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 사무관은 ‘지방행정의 꽃’이다. 실무와 관리의 중심에서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지역민의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 정책을 입안한다. 좋은 정책은 곧바로 지역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방자치 성공 열쇠를 쥔 숨은 조력자로 불린다. 5급 사무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개선방안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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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염성욱
(행정안전부 지방행정국 자치제도과 사무관)
박정화
(충남도 기업지원과 기업유치팀장)
이경국
(경북도 청송군청 총무과장)
이수복
(서울 마포구청 공보관광과장)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실무·관리의 중간자로서 실천과제는?
염성욱 : 실무자는 업무를 하다보면 자신의 업무에 매몰돼 전체적인 그림을 놓치기 쉬우므로 이를 잘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 관리자는 현장 분위기나 실무에 있어서의 문제점 및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간과하기 쉽다. 실무자와 관리자 간의 이러한 업무한계를 보완·중재하고 매개하는 것이 사무관의 역할이다.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한 과제들의 상당수는 현장에 답이 있기에 현장의 목소리가 정확히 반영될 수 있도록 간담회, 워크샵 등을 개최하고, 지방행정 현장을 방문해 그 내용을 전달하는 것들도 하나의 실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박정화 : 지역에 생활기반을 둔 사무관들은 누구보다도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으므로 지역민을 위한 실질적 정책 입안기능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
이경국 : 본인이 곧 자치단체장이라는 주인의식을 갖고 소신 있게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상사가 의사결정을 바로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보좌도 필요하다.
이수복 :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현장 상황에 맞게 수정·보완하면서 계획대로 일을 추진하는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일의 추진과정에서 돌발적으로 나타난 문제점은 종합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일도 중간 관리자인 사무관의 역할이다. 집행결과를 재검토해 다음 정책 수립 시 반영하도록 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염성욱(행정안전부 지방행정국 자치제도과 사무관,左), 박정화(충남도 기업지원과 지업유치팀장) 5급 사무관으로 근무하며 느꼈던 보람과 고충은?
염성욱 : 가장 큰 보람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각종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많은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지자체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생활 속 불편 등을 해결하기 위해 개선방안을 만들고, 법령 제·개정 작업을 추진한다. 실제로 운영되는 과정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 고충은 다양한 생각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일이다. 제도 업무의 특성상 정답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도 많다. 현실과 지향점간에 괴리가 있는 경우도 안타깝다.
박정화 : 충남도의 중부권 내륙 화물기지 유치와 대륙지방산업단지 내 산업용지 154만평을 분양했던 일, 천안 신부지구 외 2개 택지 총 945필지 분양 성과를 거둔 일 등이 기억에 남는다.
이경국 : 대외 출향인과 청송군의 인적네트워크 구축으로 군정 전반에 걸쳐 적극적인 협조체계 마련한 것이 큰 보람이다. 고충은 인사 배치 과정에서 본인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없어 원망과 불평을 듣는 것이다. 승진에서 누락된 직원과 인간관계에 금이 가는 경우도 가끔씩 있다.
이수복 : 1980년대 초, 공직생활 초기에 사회담당으로 어려운 가정에 쌀, 학비 등과 의료혜택을 지원해 준 적이 있다. 그 가족의 자녀가 성공하고 수소문 끝에 나를 찾아내 고맙다는 전화를 했다. 30년 만에 이뤄진 재회에 보람을 느꼈다. 반면 한정된 예산 때문에 계획했던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할 때 어려운 심정을 느낀다. -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생각하는가. 전문성 확충 노력은?
염성욱 : 아직 경력도 짧고, 부족한 점이 많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각종 제도의 핵심이 되는 법령과 판례, 학설 등을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논문, 학술지 등을 통해 학계와 해외 동향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박정화 : 2006년부터 현재까지 기업유치 담당 사무관으로 일하면서 기업이 잘 돼야 국가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하게 된다는 믿음을 지켜왔다. 서울·경기·인천 등 지구 6바퀴 반에 해당하는 27만㎞의 거리를 오가며 쉼 없는 분석과 도전정신, 5년 여의 노하우를 통해 다져진 협상 능력 등으로 2007년부터 5년 연속 기업유치 전국 1위 성과를 이뤘다. 2006년~2011년까지 16조9424억원의 신규투자와 11만5750명의 고용창출을 이끌어 내 투자유치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이경국 : 현재 근무하는 분야는 공무원 경력의 3분의 1 이상을 일한 분야다. 감히 최고의 전문가라고 자평한다. 끊임없는 업무연찬과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통해 군정의 창구역할을 해오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것이다.
이수복 : 법무업무에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 습득한 법률지식과 행정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사건을 승소해 불필요한 예산지출을 막을 수 있었다. 15권이 넘는 ‘알기 쉬운 법무도서 시리즈’를 실무중심의 소송과 법제 교육책자로 만들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소송 및 법제 강의를 했던 일들도 보람으로 남는다. 이론과 행정실무가 결합되도록 노력하고 있다.이경국(경북도 청송군청 총무과장,左), 이수복(서울 마포구청 공보관광과장)
지자체간 공직자 교류, 상·하급 기관간 소통의 문제는?
염성욱 : 이런 현상들은 지방자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자치단체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무조건 소통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 오히려 중앙부처와 자치단체가 협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제도화된 공간을 좀 더 활성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정화 : 공직자 교류 부족은 도와 시·군 공무원간 신분적 차이와 거주지 이전, 자녀교육문제 등 환경 변화에 따른 부담감 때문으로 판단된다. 상급기관과의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전국적, 지역적, 정책 공간 범위 차이로 정책의 경중·완급의 체감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이경국 :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은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에 대한 애착심과 노력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철저한 준비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수복 :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시와 각 자치구간 인사교류 협의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런 인사교류 협의가 내실 있게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민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에게 바라는 점?
염성욱 :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다. 그간 재정건전성 악화, 조직·인사 운영 비리 등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짧은 기간 많은 성과와 발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도 자치행정의 책임성을 확보하고,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민선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은 지방자치의 양대 축인 만큼 그동안 쌓아온 성과를 바탕으로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된 지방자치를 구현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계속해주기를 기대한다.
박정화 : 시대변화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주요 바람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살리기, 사교육비 절감정책 등을 펼쳤으면 한다. 지방의원에게는 지역민의를 반영한 입법을 통해 지역 발전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길 기대한다.
이경국 : 차기 당선을 염두에 두고 영향력 있는 집단이나 개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지역발전의 백년대계를 위한 군정을 소신 있게 펼쳐가길 바란다.
이수복 : 자치단체장을 정점으로 하는 집행기관과 주민의 대표이자 의결기관인 지방의회가 모두 편견을 버리고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상호 이해와 긴밀한 협조를 해야 한다. 주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로컬세계 = 이창재 기자, 주영욱 기자, 김장수 기자, 신상미 기자
- 기사입력 2012.04.13 (금) 19:00, 최종수정 2012.04.13 (금)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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