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많은 정당공천 폐지, 투명한 경선제 실시
지방교부세 인센티브로 세수 확보 노력 필요
사무 조례 직접 재정 등 지방의회 권한 확대
주민의견 수렴한 안정·지속적인 정책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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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세계] “지방자치권이 주어진 지방정부는 아무리 작고 시시한 일이라 하더라도 주민의 생활과 직접 관련한 가치를 배분하는 정책결정의 주체가 된다” 한상우 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장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반영한 지방의 자주 재정ㆍ행정ㆍ입법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중앙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지역민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지방정부 역할 강화를 위한 법ㆍ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한 소장을 만나 우리나라에 지방자치가 실시되기 전부터 올바른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 연구ㆍ교육을 수행중인 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를 알아보고, 바람직한 지방자치제도 발전 방안을 들어봤다.
▲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를 소개하면
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는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1987년 설립돼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학술적 연구·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소의 설립 목적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독일의 선진화된 지방자치 관련 제도를 연구·도입하는데 있다. 연구소는 1986년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과 한양대가 지방자치연구 협약을 맺은 이듬해 설립됐다.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은 독일의 국가 예산으로 전세계 50여국에서 시민교육을 실시한다. 우리나라에서 파트너를 찾던 중 한양대와 협약을 맺고 지방자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두번째 목적은 1980년대 후반 민주화에 대한 시민의식이 성숙해진데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시행을 담은 ‘6.29민주화선언’이 발표된 이후 1991년 지방선거 실시가 확정되기에 이른다. 당시 사회적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이론·제도적인 연구가 절실했다. 연구소 설립은 당연한 정치적 요구였다. -
▲연구소의 주요활동과 업적은
지방자치에 대한 역사적, 비교적, 국제적 연구로 지방자치 학술발전에 공헌했다고 자부한다. 1987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지방자치 정책세미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 문제를 다루는 학술적·정책적 토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지방자치 실시 전부터 지방의원 후보자 등을 대상으로 독일의 선진화된 지방자치를 벤치마킹할 목적으로 최근까지 13차례에 걸쳐 독일 현장을 방문함으로써 지방자치를 발전시켜왔다.
이는 국내 광역시·도를 돌며 지방자치의 경험·의식을 확산시킨 순회세미나와 함께 국민에게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방자치 국제세미나’도 빼놓을 수 없다. 세미나에는 미국을 비롯한 유럽, 아시아 등지의 저명한 학자가 참가해 지방자치의 제도적 문제, 민주주의 과정의 문제, 시민사회·환경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지방자치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고 지방자치 관련 정책대안과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민선 5기까지 지방자치를 평가하면
우리 국민의식과 경제성장에 비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 원인을 꼽는다면 선진화된 법·제도적 기틀을 갖추기 위한 개혁이 더딘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 등 관련법이 지방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권한을 이양하는 과정이 마지못해 나눠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국회 역시 마찬가지다. 일례로 지난 17대 국회를 들 수 있다. 17대 국회는 일선 자치단체장들이 대거 입성한 국회였다. 국민들은 17대 국회에서 지방자치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이 도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기대감은 이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17대 국회에서 도입된 ‘주민소환법’의 경우 단체장·지방의원 등 개인에 대한 제재장치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에 대한 평가도구인 것처럼 알려진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국민들이 자치단체의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치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도 ‘정당공천제’ 논란이 일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정당정치를 하는데 이견이 없다. 정치는 어느 부분에 중심을 두고 정책을 펼쳐 나가냐 하는 가치배분의 문제다.
한 사안에 대해 따지고 싸우고 협의하는 것이 정치다. 이런 면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정당에 참여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는 얘기다. 지방에서도 정당의 참여와 역할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당공천제는 성숙치 못한 선거행태로 인해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급기야 국민들이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지경에까지 왔다. 정당공천제는 민주주의에서는 책임정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을 잘못 운영한 사람들의 책임이 컸다. 현재 정당공천제 폐지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정당공천제는 공천권을 행사한 개인이나 집단의 하수인을 뽑는 것이 아니다. 공천에 있어서의 투명성과 자치단체장·지방의원 역할의 보장. 개인의 특정인에 의한 공천을 제거해야 한다. 정당공천제는 원칙적으로는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성숙하지 못한 정당정치와 선거문화로 정당공천제가 폐해를 낳고 있다.
정당공천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함은 물론 정당의 존재와 역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개선책이 필요하다. -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복안은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한 경선제도의 전면적인 시행이다. 모든 공천과정이 당원과 주민들에게 가감 없이 공개돼야 한다.
한나라당의 경우 공천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공천이란 명목으로 당에서 사람을 걸러낸다는 것은 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볼 수 있다.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서는 전면적인 경선이 될 수 없다.
