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춤 동적이라면 일본춤 정적
11일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방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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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 기모노 입은 히비키 아키도 씨. |
때로는 부드러운 여자역활로 떄로는 박력 넘치는 남자역활로 샤미센을 연주하고 북을 치고 춤을 춰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브라질인이 있다.
7세부터 공연을 시작해 무대인생 27년, 이제 일본을 대표하는 일본전통무용가가 됐다. 어린시절 친구들은 축구나 비디오게임에 열중했지만 그는 무용과 노래를 배웠고, 와다이코를 치고, 샤미센을 연주하고 검도를 수련했다.
19세 때 그는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일본 도쿄로 이주해 본격적인 일본전통무용을 연구, 2005년 10월 처와 동생을 데리고 가족예술극단 ‘히비키패밀리’를 만든다. 2008년에는 일본인 브라질 이주 100주년 행사에 초청을 받는 등 국내외에서 연 200여회의 공연을 진행하는 일본무용의 상징이 됐다. 이달엔 한국 서울에서도 초청을 받았다. ‘히비키패밀리’ 대표 히비키 아키토를 만나 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브라질인으로써 어떻게 일본전통무용를 좋아하게 됐나.
브라질에서 나서 자란 아버지는 공예품이나 장롱을 만드는 기술을 배우러 일본으로 건너가 훗카이도에서 목공공부를 하셨다. 그 때에 어머니를 만나 결혼하셨고 그곳에서 누나와 형 그리고 내가 태어났다. 내가 2살이 되자 아버지는 우리들을 데리고 고향 브라질로 이사를 하셨다. 어머니가 일본인이고 출생지가 일본이라서 일본에 관심을 갖던 중 일본의 화문화에 깊은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일본무용과 일본노래에 빠지게 됐다.
일본의 화(和)문화란 무엇인가.
일본 문화란 화(和)문화이다. 이 화는 와비사비 정신에서 비롯됐다. 와비란 부족함 속에서 만족과 여유로움을 갖는 마음이고 사비란 고독과 쓸쓸함을 초월해 고요함을 의미한다. 소박한 안정감에서 오는 균형미라 할 수가 있다. 이 화의 정신을 꽃으로 표현한 것이 화도이고 디자인으로 나타난 것이 기모노이다. 일본의 다도, 무도, 화도 등을 보면 검소한 단순미를 표현한 화문화이다.
한국의 전통무용은 본 적이 있는가.
물론 있다. 춤꾼이다 보니 춤이라면 누구보다도 관심있게 보게 된다. 한국의 춤은 일본의 가부키나 브라질의 삼바춤과는 아주 다른 모양새였다. 손의 움직임이라든가 발의 움직임이 넓고 컸다. 한국사람들의 넓고 큰 마음에서 표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나라도 흉내 낼 수 없는 한국 고유의 춤이라는 것을 느꼈다.
한국춤과 일본춤의 특징을 말한다면.
일본 게이샤들의 춤을 보면 다다미 반쪽 넓이의 아주 작은 공간에서 모든 춤의 표현을 다한다. 일본춤은 작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한국춤은 크고 넓게 표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한국춤은 일반적으로 움직임이 빠른 반면에 일본춤은 느리고 고요하다. 한국춤은 전체를 다 보여주는 춤이라면 일본춤은 일부만을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춤의 특징은 몸짓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모노의 아름다운 선을 표현하는 춤이다. 그러므로 기모노를 입지 않은 춤은 일본춤이라 할 수가 없다. 한국춤이 동적이라면 일본춤은 정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본춤은 단순한 춤이 아니라 신과 연결이 돼 있다. 일본춤이 작은 사쿠라꽃잎이라면 한국춤은 모란꽃이라고 비유하고 싶다.
한국춤을 배워볼 생각은.
생각은 있지만 시간의 여유가 없어 아쉽다.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한국춤의 매력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이기에 양국의 문화도 공통된 부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춤을 배워 일본춤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일본춤을 연구해 한국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우리 ‘히비키패밀리’ 무용극단 전원이 한국의 전통무용을 배워보도록 하겠다.
한국공연은 어떻게 초청받게 됐나.
한국의 한일친선가요제 관계자와 일본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 인연이 한국으로 연결이 된 것이다. 한국봉제패션협동조합이 창립 3주년을 맞아 기념공연으로 송년콘서트를 준비했다. 그곳에 무용수 겸 가수로 초청됐다. 일본의 전통무용을 추고 일본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이달 11일 서울 중구 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있을 송년콘서트에 관심있는 분들의 참석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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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키 아키토씨가 우산을 들고 일본전통무용을 추고 있다. |
한 달 수입은 얼마나 되나.
한 달이면 반 이상을 초청받아 공연을 나간다. 일본 전국으로 공연을 다니기 때문에 더이상 공연은 무리이다. 개인적인 시간이 없어 공연을 줄여볼 생각이다. 혼자 갈 때는 20만엔을 받지만 가족이 같이 나가면 50만엔을 받는다.
춤을 추고 연극을 하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할 텐데.
그렇다. 춤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일본의 전통무용을 연극화한 극단이기 때문에 단순히 춤 연습만 해서는 안된다. 일본의 전통악기를 연주할 줄을 알아야 하고 사무라이역을 소화해야 되기 때문에 검도까지도 익혀야 한다. 악기는 샤미센과 와다이코를 주로 해왔고 검도는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랜동안 수련해왔다.
어린시절 추억이 있다면.
어머니는 누나와 같이 브라질 ‘리베루다데’에서 일본 무용을 배우셨는데 나는 어린 나이에 철없이 따라다녔다. 그 시절 엄마랑 누나랑 춤을 배우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10세부터는 와다이코(북치기)와 노래연습을 시작했고 16세가 되던 해에는 와다이코팀의 리더로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브라질에서는 일본의 화문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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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노 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히비키 아키토 씨. |
마지막으로 춤에 대해.
춤이란 단순한 몸짓이 아니다. 무한한 내면의 세계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보이는 몸짓을 통해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와 영혼세계의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춤이다. 그래서 나는 춤이란 몸으로 말하는 언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보는 춤을 감상하더라도 그 춤을 통해서 전달되는 의미를 느낄 수가 있는 것은 춤도 언어이기 때문이다. 춤이란 몸으로 자기 마음을 보다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의 메세지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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