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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세계 김정태 기자〕우리나라 선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에 한해 3선 연임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 반면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들은 연임 제한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치단체장은 4년의 임기동안 인사권과 예산집행권, 사업 인·허가권 등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당 선거의 3선 연임 제한과는 별도로 일반 사회단체나 조합과 같은 단체장에는 연임에 대한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 십 년씩 장기 연임하는 단체장들이 간혹 있는데 그 대표적으로 자동차 운송·관리업무 분야에서 장기 연임을 하고 있는 전국택시조합 박복규 이사장의 경우는 지난 1999년 3월 제21대 회장직을 맡은 이후 제26대까지 내리 6대째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신동재 회장도 지난 2002년 16대부터 2014년 현재까지 3대째 회장에 연임하고 있는 가운데 신 회장은 오는 10월 7일에 있을 제19대 연합회장 선거에 또 다시 출마를 선언해 화제가 되고 있다.
세대교체론 VS 구관이 명관, 엇갈린 반응
신동재 현 회장 출마설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먼저 70세를 넘긴 고령의 신 회장이 중고차업계의 사활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각종 시급한 현안 문제(의제매입세액공제율 축소조정)등을 처리하는데 있어 힘이 부칠 것이라는 이유와 10여 년 동안 장기집권하며 정체되어 있는 연합회와 매매업계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혁신 개혁을 통한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론과 오랜 기간 동안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가진 경험과 튼튼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쌓아온 경륜은 무시할 수 없기에 연임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부류로 양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신 회장에 대해 연합회 소속 조합원들과 관련 업계가 신 회장의 출마를 두고 각각 엇갈린 반응들을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
양분된 주장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쌓아온 경륜과 그간 회장직을 수행하며 가진 경험과 조직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고령이라는 이유 때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반면 지난 10여년을 돌아보면 급박하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매매업계는 환경에 적응은 고사하고 오히려 강화 일로의 제도변화 속에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는 것은 10여 년 장기집권의 결과로 개혁과 혁신을 이룰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연합회장이 연임돼야 한다’ 아니면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여론과는 사뭇 다르게 이번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신 회장에 맞서 대항할 후보가 없다는 것인데 엄밀히 따져서 능력 있는 후보는 많이 있지만 현 연합회장 선거의 특성상 출마를 해봐야 승산이 없기 때문에 연합회장 선거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연합회는 전국 17개 시.도 조합장이 투표권을 행사하는데 지난 12년 동안 신 회장이 조직을 장악해 탄탄한 조직력과 영남 출신인 신 회장을 지지하는 영남권 조합장들의 강한 영향력에 새로운 인물이 연합회장 자리에 도전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식’으로 승산이 없다는 인식이 그 이유다.
따라서 전국연합회 소속 사업자들이 직접선거를 하지 않고 17개 시·도 조합장들이 선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는 어떤 누구도 신 연합회장을 넘을 수가 없는 선거구조상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은 신 회장의 장기 연임을 막을 수가 없으며, 연합회의 개혁과 혁신 또한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각 조합의 조합원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조합장은, 조합장 개인적인 판단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기 보다는 민의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투표라는 권리행사를 통해 반영해야 한다. 그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근본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뜻이 연합회장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각 조합을 통해 연합회장 선거 입후보자 등록공고가 지난 8월 21일과 22일을 기해 공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조합원들은 크게 동요치 않고 있다.
중고차매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최상위 단체인 연합회장 선거가 전국 17개 시·도 조합장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지경이다. 일부에선 그 책임을 현 연합회장의 장기집권에서 찾기도 한다.
매매업계와 연합회가 오랜 기간 정체되어 있다는 주장이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중고차 매매업계에서도 신 회장이 ‘70세를 넘긴 고령으로 3선까지 했으면 이제 업계의 발전을 위해 아름답게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하는 게 중론이다.
현재 연합회장 출마후보자 자격은 ‘전국연합회 소속 자동차매매사업자이며 후보로 출마 할 수가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투표권은 17개 시·도 조합장이 행사한다.
중고차 업계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전임 연합회장 출신인 A모씨는 신 회장의 출마와 관련해 “신 회장이 장기 연임하면서 특별한 잡음 없이 회장업무를 수행해 온 것은 사실이나 중고차업계의 더 큰 발전을 위해서는 능력 있고 젊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중고차업계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로 “주된 업무가 서울에서 이뤄지는 연합회 업무 특성상 수도권 출신중에서 연합회장이 선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일부에서 신 회장의 아성에 도전할 후보가 없다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편견이다. 딱히 꼽으라고 한다면 박종길 서울시 자동차매매사업조합장 같은 경우 지부장 시절부터 왕성한 활동으로 서울시 조례개정을 처리하고 최근에는 신고포상금제 법 개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등 능력을 검증받았기에 박 조합장 정도면 연합회장 선거에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후보”라고 밝혔다.
구관이 명관이냐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하느냐의 주장은 각각의 논리와 입장 내에서 합리적인 근거들을 가지고 있다. 어느 것도 정답이 아닐 수 있고, 어느 것도 정답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선택을 하든 분명히 확고하게 견지해야할 자세는 있다.
바로 연합회장 선거는 전국 17개 시·도 조합장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합장이라는 자격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지만, 그 권리는 다름 아닌 각 조합의 조합원들이 준 것이다. 그렇다면 그 권리는 조합원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지금 현재 조합원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하고, 그 뜻을 담아내기 위해 조합원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간 연합회 선거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민의를 담아내는 과정이 부족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 신동재 연합회장은 물론 각 전국 시·도 조합장들은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연합회장 선거에 관심이 없는 현실을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가 개혁과 혁신을 위한 세대교체를 원하는 지, 경험과 연륜을 갖춘 연합회장을 원하는 지 알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현재 무관심한 조합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연합회장 선거의 중요성을 알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경청하는 것이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제19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장 선거에서는 민의가 마이동풍이 되어 다시 한 번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숙고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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