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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작코 마코토 씨가 대대로 살아온 고향집에서 아버지와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이승민 특파원.) |
[로컬세계 이승민 특파원]일본은 고구마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도 고구마로 유명한 가고시마에는 고구마로 대를 이어온 가문이 있다. 가고시마현 시부시(志布志)에 위치한 조용한 바닷가마을은 고구마의 고향이다. 이곳에는 3대째 고구마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가미작코 마코토(上迫誠 57) 씨가 살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고구마재배 최우수 특선농가로 선정돼 표창장을 받았다. 그를 만나기 위해 가고시마를 향해 출발했다.
큐슈(九州)의 최남단 가고시마현은 세계유산 야쿠섬(屋久島), 우주센터가 있는 다네가섬(種子島), 신선의 전설 기리시마산(霧島山), 아열대섬 아마미군도 (奄美群島), 활화산 사쿠라지마(桜島), 605개의 섬과 2,700여곳의 온천 등 풍부한 관광자원과 빼어난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남북의 거리가 600km에 이르기 때문에 온난지역이 있는 반면에 아마미제도와 같은 아열대지역도 존재한다.
도쿄에서 하늘길로 2시간 15분을 달려 가고시마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마코토 씨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만남이지만 오래된 고향 친구같은 정을 느꼈다. 산길을 돌아서 해변길로 1시간 정도 갔을까 화산섬 사쿠라지마(桜島)가 바로 앞에 보였다. 해안가에는 온천수가 굽이굽이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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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미반도에 접해있는 화산연기 자욱한 화산섬 사쿠라지마. |
마코토 씨는 차를 세우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왔다. 따끈따끈한 온천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커피를 마시며 용암 안개 자욱한 화산섬 사쿠라지마를 바라보았다. 연간 관광객 200만명이 찾는다는 이 섬은 면적 77㎢에 11개 마을이 있고 주민 5000여명이 살고 있다.
특산물로는 세계에서 제일 큰 무(채소)가 있고 세계 제일 작은 귤이 있다. 비파열매, 밀감이 유명하고 기념품으로는 용암을 이용한 불고기나 화산재가 팔리고 있다. 원래는 섬이었지만 1914년의 대규모 분화로 바다가 메워져 오스미반도와 연결되었다. 1964년에는 기리시마야쿠(霧島屋久)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용암이 타오르는 사쿠라지마를 뒤로 하고 자동차는 다시 마코토 씨의 집을 향해 달려갔다. 조상대대로 고구마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마코토 씨의 고향은 어떤 곳일까. 산길 지나 들길을 가로질러 시골길로 달려갔다. 마코토 씨는 시골 길가에 서있는 음식점 앞에 자동차를 세웠다. 오래된 일본식 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 앉자 마코토 씨가 100년 전통의 우동집이라고 알려주었다.
옛날식 그대로 아담한 식당이 오히려 마음에 끌렸다. 매뉴판을 보니 도쿄의 절반 가격이었다. 이렇게 싸게 받아 어떻게 먹고 살까. 물컵을 들고와서 상냥하게 인사하는 소박한 아가씨의 모습은 동화 속에 소녀같았다.
국물맛이 깊고 담백한 우동 한 그릇을 뚝딱하고 차에 올랐다. 다시 1시간을 달려서야 시부시의 해안마을에 도착했다. 먼저 고구마밭을 보고 싶어 부탁하니 텅빈 겨울 밭으로 안내해줬다. 땀 흘려 노력한 수고의 흔적을 느낄 수가 있었다. 1만 3,000평의 넓은 농지에 오직 고구마 만을 고집하면서 대를 이어온100년의 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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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토 씨가 자신의 고구마 저장고 안으로 중간쯤 들어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다음으로 안내해준 곳은 고구마를 저장하는 굴이었다. 고구마를 차에 실고 들어가 저장할 수 있도록 땅을 옆으로 파들어간 깊은 굴이었다. 섭씨 13도를 유지하는 천연 냉장고라고 했다. 흙벽의 중간중간에는 기둥을 콘크리트로 하여 튼튼하게 지탱하고 있었고 천정 역시 콘크리트로 하여 안전하게 지탱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마코토 씨의 고구마 300톤이 저장되어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고구마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으로 안내한 곳은 100년 동안 3대가 살아온 고향집이었다. 아버지(上迫敏朗83)가 홀로 다다미방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셨다고 했다. 아들 마코토와 함께 80평생을 오직 고구마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어온 지난 이야기들을 구수하게 들려주었고 마코토는 녹차를 끓여왔다.
태평양전쟁 당시 전쟁을 치르면서 일본의 국토는 완전히 폐허가 됐다. 기아에 허덕이는 백성들에게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고구마였고 고구마 재배의 중심지가 바로 이곳 마코토 씨의 고향이었다.
