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세계는 지난 1년간 지역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생활밀착형 기사를 발굴해 지면에 소개했다. 우리 이웃들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희로애락을 진솔하고 잔잔하게 지면에 담아낸 본보는 독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로컬세계는 창간 2주년을 맞아 지자체 발전과 따듯한 공동체 사회 구현을 위해 보도했던 ‘조용한 특종’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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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정착을 위한 ‘감시자’
MB정부 들어 지방공무원 비리 급증
2006년 216명서 작년 1436명…근무 중 카지노까지
제77호(2011년 12월12일자) 1면
지방공무원의 부패 불감증이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막강한 정책결정·집행권을 이용해 직간접적으로 금품을 강요하는 등 공직기강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직비리는 2006년 216명에서 지난해 1226명으로 5년간 4배 이상 급증했다. 공무원 행동 강령 위반자도 2008년 764명, 2009년 1089명, 지난해 1436명으로 3년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전북도와 임실군, 군산시 등 전북지역 지자체 공무원들이 최근까지 교육시간이나 근무시간 중 몰래 골프를 치거나 제멋대로 골프회원권을 사용하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8년 2월부터 올 6월까지 임실군의 골프장 회원권은 모두 641회가 사용됐다. 공무원이 134회를 썼고 군의원 115회, 지역 언론인도 199회를 사용했다. 나머지는 아예 이용관리대장에 기재조차 하지 않았다.
10월에는 근무지나 출장지를 벗어나 상습적으로 카지노 도박을 한 비위 공무원 288명이 무더기로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최근 4년간 평일 20차례 이상 카지노를 출입한 공직자 중 회계 담당, 5급 이상, 안전관리분야 근무자 등 465명에 대해 중점 감사를 벌여 이중 100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188명의 비위 사실을 소속 기관장에 통보했다.
자치단체장들의 인사전횡도 심각하다. 7월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서울시 등 65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에서 적발된 인사비리는 101건에 달했다. 65곳 중 49곳이 인사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
“멀쩡한 보도블록 교체… 혈세낭비 그만”
자치단체장들 불필요한 예산낭비 제동
제72호(2011년 11월7일자) 9면
“벌써 연말이구나…. 멀쩡한 보도블록 갈아치우는 걸 보니…” 길을 걷는 시민들은 쌀쌀해지는 날씨보다 곳곳이 파헤쳐진 인도를 보며 저물어가는 한해를 실감한다. 많은 지자체들이 보도블록 교체에 매년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혈세를 쏟아 붓는다. 보행자 안전 확보와 도시미관 향상을 이유로 들지만 교체되는 보도블록이 너무 멀쩡하다는 게 시민들의 지적이다. 정말 필요한 곳에 쓰일 예산이 길바닥에 뿌려지는 셈이다.
연례행사가 된 연말 보도블록 교체는 예산낭비의 전형으로 지목받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연말 보도블록 교체와 도로굴착에 들어간 비용만 800여억원. 2007년 12월 266억원(보도블록 81억, 도로굴착 185억), 2008년 248억원(139억, 도로굴착 109억), 2009년 223억원(57억, 도로굴착 165억)이다.
경기도 내 일선 시·군들은 보도블록 교체비용만 매년 100억원 이상을 쓴다. 도와 도의회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내 보도블록 교체비용 예산은 527억9000만원이다. 매년 105억5800만원을 쓴 꼴이다.
무분별한 보도블록 교체는 공무원 비리의 온상이란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자체들은 연말 보도블록을 교체하면서 예산 규모에 따라 공개입찰이나 수의계약으로 공사업체를 선정한다. 이때 보도블록의 형태·재질 등은 담당공무원이 정하는데, 각종 자재업체로부터 추천 또는 홍보물을 받아 제품을 선택해 조달청을 통해 구입한다. 조달청을 통한다지만 상품 코드만 입력해 발주하는 식이어서 업체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양날의 칼’ 자칫 ‘민민갈등’ 본질 왜곡
주민소환제 단체장 실정 ‘민심의 심판’
제67호(2011년 10월3일자) 6면
주민소환제가 ‘양날의 칼’이 돼 민민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 제도는 주민 발의로 선출직 공무원을 임기가 끝나기 전에 파면·소환하는 것이다. 지방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주민들은 현 지자체장 등의 정책 실패를 들어 잇따라 주민소환을 추진 중이다. 반면 제도가 취지를 잃고 정치싸움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하는 주민들도 있어 마찰을 빚고 있다.
경기도 내 기초자치단체에서 주민소환제가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과천시장 주민소환 투표가 다음달 중순 열릴 예정이다. 국토해양부는 5월17일 과천시 갈현동·문원동 일원135만4000㎡를 과천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지구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해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운동본부는 “여인국 시장이 공약사항인 지식정보타운을 지구지정도 되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양해각서만으로 보상계획을 발표해 사업이 시작되기 전 투기꾼을 유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장 주민소환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번 주민소환 추진의 중심인물로 지목되는 서형원 시의회의장과 황순식 부의장에 대한 주민소환 서명으로 맞불을 놨다.
