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담당 팀장 휴일 핑계대며 해명조차 거부 "보도자료 외 더 할 말 없어"
4일 이동신 직전청장 명퇴식 후 촘촘히 로비에서 양편 도열
시민단체 "국가기관이 이런 식으로 하면서 일반 국민 희생 강요하나"
"철저한 조사·감사 통해 관계자 전원 엄중 문책해야"
신임 임성빈 청장도 7일 대면 취임식으로 진행 확정, 버젓이 안내간판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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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국세청이 이동신 직전 청장의 ‘명예퇴임식’을 대면식으로 강행하면서 정부 및 지자체의 ‘2단계 방역강화 행정명령을 휴지조각 취급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방역당국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국세당국의 감찰을 통한 행사 진행 관계자 전원에 대한 엄정한 처벌 및 징계가 불가피해 보인다.
부산국세청은 지난 4일 오전 11시 50분쯤 청사 1층 대강당에서 명퇴식을 한 뒤 대강당 출입구에서 정문 승차장까지 20m 정도의 구간에 마스크를 착용한 100명 안팎의 직원이 양편으로 도열해 코로나 시대가 아닌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이 전 청장을 황제를 떠나보내듯 성대하게 전송했다.
실내 명퇴식이 끝나자마자 우르르 몰려나와 서로 어깨가 닿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선 채 한동안 대기하던 직원 100여명은 이 전 청장이 대강당 출구를 빠져나오자 “수고많으셨습니다.”라는 등 큰 소리로 깍듯이 인사를 하고 30여초 동안 청사가 떠나갈 듯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배웅했다. 만면에 웃음을 띤 이 전 청장은 답례를 하며 천천히 환송 통로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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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강화', 실내 50인 이상의 집합 및 행사 는 아예 금지돼 있다. |
1층 기자실에서 나와 코로나 비상시국 상황에서 이 낯선 광경을 목격한 일부 기자들은 당황해하며 얼떨결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동영상 버턴을 눌렀다.
도열한 직원은 대부분 50분간 진행된 대강당 내 명퇴식에 참석했다가 나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강당에 들어간 인원이 몇 명인지, 로비에서 합류한 인원이 몇 명인지는 확인이 안 됐다.
이 부분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5일 오후부터 6일 오전까지 수차례에 걸쳐 부산국세청 언론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도 받지않았으며 문자, 카카오톡을 통해 장문의 취재용 질의서를 발송해도 해명이 없었다.
특히 5일 오후 당직자 정모(조사관리과) 씨를 통해 행사 실무책임자인 김모 행정팀장과의 통화를 요구했으나, 김 팀장은 취재에 응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당직제도가 왜 있는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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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자 정씨는 한참 후 1층 로비 한 켠에 위치한 기자실을 방문, “김 팀장께서 ’기존의 보도자료 이외 따로 말씀드릴 것은 없다’라고 한다. 더 궁금한 게 있으면 월요일(7일) 얘기하자”는 뜻을 전해왔다.
그러나 이번 대면 명퇴식과 관련, 부산국세청이 사전에 ‘대면 명퇴식’을 한다고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어떤 형태의 보도자료도 없었다.
김 팀장에게 6일 오전에 재차 일반 문자, 카카오톡 문자를 통해 장문의 ‘취재용 질의서’를 발송했지만 이날 밤까지 회신이 없는 상태다.
이 같은 부산국세청의 대면 명퇴식 및 환송 행사는 명백한 ’부산시 2단계 방역강화 행정명령‘에 대한 도전이고, 위반이다.
방역·국세 두 당국은 부산국세청 로비와 대강당 내 폐쇄회로(CC) TV 등을 통한 조사를 하면 정확한 참석인원과 방역지침 및 방역명령 위반사항을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와 부산시는 지난달 17일자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 데 이어, 같은 달 21일부터는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의 집합·모임 행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부산시는 이어 지난 4일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20일까지 재연장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는 이에 대해 “부산국세청과 직원들이 중앙정부와 부산시의 행정명령을 휴지조각 취급한 것을 내버려두고 어떻게 일반 소시민들의 ‘생업을 접는 희생’을 강요하겠느냐”며 “하지 않거나 인터넷 비대면방식으로 하면 될 고위간부 명퇴식을 굳이 대면방식으로 한 것도 모자라 100여명이 촘촘하게 도열한 채 ‘황제 전송식’을 연출한 것에 대해 방역당국은 진상조사와 함께 관계자 전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분개했다.
백 대표는 이어 “이번 ‘부산국세청장 대면 명퇴식 및 황제전송형 도열사건’은 확진자가 나오고 안 나오고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과 기업, 중앙·지방정부가 모든 업무를 비대면으로 전환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2~2.5단계로 올린 데 이어 연장을 결정한 엄중한 상황에서 국세청이라는 권력의 힘을 믿고 자신도 모르게 벌인 사건”이라며 “방역당국과 국세청 본청이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 지를 끝까지 지켜보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국세청은 비싼 방역비를 들여 매주 월·수 두 차례씩 청사 전층 사무실에 대해 방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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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세청 방역요원이 엘리베이터룸 앞 방호원석 일대에 대한 방역을 하고 있다. |
1층 로비의 경우 외부인이 들락거리는 엘리베이터룸 앞 방호원석 일대, 독서 및 쉼터공간, 화장실 등에 대해서는 매일같이 방역을 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명퇴식은 대면 및 도열방식으로 방역지침을 어기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부산국세청은 또 7일 오전 신임 제63대 임성빈 부산지방국세청장의 취임식을 대강당에서 개최한다는 사실을 공지하고 안내입간판을 로비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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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국세청이 7일 오전 대강당에서 대면 형태로 열리는 신 임 임성빈 청장의 취임식장을 알려주는 안내표지판을 6일 청사 로 비에 준비해놓았다. |
부산=글·사진·동영상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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