정당의 이름을 걸고 당원을 뽑는다는 마음으로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당리당략에 의해 국민들을 무시하는 개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정치권에서의 정당공천제 논란은 일관된 논리에 의하기보다는 그때 그때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파행적으로 이뤄져 왔다. 더욱이 후보자 공천과정에서의 비리문제와 공천권자에 예속되는 지방의원들이 있는 한 우리나라 지방자치에서 정당의 바람직한 역할은 기대할 수 없다. -
▲지방정부의 열악한 재정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재정규모는 증가했다. 그러나 국가재정과 지방재정의 6 대 4 비율은 변하지 않았다. 이는 중앙정부 재정이 지방정부로 이양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선진국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비율이 4 대 6 또는 반반이다. 근본 원인은 국세와 지방세의 세수 배분이 아직도 8 대 2를 유지하는데 있다. 세금을 내면 세목이 큰 것은 다 국세다. 세금이 국세위주로 편성되다보니 지방의 자주재원이 약화되기에 이른다. 그렇다보니 지방정부는 매우 취약한, 영세적인 재정규모를 갖게 된 것이다.
지방자치권의 3대 원칙 가운데 하나가 ‘자주재정’이다. 취약한 지방재정은 결국 지방자치권의 약화를 가져온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이전재원을 지원할 때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군 단위 자치단체의 평균예산이 3000억원 가량인데, 이 가운데 단체장 권한으로 집행할 수 있는 경상비를 포함한 투자성 경비가 300억원에 불과하다. 그만큼 단체장이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중앙정부의 지방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통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사업 타당성에 대한 심사평가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
▲자주재정권의 확립을 위한 선결과제는
국세를 지방세로 과감하게 이양해야 한다. 올해부터 도입된 지방소비세가 실질적으로 지방세원을 확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는 세부적인 지원이 아니라 포괄보조금을 확대해 재정집행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 밭이 커져야 수확이 많아지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지자체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한편 그렇지 못한 지자체에 대해서는 좀 더 생산적인 재정지출 노력을 촉구할 수 있는 페널티를 부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세를 지방세로 주는 ‘지방교부세’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중앙정부는 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을 늘리다보니 지방교부세를 계속 증가시키는 추세다. 지방정부의 세수확보 노력에 따른 인센티브로 지방교부세를 활용한다면 지방재정 효율성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
▲지방의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방의회의 역할에서 강조돼야 할 것은 ‘조례입법’ 기능이다.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 분위기로 인해 국회에서 마련되는 법이 최고 우선순위를 갖는 분위기다. 법의 기능을 조례에 위임하는 입법태도를 강화함으로써 지방의회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즉, 법률위주의 입법태도에서 벗어나 지방의회의 조례재정 권한을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지방 사무에 대해서는 조례로 정할 수 있는 여지를 확대해야 한다. 이는 국회의 입법 권한을 지방의회에 이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 사무는 중앙정부가 맡는 한편 주택과 도로, 복지, 교육, 치안 등 지방 사무는 지방정부가 처리하는 분업의 원리를 실현해야 한다.
국회 심부름만 하는 지방의회를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의 지방정부에 대한 통제와 간섭, 승인, 보고를 줄일 수 있다. 일례로 1993년 청주시의 ‘정보공개 조례’는 지방정부가 행정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것인데, 중앙정부로까지 파급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지방정부가 재정할 수 있는 조례의 범위는 굉장히 넓다. 각 지역에 꼭 필요한 조례를 지방의회가 재정함으로써 직접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
▲최근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각 지자체별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행정구역은 행정적 경계성의 특성뿐 아니라 사회·문화·역사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단순히 경계를 조정하는 것이 아닌 공간의 합리적인 가치배분과정인 것이다. 다만 행정구역 개편이 지자체의 비효율성 우려에 따른 중앙집권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기능의 약 70%가 중앙정부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시·도 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를 포함한 지방정부의 정부기능은 3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서유럽국가보다 분권화수준은 낮지만 지방정부의 정부기능 분담율이 40% 수준이다.
이러한 점에서 행정구역 개편은 총체적인 행정쇄신과 국정개편작업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인구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자치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규모만 키우는 것은 자치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중앙정부·국회가 나서서 추진한다는 것은 지역민들의 의지가 얼마나 반영됐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
▲민선5기에 한마디
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한 행정의 안정과 지속성을 주문하고 싶다. 지역 발전을 위한 장기 정책들이 분절되는 현상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당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다고 해서 시민들이 지속되길 바라는,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한 행정이 변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과 함께 가는 자치가 필요하다. 시장과 시민의 단절을 볼 수 있는 것은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주민투표제’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민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서는 주민투표 등 의견수렴을 위한 방안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필요가 있다. 주민투표제의 정신을 살려 주민들이 원하는 시정을 펼쳐야 한다.
의견수렴을 위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해 달라는 것이다. 민선5기에서 자주재정과 자주행정, 자치입법의 지방자치 3대 원칙이 실현되길 기대한다.
뉴스룸 = 이진욱 기자 jinuk@segye.com
- 기사입력 2010.08.20 (금) 15:55, 최종수정 2010.08.20 (금)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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