마코토 씨가 온천에 가자고 재촉하여 해변에 있는 온천으로 따라갔다. 온천탕에 앉아보니 왜 이곳으로 서둘러 왔는지 알 것 같았다. 석양빛이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온천이었다. 누구라도 환성을 지를 만한 바다풍경이 바로 앞에서 펼쳐졌다. 확트인 태평양 바닷물을 빨갛게 물들이며 태양이 막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앉아 빨갛게 물든 바다를 감상하면서 고구마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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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농민들의 고구마 저장고가 여러개 보인다. 마코토 씨가 자신의 저장고 앞에 쌓아놓은 고구마와 함께 기념사진. |
다음은 마코토 씨와 일문일답
-조상 대대로 농사를 이어오고 있다. 어떤 마음으로 농사를 짓고 있나?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 농사를 짓는다. 우리 농장에서 생산한 고구마를 소비자들이 얼마나 웃으며 먹을까 행복한 얼굴들을 생각하면서 일한다. 소비자들이 맛있게 먹고 건강하여 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다보면 피곤한 줄도 모르고 하루 해가 금방 저물어간다. 밭에서 자라나는 고구마 한 포기 한 포기가 아들 같고 딸 같다. 나는 고구마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흙은 내 몸처럼 생각한다.
-흙의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나?
건강한 흙이 건강한 농작물을 키운다. 좋은 흙을 만들기 위해 겨울밤 12시에 나가 밭을 갈아보기도 했고 7종의 유기물을 섞은 퇴비도 사용해보면서 다양하게 실험해보았다. 미생물 개체수를 증가시켜 활성화시키는데는 축산분뇨를 이용한 유기물이 효과적이었다. 건강하고 영양이 풍부한 흙을 위해 주로 유기비료를 사용하고 있다.
-농약은 사용하지 않나?
무농약 재배를 원칙으로 삼고 일하고 있지만 갈수록 해충이나 병균들이 강해져가고 또 알 수 없는 새로운 식물병이 생겨나고 있어 무농약 농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농약을 해버리면 간단하고 편리하지만 손이 많이 가더라도 안심하게 먹을 수 있도록 감소농약재배로 키우고 있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농사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우철 박사의 소르젠농법은 무농약 재배가 가능하고 생산량도 높다. 적용해볼 의향은?
소르젠농법에 대해선 들어서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접해보진 못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농약으로 재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원칙이다. 내년부터는 실험적으로 적용해보고 싶다. 우리 고구마농장에서 소르젠농법으로 무농약재배가 성공적이라면 이곳 모든 농가에 기쁜 소식이 될 것이고 소르젠농법은 신속하게 보급될 것이다.
-현재 재배하고 있는 고구마 품종은 무엇인가?
베니하루카(紅はるか)이다. 이곳 가고시마에서 2010년에 탄생한 새로운 고구마 품종이다. 풍미나 식감 겉보기 등 다른 품종보다도 훨씬 좋다. 촉촉하고 찰기가 있는 식감과 강한 단맛이 특징이다. 작은 불로 서서히 가열하여 찌게 되면 당도 50도를 넘는 꿀고구마가 된다. 그 풍격이나 단맛이 깊고 오묘하여 고구마의 여왕이라고도 불린다. 군고구마로 하면 닷맛이 더욱 깊어져 고구마로써 최고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감미롭고 감칠맛나는 군고구마의 새로운 단맛을 실감하게 된다.
-농장 브랜드를 소개한다면?
내 이름을 넣어서 “마코토노이모”(まことの芋)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우리 농장에서 단맛 감칠맛 식감 등 모두 색다르다. 땅 속의 과일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찰기가 있고 촉촉한 단맛의 분위기는 과일과 채소를 하나로 한 느낌이다.
-맛있는 고구마를 만드는 비밀이 있다면?
고구마 농사의 최적지로 알려진 가고시마 오스미반도(大隅半島)에 위치해 있다는 것과 겨울부터 농사를 위한 밭만들기가 중요한 포인트다. 유기물 8가지를 섞어 유기비료를 만들고, 해충구제를 위한 목초 심기 등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최고의 밭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또 수확한 고구마는 온도와 습도가 철저히 관리된 전용 저장고에 장기간 저장하여 숙성시킨다. 완숙이 되면 고구마의 전분이 당으로 변화되어 촉촉하면서 최상의 단맛으로 다시 태어난다.
-농비는 얼마나 들어가나?
13,000평의 밭에 고구마 농사를 지으려면 연간 약 1000만엔(약1억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열심히 농사를 지어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으로 농민의 일이 끝나지 않는다. 생산한 농산물이 완전히 판매될 때까지 쉴 수가 없다. 판매를 위해 농장이름을 브랜드화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홍보하고 이벤트 등을 열기도 하면서 판매한다. 팔지 못하면 1년 농사가 허사가 된다는 것이 농민의 아픔이다.
-판매경쟁 때문에 농민들끼리 다투는 일은 없나?
농민의 어려운 사정은 농민이 잘 알고 있다. 농사일도 서로 도와가면서 하고 판매도 서로 협조해가면서 한다. 10년 앞을 내다보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함께 땀을 흘려온 이웃끼리 판매 때문에 싸우거나 불미스러운 일은 하지 않는다.
-한국 농민들에게 한마디.
농민으로써 같은 마음이리라 생각한다. 영양이 풍부하고 건강에 좋은 농작물을 생산하여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지역에는 고구마 뿐만 아니라 녹차 딸기 흑소 등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농업지역이다. 한국의 농민들과 교류회를 통해 상호간에 농업발전을 위한 정보교류, 한일간 우호를 위한 친선교류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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