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차장부터 빨리 체포하세요” 부탁
베테랑 형사들 당황케 해

[로컬세계 = 전상후 기자] 대통령실 경호처 소속 실무경호요원들이 1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조본의 2차 체포영장 집행과정에서 별 저항 없이 길을 열어주는 모습을 보이며 사실상 협조했다.
이날 경호처는 지난 3일 1차 집행 당시 경호처 요원들과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병력 200여명이 공조본 검사와 수사관들의 진입을 막아섰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새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특수단 수사관들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경호처 요원들의 특별한 저항은 전혀 없었다. 이에 따라 경찰 체포조 수사관 수백명은 1·2·3차 저지선을 무리 없이 통과했다.
1차 저지선에서는 사다리를 이용해 버스를 넘어섰고, 2차 저지선은 버스 차벽을 피해 우회했다. 3차 저지선 역시 버스로 막혀 있었으나 철문 옆 초소를 통해 진입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 요원들은 몇 명 외에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수사관들이 1차 저지선에 설치된 철조망을 절단하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제지가 없었다.
현장에는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공수처와 사전 협의를 진행한 경호처 인력이 일부 배치됐을 뿐이었다. 대부분의 경호관들은 관저 내 대기동에 머무르거나 아예 휴가를 사용해 출근조차 하지 않은 채 집행 저지에 나서지 않았다.
일부 직원은 1차 저지선을 통과해 올라오는 체포조 수사관들에게 길을 안내하며 “김성훈 차장부터 빨리 체포하세요”라고 부탁조의 말을 하며, 사기가 저하된 경호처 내부 분위기를 전해 되레 수사관들이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내부에서는 전날은 물론 이날 새벽까지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 핵심 지휘부는 '영장 집행을 무력으로라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마지막까지 고수했으나 이를 지지하는 중간간부들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훈 처장대행은 경호요원들에게 “불법 영장 집행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며 여론전을 펼쳤지만, 대부분의 경호관들은 이에 동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의 한 중간 간부는 “이번 집행을 막지 말아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많아 중간간부들이 경호처장 대행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며 “중간 간부들이 부하 직원들에게 절대 나서지 말라고 지시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장 집행이 무력 충돌 없이 진행된 배경에는 경찰 특별수사단이 사전에 진행한 심리전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지난주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며 경호처 내부의 온건파와 강경파 간 분열을 감지했다.
이후 특별수사단은 박 전 처장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도 하지 않았으며, “영장 집행에 협조하는 직원들에게는 선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는 동시에, “저지하는 직원들은 현행범으로 체포해 여러 경찰서로 분산 수송해 조사하겠다”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례적으로 작전 계획을 공개하며 경호처 내 저항 의지를 약화시키는 전략을 펼쳤다.
공수처도 관저 진입 시 현장에서 “체포영장 집행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을 방해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경고를 확성기를 통해 하며 선전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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