이밖에도 부천시 추모공원조성사업을 백지화 한 김만수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위해 6일 부천시청에서는 주민소환 발대식이 열릴 예정이다. 김포시는 도시철도 풍무역 위치 변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유영록 시장의 주민소환을 검토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여과 없이 주민소환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주민소환제가 공익을 위한 도구로 자리 잡으려면 철저하고 신중한 의견수렴을 거친 공론화과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낮은 곳 비춰 차별 없는 세상 만들기다문화가족 아이들 ‘행사 도우미’ 전락
툭하면 이벤트 동원 ‘단체장 홍보 사진촬영’
제49호(2011년 5월16일자) 1면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일회성 초청행사에 ‘동원’되며 상처받고 있다. 비슷비슷한 행사에 초청받은 아이들은 피부색이 눈에 띄는 순서대로 서서 단체·기관장, 기업인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하나씩 받아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나 실태조사가 지지부진하고 장기적인 안목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미흡한 탓이다.
다문화가족 자녀 40여 명이 다니는 경기 안산시 한 초등학교는 매달 5~6건씩 초청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러나 학교장과 담임교사는 이에 대부분 응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담임교사는 “대부분이 일회성, 베푸는 식의 행사여서 한두번 다녀온 아이들은 부모들이 나서서 먼저 반대한다”며 “체형과 외모가 다르지 않은 학생이 더 많은데도 피부색이 검은 아이들을 맨 앞에 세워 사진을 찍고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이 학교의 다문화가족 자녀는 대부분 4~5학년으로 고학년이다. 생각이 깊어질 나이인 학생들은 수년간 이러한 행사를 많이 겪었다. 한 학생은 “기념사진 찍고 무대 앞에 앉아 사회자가 진행하는 행사를 보다가 집에 갈 때 기념품을 받아 돌아오는 게 전부”라며 “사진에 찍혀 얼굴이 알려지는 것도 싫고 해서 이제는 안 다닌다”고 말했다. -
“끼니 걱정…무형문화재가 밥먹여 주나?”
인고의 세월 ‘쥐꼬리 지원금’ 전수자 기근
제84호(2012년 2월6일자) 1면
‘인간문화재’로 불리는 중요무형문화재 예능·기능 보유자들이 평생 외길을 걸으며 한국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지만 생활고와 주변의 무관심으로 지쳐가고 있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126개 종목 중 11개 종목은 보유자가 없거나 기술을 전수받을 조교(전수교육조교)가 없어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1월 말 현재 예능 73개, 기능 53개 종목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총 178명이 보유자로 인정받고 있다.
로컬세계가 2월2일 문화재청의 ‘중요무형문화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으면서도 보유자가 없는 종목은 5개였다. 이들 종목은 거문고산조, 제주민요, 곡성 돌실나이, 명주짜기, 소반장이다. 보유자가 없다는 것은 문화재 종목은 남아있고 이를 펼칠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인간문화재 후보로 불리는 전수조교가 없는 종목도 6개로 조사됐다.
전통화살 제조 기능보유자(궁시장)인 박호준(68)씨는 “인기 없는 종목은 자손들이 대를 잇지 않으면 결국 단절되는 만큼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희망과 감동이 있는 ‘휴먼리포트’
생면부지 여성위해 새벽 바다에 몸 던졌다
소중한 생명 구하고 자신은 뇌사 신상봉 씨
제65호(2011년 9월19일자) 22면
바다에 빠진 탈북여성을 구한 30대 자영업자가 정작 자신은 뇌사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무기기판매업을 하는 1인 기업주인 신상봉(38·부산 연제구 거제4동)씨는 8월7일 해운대해수욕장 방파제 아래쪽 해변을 걷던 한 여성에게 거센 너울성 파도가 덮치는 것을 목격했다. 바다에 빠진 사람은 지난해 탈북해 부산 해운대구에 정착한 이모(32)씨였다.
신씨는 순간적으로 “아가씨 안돼…”하고 고함을 친 뒤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허우적거리는 이씨를 안간힘을 다해 방파제 위로 밀어올렸으나 정작 본인은 태풍 무이파로 높아진 파도에 휩쓸렸다.
신씨의 도움으로 깊은 바다로 휩쓸려가지 않고 떠있던 이씨는 그새 고함소리를 듣고 달려온 새터민 친구 안모(32·여·충남 서산시)씨와 인근 주민이 던져준 밧줄을 잡고 방파제 위로 올라오는 데 성공했다.
