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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내 위탁운영중인 공영주차장이 주차비 할인혜택을 이유로 경차 주차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진은 용두산 공영주차장 입구. [로컬세계] 각종 할인혜택과 상대적으로 뛰어난 연비로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1000cc 미만 경차가 부산시내 공영주차장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공영주차장은 50% 할인혜택을 받는 경차를 받을 경우 수익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경차 주차를 의도적으로 거부,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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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용두산공원에 가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주차관리원이 차를 세우더니 차키를 두고 내리라더군요. 좀 의아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주차공간이 부족해 직접 주차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작 주차장을 확인했을 때 반도 차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광일초교 공영주차장을 찾았는데 관리원이 경차는 주차선이 그려진 곳에 주차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럼 어디다 세우냐고 물으니 구석 주차선이 없는 곳을 가리키는 겁니다. ‘차가 작으니 사람도 작아 보이나’란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부산시 중구에 위치한 공영주차장인 용두산공원 주차장과 광일초교 주차장에는 경차가 설 자리가 없다. 중구가 위탁운영중인 이곳은 전국 공영주차장과 마찬가지로 경차의 경우 주차비가 50% 할인된다. 이 할인 혜택이 위탁운영 공영주차장에서는 경차 주차를 거부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일반차량 주차비의 절반밖에 안되는 경차를 받아서는 ‘남는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위탁운영자의 경제논리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최근 가족과 함께 주말을 이용해 부산을 방문한 경차 운전자 임모(58·수원시)씨는 용두산공원 공영주차장에서 황당한 일을 당했다.
주차장 입구에서 관리원에게 “지금 경차는 주차가 안되는 시간이니 다른 주차장을 이용하라”는 말을 들은 임씨. 차에서 내려 주차장 안을 확인했을 때 300여 주차면수 중 3분의 1만 차 있었다. 임씨가 주차요원에게 “자리가 많이 비었는데 왜 주차가 안되느냐”고 묻자 “이제 곧 차들이 들어와서 찰 것이니 신경 쓰지 말고 비키라”는 언성 높은 말이 돌아왔다.
임씨도 언성을 높이면서 몸싸움까지 이어질 뻔 했지만 가족들의 만류로 화를 누르며 차를 돌려 주변 민간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임씨는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놀러간 자리에서 부산에 대한 안 좋은 추억만 만들어와 마음이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
경차 50% 할인 수지타산 안맞아
부산시내 위탁운영중인 공영주차장의 경차 주차 거부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시민들은 입을 모은다. 관할 구청과 부산시설관리공단은 이와 관련한 민원을 해결하느라 다른 업무를 볼 수 없을 지경이라고 담당자들도 실토할 정도다.
실제 용두산 공영주차장의 경우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주차장 입구에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선다. 이 과정에서 경차는 입구 주차요원에게 저지당해 돌려 나가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렵사리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해도 일반차량과 같은 요금을 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결국 경차 운전자들은 공영주차장 인근 민간이 운영하는 주차장에서 할인혜택을 못 받고 주차요금을 내야 한다.
공영주차장을 위탁운영중인 한 업자는 “주차면수는 300면인데 주말 같은 경우에는 하루 1400여대가 들어온다.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경차를 받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온다”고 항변했다.
용두산공원·광일초교 공영주차장을 관할하는 중구 관계자는 “주차장 관리인력이 부족해 전자입찰로 위탁업자를 선정해 공영주차장을 운영중”이라며 “경차 주차를 거부하거나 주차요금 규정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업자에 대해 3회 이상 민원이 발생하면 위탁계약을 취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로컬부산 = 맹화찬 기자 a5962023@segye.com
- 기사입력 2010.11.01 (월) 12:03, 최종수정 2010.11.01 (월)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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