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곡 발표회 후 관객과 함께 한 양승혁 작곡가(가운데). |
[로컬세계 = 글·사진 전경해 기자]지난 7일 춘천 축제극장몸짓에서 양승혁의 첫 번째 작곡발표회 ‘승혁이의 음악일기’가 열렸다.
강원문화재단의 전문예술지원사업에 선정돼 개최된 자폐 청년 양승혁의 발표회로 장애와 비장애가 함께하는 소통의 한마당이었다. 작곡가 양승혁과 가족, 신현상 대표이사, 김별아 강원문화재단 이사장, 문화예술인들과 강원명진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참석했다.
양승혁(23)은 생후 17개월까지 걷지 못하고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자폐 진단을 받았으나 모차르트의 피아노 연주에 흥미와 편안함을 느끼며 예술적 감성을 드러내는 아이였다. 자폐 진단 후 소근육 운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시작한 피아노 연주에서 그의 재능을 발견했다. 고교 2년부터 일기처럼 곡을 창작해 왔다. 양 작가는 어머니 이수경씨의 절대적인 사랑에 힘입어 재능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그의 음악은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이며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다.
▲ 작곡가 양승혁씨와 어머니 이수경씨. |
양 작가는 2019년부터 병원과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국회 및 전국의 초중고를 방문, 자선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 KBS 사랑의 가족 ‘거위의 꿈 멘토를 만나다’ 출연, 이듬해 헝가리와 크로아티아 국제교류 음악회 참석 등 다양한 음악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날 발표한 양 작가의 음악은 고교 시절부터 작곡해 온 여덟 곡의 작품이다. 2부 공연은 그의 멘토가 된 작곡가 윤지훈 강원대 교수, 이주연 첼리스트와의 협연으로 이어졌다. 앙상블 ‘말랑’이 특별출연해 윤 교수가 편곡한 양 작가의 작품을 연주했다.
▲ 김별아 강원문화재단 이사장, 양승혁 작곡가(왼쪽부터). |
김별아 이사장은 “지난해 양 작가의 작품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며 “그는 자기 세계에 갇혀있지 않고 세상속으로 들어오는 큰 힘을 가진 아름다운 정서를 가진 청년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 발표회가 양 작가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가을밤, 그의 음악을 함께 즐기길 바란다”고 했다.
▲ 작곡 발표회를 마치고 협연 연주자들과 함께(오른쪽에서 두번째 양승혁 작곡가). |
양 작가는 인사말을 통해 “연주하면서 순간순간 떨리고 내면이 꽉 차는 행복한 느낌이다. 여러분도 그런 충만함을 느끼기를 바란다”며 “윤지훈 교수님의 편곡으로 혼자가 아닌 함께 어울리는 음악을 할 수 있어 더 좋다. 비장애인, 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양 작가는 “음악이 내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작품 ‘이모의 결혼식’은 이모를 보내는 슬픈 마음을 담아 선물한 축가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던 시기에 선생님이 보내준 컬러링 북과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며 색연필이 춤추는 것 같다는 영감을 받아 ‘파버카스텔 폴카’를 작곡했다.
그는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감정과 일상의 순간들을 음악 일기로 기록했다. 현재 강원대 음악학과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있으며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식개선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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