119구조대가 8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해 신씨를 구조했으나 물을 잔뜩먹고 실신한 그는 이미 자가호흡이 멈춘 상태였다. 구조대는 심폐소생술을 한 뒤 인공호흡기를 씌워 인근 인제대 부속 해운대백병원으로 후송했다. 이후 뇌사 46일 만에 숨진 신씨는 로컬세계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뒤 의사자로 선정됐다. -
‘희망의 인문학’ 듣고 홈리스 그림자 청산
중구지역자활센터 외식사업단 신창천 씨
제63호(2011년8월29일자) 22면
10년 이상 노숙자 생활을 해오다가 서울시가 주관하는 ‘희망의 인문학’ 강좌를 듣고 새 삶을 찾은 사람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중구지역자활센터 외식사업단에서 일하며 3월부터 ‘희망의 인문학’ 수업을 듣고 있는 신창천(47)씨. 1995년부터 2년간 여성 구두 공장을 운영했던 신씨는 IMF로 인해 부도를 내고 결혼 3개월만에 부인과 이혼했다. 이후 신용불량자가 돼 지난해까지 서울시내 곳곳에서 노숙자로 지냈다.
지난해 서울시 노숙인 실천사업단의 지원으로 남대문로 YTN 부근 고시원을 얻어 중구자활센터 외식사업단의 김밥전문점 ‘밥이보약’에서 일하게 됐다. 하지만 10년 넘게 해온 노숙자 생활로 감정을 잘 추스르지 못해 가게에서의 생활이 쉽지 않았다. 이후 시에서 위탁 운영하는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알게 됐다. 초등학교도 못나오고 얼마간 노숙인 야학에서 글을 배운 게 학력의 전부인 신씨는 인문학 수업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일주일에 두 번 인문학 강좌를 배우면서 그의 삶은 이전과 180도 달라졌다.
인문학과의 만남으로 신씨에게 요즘 새로운 삶의 목표가 생겼다. 매장을 찾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대접하고 신발공장을 다시 여는 것이다. 음식 대접을 위해 그는 요즘 주방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다. 김밥 만드는 과정, 찌개 끓이는 과정을 익히는 게 쉽지 않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 동네 숨은 보물 세상 속으로절망에서 희망으로 마을마다 작은 기적
나눔 실천하는 착한 사회적기업 5곳 ‘클로즈업’
제77호(2011년 12월12일자) 7면
사회적기업은 이윤이 목적인 일반기업과는 달리 장애우 등 취약계층에 일자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목적을 우선시한다. 양극화 심화, 취약계층 확대 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만큼 사회적기업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주)트래블러스맵은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착한여행’을 추구한다. 국내외 공정여행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으며 전문가와 함께하는 테마교육여행을 진행한다. 트래블러스맵은 국내외 여행을 진행하며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경험을, 지역에는 최선의 기여를, 환경에는 최소의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 여행상품에 팁, 옵션투어, 강제쇼핑이 없다. 여행경비가 지역경제에 환원될 수 있도록 대형호텔이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대신 지역민이 운영하는 업소를 이용한다.
대전민들레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대전시 대덕구 법동 1500여 세대 주민들이 ‘건강한 마을이 건강한 삶을 실현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만든 조합이자 공동체로 국내 대표적인 의료생협이다.
주민들은 자발적인 참여와 협동으로 환자권리장전을 실천하는 병원과 건강생활시설을 만들어 운영한다. 사회구성원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활동이 사회적기업 가치에 부합된다. 이익보다는 지역사회를 위한 보건예방활동이 우선되기 때문이다. -
역시~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우리고장 고택, 전통주 열전
제64호(2011년 9월5일자) 5면
우리 고유의 한옥과 술이 전통문화유산 지키기 운동과 웰빙문화 확산으로 순풍을 타고 있다. 서울 북촌한옥마을은 방문객수를 집계한 2006년 이후 매년 증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매년 2배 이상 증가하고 있어 한옥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주에 대한 국내외 반응도 식을 줄 모른다. 막걸리의 전체 주류 시장 점유율이 2002년 4%에서 올해 16%를 달성하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으며 일본을 비롯한 해외 수출량도 매년 지속적인 증가추세다. 전통주를 배우는 이들은 매년 늘고 있으며 전통주 시장도 매년 확대되고 있다.
서울 북촌한옥마을을 방문한 관광객은 2006년 1만3901명에서 2010년 32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외국인 관광객은 2006년 4000명에서 2010년 8만9000명으로 늘었다. 경북 안동의 고택과 종택을 찾는 체험객들도 증가하고 있다.
안동 치암고택은 체험객을 처음 맞이한 2008년 1410명이 방문한 이래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4240명이 방문하는 등 2011년 5월까지 총 7825명의 체험객이 고택에서 머물렀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술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가양주와 지역별 명주는 일부 ‘주당’들사이에서만 알려졌던 것이 이제는 일반인들도 애용하고 있다.
경주 법주는 경주 최씨 문중에 대대로 전수돼 온 가양주이다. 제법 비전은 맏며느리에게만 전해져온다. 이 술은 술밥과 누룩, 국화, 솔잎을 넣어 100일 동안 익혀 두었다가 걸러낸다. 색깔은 맑고 투명하며 특유의 곡주 냄새와 단맛, 신맛을 함께 지니고 있다.
박형재 기자 news34567@segye.com
- 기사입력 2012.04.13 (금)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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