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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어린이집 졸업반 아이들이 서구 농성동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실을 찾아 손수 제작한 목도리를 전달한 뒤 양금덕 씨(뒷줄 가운데)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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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들의 편지를 읽던 양금덕(84)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전원어린이집(광주 북구 수곡동)’ 졸업반 아이들이 최근 서구 농성동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근로정신대모임)’ 사무실을 찾아 손수 짠 목도리를 선물한 것이다. 고사리 손에 들린 오색 목도리를 받은 양씨의 표정이 금새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11명의 아이들이 손수 뜨개질한 목도리와 편지를 근로정신대 노인들에게 선물했다.
아이들이 뜨개질을 배운 것은 지난해 12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한땀한땀 수놓은 목도리는 2주일이 지나서야 겨우 모양새를 갖췄다.
선생님 어깨너머로 배운 어설픈 뜨개질 솜씨 때문에 올이 풀린 곳도 있지만 따뜻한 동심이 녹아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목도리였다.
목도리를 할머니 목에 직접 둘러준 아이들은 “할머니, 건강하세요”라며 배꼽인사를 했다. 손수 과자를 준비한 양씨도 일제강점기 시절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 한명 한명을 감싸 안으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양씨는 “여든네살 먹도록 이렇게 기쁜 일이 없었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다”며 “아이들이 온다는 말을 듣고 어젯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들을 인솔한 신빛나(24) 어린이집 교사는 “목도리를 기증할 곳을 물색하던 중 학부모를 통해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사연을 접했다”며 “아이들에게 할머니들의 아픔을 이야기했더니 흔쾌히 기증을 동의했다”고 밝혔다.
박형재 기자 news34567@segye.com
- 기사입력 2012.01.27 (금) 17:56, 최종수정 2012.01.27 (금)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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