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_청춘시대 김길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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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시대 김길환 대표가 30여년전부터 모아온 LP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컬세계 |
[로컬세계 라안일 기자] 한국 사회에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20대~30대의 한숨도 깊어진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어야 하는 이들이지만 극심한 취업난으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4년제 대졸자 중 272만명이 경제활동을 멈춘 상태이며 20~30대의 실업률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어렵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고 있다. 힘들게 번 돈 또는 부모님께 눈치를 받아 쥔 돈을 쉽게 쓰기는 어려울 터. 끼니 또한 그렇다. 학생식당과 편의점 도시락이 최근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삼시세끼를 단돈 6000원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밥이 아닌 면이지만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더욱이 주인장의 인심이 좋아 양 또한 푸짐하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찾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청춘시대’는 잔치국수 한 그릇을 단 돈 2000원에 팔고 있다. 불황의 시기 청춘을 달래주는 김길환 대표(47)와의 인터뷰가 이뤄진 이유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청춘시대 메뉴 현수막 아래서 김길환 대표가 주문 받은 내용을 적고 있다. © 로컬세계 |
-국수 한 그릇에 2000원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게 운영이 가능한가
큰돈을 벌고 싶은 욕심은 없다. 그저 좋은 음악을 듣고 어느 정도의 매출만 이뤄지면 된다고 생각해 이 같은 가격을 책정했다. 이익은 남는다. 단 박리다매를 생각했는데 다매가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도 월 100만원 이상만 벌어도 괜찮다.
-주 메뉴와 가장 잘 나가는 메뉴 2가지만 꼽자면
면 요리 위주로 하고 있다. 주 메뉴는 비빔‧물냉면, 비빔‧잔치국수, 우동‧어묵우동, 라면과 만두 등이다. 가격은 잔치국수가 2000원이며 다른 면 음식은 3000원이다. 라면은 치즈, 떡 등 첨가물에 따라 최소 2000원에서 최대 3000원 사이에서 판매한다.
우리 집에서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아무래도 국수다. 비빔과 잔치국수의 인기가 가장 높다. 잔치국수는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서이고 비빔국수는 깔끔한 맛에 많이 찾는 것 같다. 그리고 만두의 매출도 괜찮은 편이다. 아무래도 저렴한 가격 때문에 2인 이상 오는 손님들은 면 2가지에 만두 하나를 주문하는 것 같다.
-처음부터 면 요리 전문점을 생각했나
아니다. 처음에는 분식전문점을 하려고 했다. 제육덮밥 등 밥 종류와 면 종류, 떡볶이, 튀김 등으로 메뉴를 구성했다. 그런데 음식점을 오래한 큰 누님이 면 요리로 통일하는 게 낫다고 권유해 현재와 같은 메뉴가 완성됐다.
잔치국수와 우동의 국물은 직접 낸다. 국수는 멸치를, 우동은 가쓰오부시를 활용한다. 비빔국수와 비빔냉면의 양념장도 직접 만든다.
▲청춘시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둘이 합쳐 5000원이다. ©로컬세계 |
-주 고객층은 어떻게 되나
연령층을 보면 20~30대 비율이 높다. 손님 3명 중 1명은 20~30대인 것 같다. 특히 1인 가구라고 해야 하나 홀로 오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저렴하게 한 끼 챙긴다는 생각으로 오는 듯하다.
가게가 위치한 중곡동의 경우 서민주거지역이다 보니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손님도 종종 찾는다. 다양한 면 요리와 만두 하나를 시켜도 만원 내외여서 부담 없이 찾는 것 같다.
-면 요리는 아무래도 재방문율이 낮은 편이다. 이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사실 그게 좀 문제다. 면 요리만 팔다보니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인근에 간판가게 등 상가들도 밀집해 있는데 이분들이 밥을 원한다. 그래서 지금 고민 중이다. 아무래도 밥까지 한다면 주방인원을 한 명 구해야 하는데 인건비 문제도 있고 쉽지 않다.
그래서 점심시간에만 요일별 메뉴로 제육덮밥 등을 할까 고려중이다. 손이 덜 가게 반찬은 김치 등 기본 반찬만 제공하고 3500원 정도로 가격대를 통일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결정된 것은 아니고 아직은 면 요리 전문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면서 환경에 맞춰 변화를 모색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가게 한쪽 면에 있는 LP판이 이색적이다
앞서 말했듯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하고 싶다. 80~90년대 음악을 좋아한다. 조용필, 전영록, 김광석, 들국화, 김현식 등의 노래는 LP로 들어야 제격이다. 20대부터 모은 오래된 LP음반만 봐도 기분이 좋다. 30~40대 또는 그 이상의 일부 손님들은 노래를 듣고자 오기도 한다.
-청춘시대가 어떤 가게가 됐으면 하는가
앞서 말했듯이 이 가게로 큰 돈 벌 욕심은 없다. 진짜 100만원 이상의 이익만 나도 괜찮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행복하게 일터가 됐으면 하고 손님들에게는 부담 없이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됐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좋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한 끼 먹는 것을 부담스러운 분들이 있다. 무료로 음식을 제공할 수 없지만 최대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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