye.com
- 기사입력 2012.01.27 (금) 17:06, 최종수정 2012.01.27 (금)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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