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과 부동산 거래 실종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경제적 쇼크가 나타나고 있다. 이 쇼크는 민생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위기까지 몰고 왔다. 부동산 관련 세수(稅收)가 크게 줄어든 지자체는 당장 하반기에 지출할 사업비가 부족해 각종 기반사업도 ‘올스톱’할 처지에 있다.
월급 주기도 힘든 지자체 무려 38곳
최근 빚더미에 올라 직원 급여를 체불하는 사태가 벌어진 인천광역시. 직격탄은 부동산 경기침체다. 4일 현재 인천시의 올해 지방세 징수 실적은 4532억원으로 전년 동기(5479억원) 대비 947억원이나 줄었다. 부동산 거래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거래세인 취득세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1월 기준 시의 취득세 수입은 547억7000만원으로 작년 같은 달 989억8900만원에 비해 44.7%나 감소했다. 취득세는 시 연간 재정에서 40% 이상을 차지한다. 결국 시는 현재 건설 중인 도시철도 2호선 사업과 관련해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공기(工期) 내 완공이 불가능하다”며 공개 SOS를 보냈다.
이처럼 지자체들의 재정난이 우려를 넘어 유동성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다. 자체 수입으로는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하는 기초단체들이 전국에서 38곳이나 된다. 이 가운데 전남에만 11곳이 몰려 있다. 전남 강진군의 자체 수입은 연간 200여 억원인데 직원 인건비는 280여 억원이다. 세수입이 든든한 단체들도 무리한 개발사업으로 위기에 몰려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 등에 돈이 물린 성남시는 2년 전 처음으로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을 빚었다. 경전철 사업으로 5000억원 대 빚더미에 앉은 경기 용인시는 최근 4420억원의 지방채 발행을 정부에 신청했다. 올 예산의 30%가 넘는 액수이지만 경전철 공사비(5159억원)를 제때 주지 못하면 시 재산이 압류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경기 화성시는 작년 10월 완공한 종합경기타운으로 재정 파탄 위기에 몰렸다. 매머드급 경기장을 자체 예산(2870억원)만으로 건설하려다 지난 수년간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것이다.
빚은 지자체들의 행정을 옥죄고 있다. 2조4000억원의 빚을 진 대구시가 올해 원리금 상환에 쓸 돈만 4531억원이다. 쓸 곳은 늘지만 세수는 줄고 있다. 일반회계 예산의 60%가 사회복지비인 인천 부평구는 작년에 직원들 월급 3개월치를 마련하지 못해 쩔쩔 맸었다.
복지비 증가도 목을 죈다. 광주 남구청은 작년에 월급을 편성하지 못했다.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비가 우선 배정된 탓이다. 경기도는 올해 저소득층용 임대주택 물량을 돈이 없자 800가구에서 100가구로 축소했다. 정치인 단체장들의 선심성 ‘한건주의’가 재정 파탄을 불러왔지만 보다 큰 원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각종 지역 개발사업의 중단에 따른 세수 급감에 있다.
천안시, 취득세율 절반 인하 부동산 살려
부동산 거래도 살리고 지자체의 건전 재정을 이룩할 방안은 없는가. 있다. 대표적 사례가 충남 천안시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로 지방세 징수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천안시의 지방세 징수액은 2009년 5190억원, 2010년 5593억원(7.2% 증가), 2011년 6178억원(10.5%)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세종시발(發) 부동산 열풍에 분양과 주택거래가 꾸준했던 천안시에선 취득세 징수액이 2009년 813억원에서 2011년 1849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2010년 5489가구에 달했던 미분양 아파트 가운데 3627가구가 대거 소진된 영향이 컸다.
일부 지자체들은 “취득세를 줄이면 세수 감소효과 때문에 재정난이 심해진다”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지만 거래가 살아나면 거래증가 효과에 따른 이득이 훨씬 커질 수 있음을 반증한다. 천안시 사례에서 보듯이 취득세 감면은 오히려 시장 거래 활성화에 바로 연결된다.
부동산 ‘침체’ 벗어나려면 정부·지자체 대책을
주택거래시장 정상화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정치권은 총선에서 부동산 거래 정상화를 위한 선거공약 하나 내놓지 못했다. ‘부자당’이라는 꼬리표에서 나오는 민심이반을 우려해서다. 기획재정부나 국토해양부 등 주무 부처는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느라 △서울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영구 폐지 같은 활성화대책 기본 골격을 정해 놓고도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 바닥을 치고 올라온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선 시장이 원하는 규제를 먼저 해제해야 한다. 시장의 관심은 강남투기지역 해제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완화에 집중돼 있다. 기재부 등 정부와 정치권이 우려하는 부채 증가 문제와 관련해선 오히려 거래 활성화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조금만 더 가면 시장은 백약이 무효인 회복 불능의 ‘코마’(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신속한 대책마련을 해야 할 것이다.
moon4758@naver.com, 010-9758-2789
- 기사입력 2012.04.27 (금) 10:24, 최종수정 2012.04.27 (금) 10:23
- [ⓒ 세계일보 & local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