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곡마을 ‘외지인 투기장’으로 변모
마을주민 ‘미래 먹거리 개발’ 미명 아래 지정폐기물 소각장 건립사업 추진
지난 4월 발기인대회 참석자 70~80명 중 절반 정도가 외지인
신설법인 대표 포함, 생곡대책위 핵심 3인방도 8년 전에 이주한 외지인
“주민 100여명, 신설법인 주식대금 1000만~2000만원 대표 개인계좌로 송금, 12억여원 모았을 것” 주장
부산시 “신설사업 제
![]() |
▲부산 강서구 생곡마을 맞은편에 위치한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 전경. 폐페트병 등 재활용품이 센터 내 제1공장의 마당에 산처럼 쌓여 있다. 생곡마을 주민들의 미래먹거리로 포장된 지정폐기물(의료폐기물) 소각장 등의 설치·운영을 위한 신설 법인에 대한 발기인대회가 이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 사무동 2층 식당에서 지난 4월 저녁에 열렸다. 당시 참석한 70~80명 중 절반 정도가 외지인들이어서 생곡마을이 생곡대책위의 지도부에 의해 투기장화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
특히 부산권광역쓰레기매립장 초입에 위치해 있는 부산 강서구 ‘생곡마을’ 생곡폐기물처리시설대책원회(생곡대책위)가 주축이 돼 미래먹거리용으로 초대형 이권사업인 지정폐기물(의료폐기물) 소각장, 산업폐기물 매립장 등의 설치를 위한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개최된 발기인대회에 참석한 70여명 중 절반 정도가 생곡마을 주민이 아닌 외지인인 것으로 알려돼 생곡마을이 투기장화하고 있는 사실이 27일 확인됐다.
‘지정폐기물’이란 사업장폐기물 중 폐유ㆍ폐산 등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거나 의료폐기물 등 인체에 위해(危害)를 줄 수 있는 해로운 물질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폐기물을 말한다.
![]() |
▲지난 4월 생곡마을 주민들의 의료폐기물소각장 등의 설치·운영을 위한 법인 신설을 위한 발기인대회가 열린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 사무동 전경. 이 건물 2층 식당에서 발기인대회가 1시간여 동안 진행돼 7~8년 전 외지에서 전입한 박모(여) 씨를 대표로 선출했다. |
부산시의회는 김삼수(해운대구) 의원이 발의한 ‘생곡마을 등 부산지역 폐기물처리시설 주변지역에 지원되는 주민지원기금을 시설의 설치기관인 부산시가 직접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교부하도록 해 ‘기금운용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부산시 폐기물 관리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등 2건의 개·제정 조례안을 지난 21일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켰다.
이들 두 개·제정 조례안의 핵심은 ▲주민지원기금(복지기금, 연간 9억원 정도)을 부산시가 직접 각 가구에 교부한다 ▲폐기물 관리의 공익적 측면을 고려할 때 장기적 관점에서 부산시가 직접 재활용 선별시설을 운영하는 법적근거를 마련한다 ▲공공재활용 기반시설의 관리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이들 두 개·제정 조례안은 지난 2008년 2월 1일 발효된 공유재산법 제정 취지에도 맞고, 주민지원기금(복지기금)도 시가 직접 지급함으로써 마을 내 주민들의 신·구파 갈등을 잠재우는 등의 효과가 기대됐다.
그러나 부산시는 어쩐 일인지 이 조례안들이 통과되자마자 시의회에 명분이 없는 ‘재의’를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하게 밝혔다. 부산시장이 시의회에 이달 안에 ‘재의’를 요구하면 현 의회 임기 만료로 해당 조례 2건은 자동 폐기된다.
![]() |
▲생곡마을회관 현관에 유리문에 붙어 있는 ‘신설법인 설립에 따른 주주모집공고’ 문. 모집기간은 22년 4월 13일부터 7일간, 금액은 1주당 10만원, 연락전화 박모씨(여, 대표로 선출된 사람), 주체 생곡폐기물처리시설대책원회(생곡대책위)라는 공고 사항이 배용환 대책위원장 명의로 부착돼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부산시는 “주민제안서가 온 게 없다. 합의된 사항이 없다”라며 어물쩍 넘기려 하고 있다. |
부산시는 이에 앞서 2008년 발효된 공유재산법을 어겨가며 생곡마을 인근 쓰레기매립장 진출입구 우측에 위치한 공유재산(행정재산)인 부산자원재활용센터(제1공장) 운영권을 입찰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지난 12년 동안 주민단체인 생곡대책위원회에 계약서도 없이 ‘합의서’(6쪽)에 의거해 맡겼다.
행정안전부, 법조계에선 명백한 공유재산법 위반이라고 본다.
법 위에 군림하는 부산시의 ‘편의적인 행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측은 “이 건은 법의 잣대로 보면 안 되고, 부산시장과 생곡마을주민 간에 합의에 따라 진행된 ‘재량사업’, ‘재량행정’으로 봐야 한다”라고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항변하고 있다.
