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 출범 특별기획] ② 지방재정 자립도 높이려면[로컬세계] 지방재정(local finance)은 지방자치행정의 재정적 기반이다. 지방재정의 기본목표는 지역주민의 복지증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살기 좋은 고장을 가꾸어 나감으로써 자치행정 목표를 수행하는 데 있다.
그런 만큼 지역주민의 생활과 지역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민선5기가 출범한 지금, 전국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암울한 상황이다.
"기본 세출 충당할 세목 기초단체로 이전을
지방재정 수요관리 책임 중앙정부에 있어
성과관리시스템 등 도입…자율성 확대 필요
특산물브랜드·지역축제 추진 등 신중 기해야"
평균 재정자립도는 2000년 59.4%에서 2009년 53.6%로 떨어졌다. 광역시의 재정자립도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군 단위 지역의 재정자립도는 같은 기간 22.0%에서 17.8%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손희준 청주대 교수는 지방재정의 취약성에 대해 중앙에 대한 의존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이 8대 2다. 주요 세금인 소비세와 소득세를 모두 국세로 걷고 있고, 그 중에서 우리나라는 부가가치세 중심의 간접세의 비중이 높은 것 또한 문제다”
과도한 중앙집권화의 결과로 대부분의 세금을 국세로 걷고, 이를 다시 지방으로 재배분하는 구조가 지방의 재정 상황을 열악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최근 부가가치세의 5%를 지방소비세로 전환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방재정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당연히 국세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중앙정부 역시 최근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있고, 사회 안전망과 미래성장 동력산업 육성 및 국책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재원이 크게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 의존 심해 ‘말뿐인 지방자치’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6대 4다. 이것도 곧 5대 5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손 교수도 한국도 지방세의 비중이 적어도 6대 4로 나가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단순히 지방세수 규모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지방정부가 지방세를 걷어서 기본적인 재정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현재 재정자립도가 10%도 안 돼서 필요 재원의 90% 이상을 중앙정부나 상급 지자체에서 도움을 받는 게 진정한 지방자치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세출을 충당할 수 있는 세목이 기초단체로까지 이양돼야 한다. 그런 연후에도 재정력이 취약한 지방정부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부족재원을 지원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손 교수는 재원을 두고 중앙과 지방이 갈등 양상을 보이는 것은 국가경쟁력 확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지방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간의 업무를 제대로 구분해야 하는 게 선결과제라고 말한다.
지방정부의 재정 운용에도 문제를 지적했다. 지방재정이 대부분 외부자금으로 충당되니, 단체장은 재원의 출구인 중앙정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예산철이면 기재부나 건교부 등 중앙부처의 문지방이 닳을 정도로 서울로 출장을 간다.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주민들에게는 관심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주민들도 돈이 많으면 좋다고 생각할 뿐,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사용하는 지 관심이 없다”
손 교수는 재정책임이 주민에게서 중앙부처로 옮겨간다는 것을 지적했다.
“중앙정부도 지역의 현안이나 주민들의 수요보다는 중앙부처의 이해관계가 지역에서 시행되기를 원하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지방자치는 말 뿐이고 중앙에 의한 종속과 의존이 심화되어 온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한정된 재원이 지방에서 사용만 될 뿐 그 결과나 성과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손 교수는 결국 재원의 낭비와 중복투자가 반복되는 구조가 지방재정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최근 재정분권이라는 명분 하에 의존재원인 지방교부세와 보조금의 일종인 균특과 광특회계 등을 통해 재원이 이전되는 것을 예로 들었다.
복지수요 대폭 지방으로 떠넘긴 게 빌미
지난해 일부 지자체에서는 직원 월급을 지급할 예산이 없어 지방채를 발행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산 남구는 정부에서 108억원의 교부세를 받을 것을 예상하고 예산을 편성했다가 27억원이 줄어들어 예산이 부족해지자 직원 인건비 지급을 위해 2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지방세로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지자체는 올해 기준으로 절반이 넘는 137개에 달한다. 말이 많던 호화청사 문제도 단체장들의 재선을 위한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결정으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지방재정 자체가 주민들의 자기부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지방정부의 재정 수요관리에 대한 책임의 상당부분은 중앙정부에 있다고 말한다. 더욱이 복지수요를 대폭 지방으로 떠넘긴 상황이다 보니 재원이 없는 지방정부는 이를 빌미로 재원이양을 더욱 요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중앙과 지방이 서로 협력해서 노력해야 한다.
물론 지방정부는 재정이 파국에 치닫지 않도록 악성 채무관리는 유의해야 하고, 지방 단위에서 행해지는 유사, 중복투자는 지양해서 지출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재정확대 및 경제활성화를 위해 특산물브랜드 육성, 지역축제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본을 예로 들면서 우리보다 앞서 제3섹터 방식의 지역경영을 강조하다 대부분 실패한 사례를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한다.
“몇몇 자치단체가 성공한 사례는 알려지지만 수익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민간 영역을 침범해서 시장기능을 왜곡시키게 될 것이 우려된다. 자칫 특혜와 정경유착이나 지역토착세력과의 제휴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4대강 사업 등에 무리하게 재원을 투입하면서 지방정부의 재정자립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국책사업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은 당연히 재원부족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지방정부의 국비가 축소되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2008년과 2009년 경제살리기를 위한 예산조기 집행과 감세정책으로 지방교부세의 재원인 내국세가 줄어들고 소득세와 법인세율 인하로 지방세인 주민세 등이 감소되었고, 종합부동산세의 과세대상을 축소하는 바람에 부동산교부세가 줄어들어 지방정부가 직접적인 감세여파를 받았다고 말한다.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등으로 비수도권 지역이 크게 반발하자 올해부터 지방소득·소비세가 도입됐다. 결국 중앙이 지방에 어느 정도의 재원을 내놓을 때는 이미 지방의 재정 사정이 크게 악화된 후다”
중앙과 지방, 지역주민 인식전환 필요
손교수는 지방정부가 기본적인 세출은 자기부담의 원칙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과감한 세원이양과 세목 재배분이 이뤄져야 하며, 단체장도 중앙이 아닌 주민들에게 재정책임을 지려는 인식전환이 요구된다면서 민선 5기의 지방재정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중앙과 지방 간의 기능 및 사무재배분에 검토가 요구된다. 왜냐하면 전 세계적으로 지방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이에 따른 재원의 연계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물론 광역과 기초 간의 기능배분도 포함해서 검토되어야 한다.
둘째, 중앙정부의 시각이 변해야 하며, 지방에 대한 역할이 변화해야 한다. 지방소비세 확대 등을 통한 세원이양과 중복적인 국고보조금을 (가칭)통합 성과관리시스템을 통해 포괄보조금화 해 지방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 물론 지방의 책임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
셋째, 지방정부의 역할은 ‘자율성의 확대에 따른 책임성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이 스스로 ‘자기부담 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과세자주권 측면을 강화해야 한다. 세율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과표와 과세대상 확대로 재원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
동시에 재정운영에 있어 채무관리의 적정성, 효율성 확보를 위한 경비절감 노력, 재정관리의 효율적인 운영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민선 5기는 앞서의 기간과 크게 변화된 측면이 있다. 단체장과 의회가 경쟁할 수 있고, 교육감과 단체장의 정당이 서로 다른 양상이다. 즉 근본적으로 갈등과 견제를 내재하고 있다. 따라서 수직적인 재정조정제도가 크게 삐걱거릴 수 있다. 이러한 갈등과 반목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
뉴스룸 = 오주환 기자 hiskorea@segye.com
- 기사입력 2010.07.12 (월)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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