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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용수 이사장. |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그의 저서인 <종족의 우상>에서 ‘만물 가운데 인간만이 우월한 존재라는 생각 자체도 우상’이라고 지적했다. 하물며 유색인이 백인우월주의에 의해 피부색이 다르다고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오대양 육대주 어느 곳이나 사람 사는 곳에는 각기 그 지역에 맞는 삶의 양식이 있고 그 배후에는 종교가 있어서 그 바탕 위에 문화와 문명이 발생하고 성장해 간다. 기독교적 삶의 양식만이 최고의 가치라 규정하고 그 잣대로 다른 사람들의 삶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은 오만이며 그것은 오히려 테러를 부추기고 평화를 깨뜨리는 행위일 뿐이다.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은 양쪽 모두 이스라엘 땅에서 살아야 할 역사적 연원이 있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과 영국 등 강대국들이 전후 처리과정에서 이스라엘을 독립국가로 선포함으로써 이스라엘 땅에 살던 팔레스타인인들은 졸지에 영토 없는 떠돌이로 전락해 레바논.시리아 같은 타국의 변두리에 머물면서 이스라엘과 죽음을 불사하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유대인은 본래 아브라함의 후손으로서 이스라엘 땅이 삶의 터전이지만, 팔레스타인인도 같은 아브라함의 아들(서자이긴 하지만)인 이스마엘의 후손으로서 이스라엘 땅에서 공생할 충분한 역사적 연원이 있는 것이다.
미국은 기독교 국가로서 하느님의 참사랑을 중심하고 공평한 마음으로 인류를 대하는 자세로 돌아가 세계 곳곳의 분쟁문제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의로운 잣대로 임해야 한다.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편파적인 정책을 펴 나간다면 파국을 맞게 될 뿐 아니라, 문명의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문명은 절대자의 섭리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인간과 문명은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공통분모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일으킨 전쟁으로 인한 폭력과 테러 및 그에 대해 보복하는 현상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문명의 한계를 보여주는 실례이다.
헌팅턴은 <문명충돌론>에서 문명을 조화롭게 관리하면 얼마든지 충돌을 피해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문명의 이동에 대해 인간의 각별한 자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문명이 유교문명권이라고 보았으며 동아시아 나라들이 주축이 되어 서구문명과 견줄 만한 문명권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언뜻 생각하면 중화문명(中華文明)이 유교문명권의 핵심이 될 것으로 여겨지겠지만 중화문명도 서구문명과 충돌하게 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은 ‘서구문명의 보편화’라는 말로 충돌을 합리화하면서 한편으로는 문명의 이동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런 인위적인 정책과 군사적인 무력을 통한 강제화로 문명의 이동을 막기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슬람 문명의 독자성과 유교문명의 눈부신 발전은 멀지 않아 서구문명을 앞지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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