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선거의 해’다. 이미 대만과 러시아에서 선거가 실시됐으며 미국 프랑스 등 각국에서 총선과 대선이 실시된다. 일본도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의 가능성이 높다. 선거 시즌이 되면 정부와 여당은 경기를 자극하려고 적극적인 팽창정책을 펼친다. 선거 결과로 정권이 교체되면 한 나라의 기본정책은 바뀐다. 국제적으로도 큰 영향을 준다.
이처럼 선거와 경기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선거가 경기순환의 요인이라는 주장을 ‘정치적 경기순환론’이라고 한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처럼 거대 양당이 경쟁하는 정치체제에서도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정책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어느 당이라도 집권 여당과 대통령은 선거 전에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경제를 호황으로 보이려고 노력한다. 확장적인 재정금융정책을 발동해 경기를 과다하게 자극한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적인 재정금융정책으로 전환해 불황을 초래한다. 유권자는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선거 전 경기가 좋으면 선거 후에 불황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집권당은 당장 지금의 호황에 기분이 좋아져 현 정부 여당에 투표한다고 예상한다.
특히 미국은 실업률과 고용동향이 현직 대통령의 재선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정부 여당과 현직 대통령은 선거의 해에 고용을 늘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거시경제정책을 취하게 된다. 반면 영국과 일본처럼 의원내각제 국가는 여당이 의회 해산권을 갖고 있다. 여당은 마음대로 중의원 해산시기를 정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에 맞춰 경제상황을 좋게 하기보다 거꾸로 선거 시기를 호황기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이념이 다른 정당 간의 정권교체도 경기순환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런 주장을 ‘당파적인 경기순환론’이라고 한다.
다른 이념을 가진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다른 정책을 실행한다. 예를 들어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정당과 미국의 민주당은 보수정당(공화당)에 비해 큰 정부를 지향해 확장적인 거시정책을 선호한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 비용을 경시하는 정책을 채택해 고소득자로부터 저소득층에게 소득을 재분배하는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 반대로 미국 공화당이나 영국 보수당 등은 작은 정부를 지향해 감세나 규제완화를 실시하려 한다. 당파적 경기순환에 따르면 정권교체에 따른 정책 변경은 민간 경제에 큰 충격을 준다.
실물경기에 주는 충격은 일시적이더라도 환율, 주식 등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정권 교체에 따른 충격의 크기(당파적 경기순환의 폭)는 두 정당간 이념 차이에 비례한다. 두 정당이 물가상승률이나 성장률에 대한 입장이 다를수록 경기에 주는 충격은 커진다. 결국 선거는 거시경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접전을 보이는 선거는 그 결과를 사전에 예상하기 어려워 거시경제에 주는 충격이 더 크다.
기업과 가계는 미래의 경제상황을 예상해서 의사결정을 하는데, 박빙의 선거는 감세나 사회보장 같은 선거 후의 정책을 정확히 예상할 수 없다. 최근에는 여론조사와 투표소 창구조사를 통해 공식 선거결과가 나오기 전에 결과를 예측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조사는 주가 동향이나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정보를 조작할 수 없도록 감시할 필요가 있다.
당장 코앞에 닥친 4.11 총선을 앞두고 지역별 공약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온다. 이번만큼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역 후보자 공약에 구체적인 재원조달 마련 계획이 들어있는지 잘 살펴보자. 뉴타운·재개발 계획 같은 공약(空約)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국회의원들을 구조조정하려면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부동산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동산 투자에 있어 현금 유동성이 어렵다는 것은 상식으로 치더라도 경기순환에 따라 부동산 가격은 시시때때로 변하기 때문에 정확한 매도, 매수 시점의 구분이 어렵다. 따라서 부동산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장기투자라는 마음으로 푸근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은 또 정부 정책에 의해 가격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지난날 부동산 경기 양상이 어떠했는지 공부하고 연구해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돌이켜 보면 부동산 정책은 경기와 맞물려 일정한 주기를 그리고 있으며 그 주기는 정부 주도로 부동산 경기 과열 현상이 나타나면 묶었다가, 경기가 침체되고 내수 경기가 어려우면 풀어 주는 반복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분석하고 이해한다면 실패하지 않는 투자가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본다면 투자를 해 손해를 봤다는 사람들은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해 내릴 때 팔고 오를 때 사는 우(愚)를 범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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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12.03.23 (금) 19:54, 최종수정 2012.03.23 (금)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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