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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칼럼니스트. |
이날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도시락 오찬회동에는 재계를 대표하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 연합회 회장 등이 자리를 같이했다. 회동테이블은 서로가 격이 없이 마주볼 수 있는 원탁이었다.
◆ 尹 “기업이 커져야 나라가 커지는 것”
민간주도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 약속
윤 대통령 당선인은 “기업의 성장이 경제성장이고 나라가 커지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이제 정부 주도 경제에서 민간주도 경제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주도 자유경제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며 “정부는 인프라를 구축하며 뒤에서 도와드리고 기업이 앞장서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면서 투자하고 이렇게 기업이 커가는 게 나라가 커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민간주도 경제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하게 내비췄다. 이전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처럼 규제혁파를 상징하는 말로 기업의 발목에 채워진 ‘모래주머니’를 거론하며 제도적 방해 요소를 완전 제거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성공한 경제정책이라고 우기는 소득주도형 경제와는 극명하게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소득주도형 경제정책은 이론상으로는 그렇게 가야하지만 급격한 임금상승과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인해 기업 생태계의 약화를 불러왔으며,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업인과 언제든지 통화할 수 있게 문호개방
이날 윤 당선인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내걸고 민간 주도 혁신을 공약한 만큼 ‘민간 주도 경제’가 새 정부의 철학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윤 당선인은 "소득 자산 격차 등 양극화 심화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고착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국가의 역동적 혁신 성장을 통한 경제 재도약"이라며 “쉬운 일을 엉뚱하게 하는 정부가 안 되기 위해 선 기업인과 저와 언제든 직접 통화하실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윤 당선인이 기업 지원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은 문재인 정부 들어 5년간 지속된 ‘공공 주도 성장’ 기조에서 민간 주도로 ‘유턴'할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경제단체장들도 작심한 듯 규제완화에 한목소리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에 경제단체장들도 작심한 듯 한목소리로 규제 완화와 함께 강성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달라고 건의했다. 이날 쏟아진 단체장들의 의견 가운데 대한상의 최태원 회장의 통찰력이 돋보였다. 최 회장은 “경제와 안보는 한몸”이라며 “반도체·배터리·바이오 같은 산업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핵심 원천기술을 좀 더 만들어야 미래 안보도 더 튼튼해진다”고 했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보면 최 회장의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과 척지면서 소국 대만을 옹호하는 것은 TSMC가 핵심이다. TSMC 기술력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순간 미국이 쥐고 있는 글로벌 IT 패권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요즘 전쟁은 총이 아닌 반도체가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는 윤 당선인의 말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규제혁파-합리적 조세, 노동개혁으로 경쟁력 강화”
평소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강조해온 윤 당선인으로선 성장의 첨병인 기업들이 1순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들의 활력은 곧 일자리와 투자로 연결되고, 이는 청년실업도, 사회적 양극화도 해결할 열쇠가 된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법인세는 17조원에 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공약대로 우리나라가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 5개를 가지면 경쟁에서 탈락한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복지재원이 생기고 나라재정을 튼실하게 채울 수 있다. 새 정부는 규제 완화와 합리적 조세, 그리고 노동개혁으로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유능해야 한다.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윤 당선인이 거대 야당을 상대로 더 소통하고 더 설득하는 지혜로운 노력이 절실하다.
우리경제는 코로나 사태와 미-중 패권전쟁, 미-러 신냉전을 겪으면서 경제안보의 중요성을 어느 때보다 체감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북한이 신형ICBM을 시험 발사하면서 ‘레드라인’을 벗어난 도발행위로 국제질서파괴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국가안보와 경제안보에 신경을 곤두 세우야 할 때다. 기업은 경제안보의 선봉장이다. 국가전략 수립에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플랫폼을 상시화해 효율적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일부터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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