본지는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듣고자 부산시 이근희 환경녹색정책실장과 자원순환과장, 박형준 시장 등 관계자들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모두 기피했으며, 카톡문자에도 답변이 없는 등 무책임한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 |
▲조금 멀리서 본 생곡마을회관 전경. 현관 유리문에 부착된 A4용지 크기의 흰색 신설법인 공고문이 선명하다. |
부산시와 생곡대책위가 지난 2020년 12월 15일에 합의한 ‘생곡주민과의 4차 합의서’를 보면 제6조(주민제안사업 지원)에 “생곡지역 내의 주민제안사업에 대하여 부산시는 주민 제안 시 특별한 정책적 사항이 없는 한 ‘우선적으로 검토하여 행정지원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또 제5조(주민사기 진작)인 “주민 간의 갈등해소책, 사기진작대책은 부산시와 생곡대책위가 상호 연구·검토하여 시행토록 한다.”라고 합의돼 있는데, 부산시가 오래전부터 왜 공유재산법을 위반했는지는 의문이다.
부산시는 올해 지난달 초순 부산시-생곡대책위 간에 작성한 이주합의서에서도 이주합의외에 추가적인 수익사업과 관련한 행정지원 내용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부산시의 이런 법을 무시한 재량사업이라고 포장한 ‘묻지마 불법행정’은 엄청난 부메랑이 돼서 돌아오고 있다. 생곡마을 전체가 외지인들에 의한 거대한 투기장화가 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런 합의서 내용에 따라 지정폐기물(의료폐기물) 소각장, 산업폐기물 매립장, 건축폐기물 매립장을 건립하거나 설치하기 위한 소위 ‘미래먹거리’를 위한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사실이 여러 명의 마을주민을 통해 확인됐다.
![]() |
▲생곡매립장 진출입구에서 바라본 거대한 매립장 둑 전경. 생곡마을 뒤편 산골짜기에 부산광역권 쓰레기가 매립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분리수거를 하는 데다 첨단공법으로 매립을 하다보니 초기 28년 전에 비해 마을 환경은 많이 좋아진 상태임을 느낄 수 있다. |
아직 법인명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은 지난 4월 자원재활용센터 2층 식당에서 1시간여 동안 열린 발기인대회(70~80명 참석자 중 절반정도가 외지인)에서 격론 끝에 박모(40대, 여, 8~9년 전 생곡마을로 전입한 외지인)씨를 대표로 선출했다.
현재 신설법인 참여예정자 100여명 대부분은 주당 10만원짜리 주식 100~200주의 대금 1000만~2000만원을 대표 박씨의 개인계좌로 송금한 뒤 법인 설립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총 12억여원이 박씨 개인계좌에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용환 생곡대책위 위원장은 “우리가 이주(2025년말 시한)를 가게 되면 뭐라도 한 개 도고(달라) 하는 일부 주민들의 요구가 있어서 (신설 법인을) 주민 동의 아래 추진하고 있다”며 “그동안 공고도 하고, 참여하라고 방송도 하고 해서 지난 4월달에 발기인대회를 개최했으며, 현재 주주모집단계에 있다”라고 말했다.
전직 주민대책위 간부를 지낸 한 주민은 “신설될 법인의 대표로 선출된 박모 씨 등 현 생곡대책위의 핵심인사 3명은 7~8년 전에 생곡마을로 전입한 외지인이며, 이 젊은 사람들이 지난 수년간 주민들 간 갈등만 불러일으켰다”며 “이제는 부산시에서 나오는 복지기금을 분배하는 권한을 이용해 대부분을 자기들 편으로 만들었으며, 반대파는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 |
▲생곡쓰레기매립장 입구 전경. 도로가 매우 깨끗한 상태다. |
또 다른 한 주민은 “신설법인 발기인대회에 참석해보니 원래는 동네사람(생곡마을주민) 중심으로 해야하는데 절반 정도는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외지인들이어서 놀랐다”며 “법인 설립을 통한 향후 사업에 대한 것도 집행부 몇 명만 알 뿐 자세하게 설명한 적이 없어 의문투성이”라고 말했다.
생곡주민들의 지정폐기물 소각장 건립추진 등 새 사업에 대해 부산시는 “주민제안서를 받은 적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생곡마을의 생태계에 대해 잘 아는 한 인사는 “부산시의 ‘재의 요구 방침’은 공유재산법을 위반한 불법행정을 덮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지난 5월 2일 부산시-생곡대책위 간에 작성된 이주합의서(2025년말 시한)를 보면 생곡마을 주민들의 이주와 이들이 수익사업으로 운영하던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의 반환이 골자인데, 합의서 내용을 보면 ‘의료폐기물 소각장 등을 2025년 말까지 이주를 완료한 생곡대책위원장 등 주민대표들이 추진한다’라는 등의 특이한 의문사항들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