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촉진지구 1.25㎢ 운영…기업 644개사로 지정 당시보다 161개사 증가
지식산업센터 중심 추가 지정 추진…기업 집적과 세제 혜택 확대 모색
수도권 규제에 막힌 산업공간 확보 총력…경기도·중앙정부에 제도개선 건의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 기업을 유치하는 것만으로 지역경제가 저절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창업한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를 받아 시장을 넓힌 뒤, 지역에 자리를 잡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산업 생태계가 완성된다. 기업이 머물 공간과 성장 단계별 지원이 함께 갖춰져야 하는 이유다.
고양특례시가 벤처기업 육성과 산업공간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과제와 맞닿아 있다. 서울과 인접한 입지, 방송영상·바이오·콘텐츠 등 미래산업 기반을 갖췄지만, 수도권 규제와 부족한 공업지역은 기업의 입지 확대에 제약으로 작용해 왔다.
고양시는 올해 4월 벤처기업 육성·지원 조례를 제정해 정책 추진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기업 인증부터 기술 지원, 자금 조달과 판로 개척까지 지원을 연결하고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 확대와 공업지역 물량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개별 사업을 늘리는 데서 나아가 기업이 지역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조례를 기반으로 창업부터 판로까지 성장 단계별 지원
고양시 벤처기업 육성 정책의 출발점은 지원 체계를 정비하는 일이다. 시는 조례에 근거해 벤처기업육성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지원사업을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성장 단계와 수요에 맞춰 정책을 연결하기 위해서다.
초기 기업이 넘어야 할 관문 중 하나는 벤처기업 확인이다. 인증은 기업의 기술성과 성장 가능성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수단이자 각종 지원제도와 연계되는 출발점이지만, 신청과 재확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시는 관내 중소기업이 신규 벤처기업 확인이나 재확인을 받을 경우 수수료의 약 60%, 기업당 최대 36만원을 지원한다. 올해 상·하반기에는 21개 기업에 총 712만원을 지급했다. 벤처기업의 진입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향후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 확대에 필요한 기업 기반을 넓히려는 취지다.
창업과 기술개발 단계에서는 지역 내 창업·산업 지원기관을 활용한다. 28청춘창업소와 동국대·한국항공대 창업보육센터, 고양문화창조허브 등이 창업 공간과 교육, 컨설팅을 제공한다. 산학연 113개 기관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술닥터사업은 기술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현장 문제 해결을 돕는다.
자금과 시장 진출 지원도 이어진다. 시는 기업당 최대 3억원의 운전자금 대출에 대해 3년 이내에서 이자를 최대 2.5%까지 보전한다. 국내 전시회 참가비는 기업당 최대 200만원, 수출물류비는 소요 비용의 70% 범위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한다. 북미·유럽·동남아 등 해외시장 개척단을 통한 판로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투자 유치 기회도 마련한다. 고양시는 이달 29일 창조혁신캠퍼스 성사에서 올해 두 번째 ‘고양 아이알(IR)데이’를 열어 창업 7년 이내 기업의 투자 발표와 투자사별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수기업에는 사업화 자금 지원과 투자 심사를 연계한다.
이처럼 지원 수단은 창업 초기부터 시장 진출까지 폭넓게 구성돼 있다. 앞으로는 각 사업에 참여한 기업이 실제로 투자 유치와 매출 확대, 고용 증가 등으로 이어졌는지를 살펴 지원의 효과를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벤처촉진지구 확대…기업이 모일 산업 거점 넓힌다
기업의 성장 기반을 넓히려면 지원사업뿐 아니라 입지 여건도 뒷받침돼야 한다. 고양시는 벤처기업 집적을 유도하기 위해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 추가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벤처촉진지구는 일정 요건을 갖춘 지역에 벤처기업을 모아 산업 집적을 촉진하는 제도다. 고양시는 2024년 10월 경기북부 최초로 벤처촉진지구 지정을 받았다. 대화·장항·법곳·식사·백석·화전·동산·원흥동 일부를 포함한 1.25㎢ 규모로, 입주 벤처기업은 취득세와 재산세 35% 경감, 5종 부담금 면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정 이후 기업 기반도 확대됐다. 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고양시 벤처기업은 644개사로, 지정 당시보다 161개사 늘었다. 다만 관내 지식산업센터 33곳 가운데 촉진지구에 포함된 곳은 10곳에 그친다. 덕은·향동·지축 일대 시설은 최초 지정 당시 준공 전이거나 입주 초기여서 벤처기업 비중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이들 지역과 역세권 기업 입주시설 등을 대상으로 추가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정 범위가 넓어지면 세제·부담금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는 기업도 늘어날 수 있다. 지식산업센터의 입주 업종 규제 완화와 맞물릴 경우 기업 유치와 집적을 촉진하는 기반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지구 확대 자체가 기업 성장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입주 기업의 실제 수요와 업종 특성에 맞는 공간을 확보하고, 기업 간 협력과 투자 연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후속 과제로 꼽힌다.
규제에 막힌 공업지역 확보…기업 성장의 공간적 한계 넘는다
고양시가 벤처기업 지원과 함께 공업지역 물량 확보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산업공간 부족 문제가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 등 각종 규제가 중첩되면서 기업이 생산시설을 확충하거나 제조 기반을 마련하는 데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이 창업과 연구개발 단계에서 성장하더라도 생산시설이나 사업 확장 공간을 지역 안에서 확보하지 못하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생긴다. 기업 지원 정책과 산업용지 확보를 별개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고양시는 공업지역 물량 확보를 일자리 창출과 자족기능 강화의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경기도와 중앙정부에 제도개선을 건의하고 있다. 지난 7월 경기도지사와 시장·군수 간담회에서는 공업지역 물량 대체 지정 등을 요청했고, 8월 민선9기 시·군·구청장 국정설명회에서는 수도권 내 공업지역 물량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10월 21일에는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공공주택지구 조성 과정에서 공업지역 물량을 함께 배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을 넘어 기업이 실제로 들어서고 생산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공업지역 물량 확보는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관련 법령과 수도권 정책의 조정이 필요하고, 확보된 공간을 어떤 산업에 배분할지도 중요하다. 따라서 제도개선 건의가 실제 물량 확보와 기업 입지 확대로 이어지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고양시는 벤처기업육성계획을 바탕으로 지원사업을 체계화하는 한편, 벤처촉진지구 추가 지정과 공업지역 물량 확보를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기업의 창업과 기술개발, 투자 유치, 생산과 정착이 지역 안에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벤처기업 육성은 지원금의 규모보다 기업이 성장할 여건을 얼마나 갖췄느냐에 달려 있다. 고양시가 규제 개선과 산업공간 확보를 실질적인 기업 유치·고용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자족도시 전환의 관건이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