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의 심장부, ‘우라하라’의 미학
도시의 안식처, 메이지 신궁과 요요기 공원
시대의 변화를 품은 하라주쿠역
[로컬세계 =사진 글 이승민 특파원] 세련된 어른들의 런웨이였던 오모테산도의 느티나무 길을 지나 메이지 신궁 앞 교차로에 서면, 공기부터 달라진다. 이곳은 '도쿄의 엔진'이라 불리는 하라주쿠(原宿)다. 전 세계 대중문화의 이정표가 된 '가와이(Kawaii, 귀여움)' 문화의 발상지이자, 기성세대의 질서에 저항해 온 청춘들의 영원한 해방구를 산책한다.
파격과 자유가 흐르는 ‘다케시타 거리’
하라주쿠역 다케시타 출구를 나오자마자 마주하는 '다케시타 거리(竹下通り)'는 그야말로 색채의 폭발이다. 350m 남짓한 좁은 골목에는 형형색색의 크레페 가게, 독특한 소품점, 정체를 알 수 없는 코스튬 숍들이 빼곡하다.
이곳은 1970년대 후반 '다케노코족'이라 불리는 화려한 의상의 춤꾼들이 모여들며 개성파 패션의 성지가 되었다. 유행의 주기가 빛의 속도로 변하는 이곳에서 십 대들은 자신만의 정체성을 실험하며, 기성복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하라주쿠 스타일'을 완성해 나간다.
서브컬처의 심장부, ‘우라하라’의 미학
다케시타 거리의 소란함을 뒤로하고 골목 깊숙이 발을 들이면, 이른바 '우라하라(裏原, 하라주쿠 뒷골목)'가 나타난다. 90년대 스트리트 패션의 전설적인 브랜드들이 태동한 이곳은 오모테산도의 화려한 명품관과는 대조적인 매력을 뿜어낸다.
작은 주택을 개조한 편집숍과 감각적인 그래피티가 그려진 담벼락 사이를 걷다 보면, 하라주쿠가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교류하며 새로운 문화를 생산하는 '거대한 실험실'임을 깨닫게 된다. 이곳의 브랜드들은 이제 도쿄를 넘어 뉴욕과 파리의 패션 피플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
소음 속의 안식처, 메이지 신궁과 요요기 공원
하라주쿠의 매력은 극단적인 '동(動)'과 '정(静)'의 공존에 있다. 파격적인 패션 인파에서 불과 몇 걸음만 옮기면 수령 백 년의 고목들이 숲을 이룬 메이지 신궁(明治神宮)의 고요함과 마주한다.
또한 인근 요요기 공원은 과거 1964년 도쿄 올림픽 선수촌 부지에서 시민들의 쉼터로 변모했다. 주말마다 거리 공연가와 로큰롤(Rock and Roll) 댄서들이 펼치는 퍼포먼스는 하라주쿠가 가진 자유로운 영혼의 맥박을 여전히 증명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품은 하라주쿠역
2020년, 오랜 역사를 간직했던 고풍스러운 목조 하라주쿠 역사(驛舍)가 철거되고 현대적인 역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누군가는 옛 정취의 상실을 아쉬워하지만, 하라주쿠는 늘 그렇듯 낡은 것을 허물고 새로운 것을 세우며 진화해 왔다.
하라주쿠는 묻는다. 당신의 가슴 속에 여전히 뜨거운 청춘의 불꽃이 남아 있느냐고. 화려한 가발을 쓴 소녀와 수트를 입은 비즈니스맨이 어색함 없이 스쳐 지나가는 이 거리에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도쿄의 가장 솔직한 얼굴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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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메모]
산책 팁: 주말 오후의 다케시타 거리는 극도로 혼잡하므로, 평일 오전 일찍 골목의 정취를 즐긴 뒤 브런치를 먹고 오후에 우라하라의 편집숍을 구경하는 동선을 추천한다.
역사적 의미: 하라주쿠는 에도 시대에 '가도(街道)'의 숙참(宿站)이었던 곳으로, 이름 자체가 '벌판의 숙소(原宿)'에서 유래했다. 전후 미군 문화와 일본의 전통적 가치관이 충돌하며 발생한 에너지가 오늘날의 독창적인 서브컬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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