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의사시험에 합격해 정말 기쁩니다. 그동안 불평 한번 없이 믿고 응원해 준 아내와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올해 50세가 된 김윤권 씨(경산시 중방동)는 기초생활수급자다. 7살 딸과 6살 아들을 둔 가장이기도 한 그는 최근 발표된 제76회 의사국가고시에서 최종 합격통보를 받았다.
인생의 제2막을 펼치는 순간에 인생역전 드라마를 쓴 것. 1982년 청운의 꿈을 안고 우수한 성적으로 영남대 의과대학에 입학했지만 대학생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어린 생각에 의사로 평생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왠지 답답했어요. 뭔가 다른 삶의 길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느라 공부도 소홀히 하고 시간만 보냈죠”
그는 결국 휴대폰대리점 등 사업에 뛰어들었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부도를 맞았고 2004년에는 채무불이행으로 신용불량자가 됐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을 유지하던 그는 결국 2008년 개인파산을 신청하기까지 이르렀다. 그 와중에 선친도 여의고 모친까지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2009년 가을, 그는 마침내 의사국가시험을 보기로 결심했다. 1년 동안 영남대 의과대학 도서관에 살다시피하면서 공부에 매달렸고, 2010년 제75회 의사국시에서 필기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달라진 의사국시 제도 때문에 그는 실기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했다. 지난해 8월에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근경색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마침내 필기시험에 이어 실기시험까지 합격, 의사면허를 받게 됐다.
김씨는 “나이 먹도록 가족부양도 제대로 못하고 산 것이 부끄럽지만 좌절하고 움츠려든 젊은이들에게 제 이야기가 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습니다. 간절히 원하고, 절박하게 매달리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며 웃었다.
박형재 기자 news34567@segye.com
- 기사입력 2012.02.03 (금) 17:45, 최종수정 2012.02.03 (금)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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