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최대의 활기, 요코하마 차이나타운
'미나토미라이 21’과 아카렌가 창고
야마시타 공원의 숨결과 야마테 외국인 거류지
[로컬세계 = 이승민 특파원] 하치오지의 역사 깊은 구릉지와 다카오산의 신령한 기운을 뒤로하고, 스무 번째로 향한 곳은 가나가와현(神奈川県)의 현청 소재지이자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거대 도시 요코하마(横浜)다. 요코하마는 1859년 미일수호통상조약에 의해 개항된 이후, 서양 문물이 일본으로 들어오는 가장 거대한 관문 역할을 해왔다. 메이지 시대의 붉은 벽돌 창고와 현대적인 초고층 빌딩 숲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어우러진, 요코하마만의 이국적인 낭만을 따라 걸어본다.
어촌 마을에서 일본 최대의 기초자치단체로
요코하마는 개항 이전까지만 해도 약 100 가구 남짓이 살던 한적한 어촌 마을인 '요코하마촌(横浜村)'에 불과했다. 그러나 문호 개방과 동시에 생사(生絲) 무역 등을 발판 삼아 급격한 발전을 이루며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도약했다. 가스등, 아이스크림 등 일본 최초의 서구식 문물들이 대부분 이곳 요코하마를 통해 첫선을 보이며 '문명개화'의 중심 기지가 되었다.
오늘날 요코하마는 시역 면적이 넓고 주거 적합 지형이 많아, 도쿄 23구를 제외하고 일본의 단일 시(市) 중에서 가장 많은 인구인 약 377만 명을 품은 일본 최대의 기초자치단체다. 비록 도쿄의 거대한 베드타운(낮 시간 인구 유출률이 높아 주야간 인구 비율이 91.1에 달함)으로서의 성격도 짙지만, 임해부를 중심으로 대규모 '게이힌(京浜) 공업지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본사와 연구개발(R&D) 시설이 대거 집결해 '자동차 산업 도시'라는 새로운 위상까지 확보했다.
동양 최대의 활기, 요코하마 차이나타운
요코하마 산책에서 가장 먼저 오감이 깨어나는 곳은 단연 나카구(中区)에 펼쳐진 요코하마 차이나타운(横浜中華街)이다. 이곳은 고베, 나가사키와 함께 일본의 3대 차이나타운으로 꼽히며, 그중에서도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화려하게 장식된 중국식 성문(패루)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수백 개의 음식점과 기념품점이 줄을 잇는다.
만두(파오즈)나 월병의 달콤한 향기가 거리를 가득 채우고, 관우를 상업의 수호신으로 모시는 '관제묘(関帝廟)'의 붉은 불빛이 산책자들에게 강렬한 이국적 몰입감을 선사한다. 전통 중화요리부터 요코하마의 명물인 산마멘(サンマーメン), 탄멘 등의 독특한 면 요리까지 길거리 전반이 미식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미나토미라이 21’과 아카렌가 창고
요코하마는 본래 행정의 중심지인 '관내(関内)·관외 지구'와 상업·교통의 거점인 '요코하마역 주변'으로 도심 기능이 나뉘어 분단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이 두 개의 중심지(ツインコア)를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일체화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바다를 매립하고 조성한 대규모 신도시 지구가 바로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21(横浜みなとみらい21)'이다.
랜드마크 타워(Landmark Tower): 미나토미라이의 상징인 초고층 빌딩으로, 69층 전망대인 '스카이가든'에 오르면 요코하마항은 물론 후지산까지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인근의 거대 관람차 '코스모클록 21'과 함께 완벽한 미래형 수변 경관을 완성한다.
요코하마 아카렌가 창고(横浜赤レンガ倉庫): 한때 국가 보세 창고로 쓰였던 메이지·다이쇼 시대의 붉은 벽돌 건물이 다채로운 문화 쇼핑 공간으로 완벽하게 재생된 곳이다. 거친 벽돌 벽면과 세련된 내부 매장들이 자아내는 독특한 개항기 미감 덕분에 항상 수많은 젊은이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야마시타 공원의 숨결과 야마테 외국인 거류지
아카렌가 창고에서 바다를 따라 조금만 걸으면 일본 최초의 임해 공원인 야마시타 공원(山下公園)에 닿는다.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파괴된 도심 잔해들을 매립하여 조성한 아픈 역사의 현장이지만, 지금은 푸른 잔디와 매혹적인 장미 정원이 아름답게 가꾸어진 최고의 명소이자 시민들의 아늑한 휴식처다.
공원 뒤쪽 언덕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과거 서양 외교관과 상인들이 모여 살던 야마테(山手) 외국인 거류지가 나타난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고풍스러운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서양식 저택들과 이국적인 교회들이 보존된 이 언덕길을 걷다 보면, 160여 년 전 이방인들이 바라보았을 항구 도시의 아련한 향수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요코하마는 서구 문명을 받아들였던 거친 개항의 역사적 흔적과 미나토미라이가 선사하는 세련된 현대미, 그리고 바다가 주는 특유의 해방감을 영리하게 품어낸 도시다. 번잡한 도쿄의 빌딩 숲에서 잠시 벗어나, 탁 트인 수평선과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거리를 따라 걷는 이 길은 역사와 현대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로맨틱한 균형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멀리 요코하마 베이브릿지 너머로 도시의 화려한 야경이 불을 밝히기 시작하는 풍경을 뒤로하고, 도쿄 산책의 발길은 이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움직인다.
– 계속 –
[기자 메모]
다채로운 지형과 최고점: 요코하마는 해안가의 세련된 이미지와 달리 시역의 대부분이 산과 언덕으로 이루어진 구릉 및 가파른 대지(台地) 지형이다. 특히 시 서남부의 미우라 구릉(三浦丘陵) 지대는 기복이 심한 편인데, 사카에구(栄区) 가미고초에 위치한 가마쿠라시(鎌倉市) 경계선 다이헤이산(大平山)의 능선이 해발 159.4m로 요코하마시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다. 반면 북부의 다마 구릉 지대에서 가장 높은 곳은 미도리구(緑区) 나가쓰타초의 다카오산(高尾山)으로 해발 100.4m 수준이다.
문명개화의 맛, 규나베(牛鍋): 요코하마는 에도 시대의 육식 금지령이 풀린 직후 소고기를 전골 형태로 끓여 먹던 '규나베(스키야키의 원형)'의 발상지다.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노포에서 개항기 신사들이 즐겼던 문명개화의 맛을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산책 중 출출함을 달래줄 간식으로는 요코하마에서 성정하여 일본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기요켄(崎陽軒)의 슈마이 도시락도 훌륭한 대안이다.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