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청구서 총 60여쪽
모든 혐의 '묻지마 부인', 증거인멸 우려 등 고려
윤 측 입장문 "특검 조사 과정에서 객관적 증거 제시된 적 없어, 법원에서 소명할 것" 반발

[로컬세계 = 전상후 기자]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6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국회의결 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내란특검이 작성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서는 총 60여쪽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 12·3 비상계엄 당시 경찰이 국회를 봉쇄하도록 해 국회 의결을 방해한 혐의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에 대한 직권남용, 사후 계엄선포문과 관련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의 혐의를 적시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도주 우려, 모든 혐의 부인, 증거인멸 우려, 주요 공범 구속 상태 등과 관련한 사항도 모두 기재했다.
계엄에 동원된 군 사령관의 '비화폰 내역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행위에 대해서는 대통령경호법의 직권남용 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에 관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뿐 아니라 이를 파쇄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서도 대통령기록물법 위반·공용서류손상 혐의를 적용했다.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비상계엄 이틀 후인 지난해 12월 5일 새로 계엄선포문을 작성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명을 받은 뒤 같은 달 7일 윤 전 대통령의 결재도 받았다.
그 직후 같은 달 8일 한 전 총리가 해당 문건이 논란이 될 것을 우려해 파기해달라고 요청했고, 강 전 부속실장은 이를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지시를 받아 파쇄한 바 있다.
특검팀은 계엄에 동원된 군사령관의 비화폰 내역을 삭제하라고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에게 지시한 행위에 대해서는 대통령경호법의 직권남용 교사 혐의를, 대통령실 직원들에게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언론사에게 허위로 공보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특검팀은 보다 수월하게 외환 유치 등 이른바 '본류'에 해당하는 혐의를 수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반면 영장이 기각되면 거침없이 진행돼온 특검 수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내란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지난달 12일 조 특검이 임명된 지 24일, 지난달 18일 준비기간을 마치고 수사를 개시한 지 불과 18일 만이다.
특검법상 보장된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총 170일인데 5분의 1도 채 쓰지 않은 시점에 내란사건의 정점인 '내란 우두머리'를 상대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통상의 특검이 압수수색, 관련자 조사 등으로 혐의를 뒷받침할 사실관계와 물증을 단단하게 다진 뒤 수사 막바지에 핵심 피의자 신병 확보를 시도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달리 보면 이번 내란사건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부터 모든 내용이 온국민에게 생중계된데다 윤 전 대통령 측에서 증인 또는 증거가 명백한 데도 상식적이지 않게 혐의를 '묻지마 부인'하는 등 지속적으로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의외로 특검 수사가 쉬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과의 신경전 끝에 두 차례 공개 소환에 응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으나 혐의를 인정하거나 국민에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진 않았다.
법률대리인단은 1차 조사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내고 "현재 특검이 수사하고자 하는 혐의들은 지극히 부수적인 혐의이며 범죄 성립에 다툼이 있는 것"이라며 "별건, 표적 수사를 강행하는 것은 별건으로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체포 방해,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국무위원 상대 직권남용 등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고, 전직 대통령이라는 사회적 지위·영향력 등을 이용해 공범들과 말 맞추기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
총책임자인 윤 전 대통령이 별다른 제약 없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하급자들에게 연락을 취하면 사건 관련 진술이 오염되거나 증거가 인멸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측은 입장문을 통해 "특검 조사 과정에서 객관적 증거가 제시된 적이 없고 관련자 진술에 의하더라도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발하며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의 무리한 영장 청구에 대해 소명하겠다"라고 밝혔다.
법원은 조만간 기일 정해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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