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완강’, 최상목 권한대행 수리할 수밖에
윤석열 대통령 측과 사전 협의 없어
‘尹 관저 경호책임’, 김성훈 경호차장 지휘
경호처 균열 서막일 수도

[로컬세계 = 전상후 기자]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오전 경찰 비상계엄특별수사단(특수단)에 출석하기에 앞서 비서관을 통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 수리된 사실이 이날 오후 뒤늦게 알려졌다.
사직 의사가 워낙 강해 최 대행이 만류했지만 소용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경호는 김성훈 경호차장이 ‘경호처장 대행’ 역할을 하는 체제로 전환, 경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경호처 관계자는 이날 오후 “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 경호 조치가 이뤄지는 것은 기본적인 원칙이며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박 경호처장의 사직서 제출은 윤석열 대통령 측과 ‘사전 협의’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호처장이 돌연 사직한 사실이 전해지자, 이날 오후 5시경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탄핵반대’ 집회를 이어가던 대통령 지지자들은 당혹스러워하며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박 처장은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철통 방어해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렸다.
이날 관저 인근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 지지자 집회에 참가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무대에 올라 보수 성향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했다. 윤 의원은 “경호처 한 명 한 명이 경호 실력을 갖춰 대통령을 경호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호소했다.
현장에선 “경호처장 없어도 우리가 지키면 된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앞서 박 처장의 사직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관저 앞 윤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뉴스속보를 휴대전화로 보고 있던 50대 남성은 “믿고 싶지 않다. 경호처장이 관두면 끝나는 거 아니냐”라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집회장소인 루터교회 앞 벤치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60대 남성도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다. 박 처장 팬클럽에도 들어가려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60대 여성은 “국회의원이 안심하라고 해서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며 “대통령도 탄핵 소추된 상황에서 국회의원 한 명이 안심하라고 해서 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박 처장의 사직을 ‘헌신’으로 평가하며 두둔하는 지지자도 일부 있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들고 있던 50대 여성은 “우리나라 법률에 따르기 위해 하는 헌신이었다고 생각한다” 말했다.
한편 대통령경호처는 이날 오후 “박종준 경호처장이 오늘 오전 경찰 소환 조사에 출석하며, 비서관을 통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 최 대행이 수리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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