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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개막되는 뮤지컬 경향 중의 하나는 흥행에서 성공한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 앤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으로 유명한 ‘미션’, 러시아혁명을 소재로 한 ‘닥터 지바고’ 그리고 실존 인물인 천재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을 소재로 한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여기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점은 ‘미션’과 ‘닥터 지바고’가 영화로는 ‘캐치 미-’에 비해 작품성이나 흥행에서 우위에 있는 반면, 뮤지컬로 변신한 후에 상황이 달라졌다. 즉 두 작품 모두 관객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반면, ‘캐치 미-’는 영화 못지않게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왜 그럴까? 여러 요인을 지적할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미션’과 ‘닥터 지바고’는 영화의 무대 배경이 관객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즉 영화에 등장하는 장엄하고도 신비로운 이구아수 폭포와 끝없이 펼쳐지는 시베리아 설경이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는데, 바로 이 장면을 뮤지컬에서도 어느 정도 기대했다. 그러나 뮤지컬 ‘미션’과 ‘닥터 지바고’는 영화로 한껏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조악한 무대 장치를 배경으로 배우의 가창력과 춤으로 승부를 보려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흥행 부진 내지 기대했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뮤지컬 ‘캐치 미-’는 굳이 장대한 스케일의 무대 장치가 필요없다. 원작인 영화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스릴 넘치는 극 전개로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아니 오히려 영화보다 훨씬 볼거리가 많은 것이 뮤지컬 ‘캐치 미-’이다. 배우들의 호연은 물론이고 호소력 짙고 카리스마 넘치는 가창력이 단숨에 객석을 사로잡는다. 특히 프랭크를 뒤쫓는 형사 헨라티역의 김법래와 프랭크 아버지역의 이정열의 연기와 노래는 발군이다. 게다가 무대 전환이 없으면서도 환상적인 조명 장치와 기발한 소품 활용으로 새로운 무대 효과를 연출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예전 큰 기대 속에 개막한 뮤지컬 ‘코러스 라인’(2010)이 무대 변화가 전혀 없어 지루한 감을 준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악단이 무대 뒤편에서 당당히(?) 객석과 마주하며 묘한 존재감을 살린 것도 뮤지컬 ‘캐치 미-’의 매력.
끝으로 영화가 고도의 긴장감과 관객의 허를 찌르는 극적 반전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에 선보이는 뮤지컬은 가족의 사랑을 강조하고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특히 온갖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관객에게 신명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강추’하고 싶은 뮤지컬, 바로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다.
- 기사입력 2012.05.07 (월) 10:46, 최종수정 2012.05.07 (월)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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