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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가 신금옥 씨가 '구음검무'를 춤추고 있다. |
[로컬세계 = 글·사진 이승민 특파원] 지난 11월 30일, 도쿄 카구라자카세션하우스(神楽坂セッションハウス)에서 남북 고유의 춤이 하나의 무대에서 펼치는 ‘춤 갈무리’ 공연이 있었다.
이날 공연에는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기반을 두고 전승되어 온 2명의 특별 손님 조선무용가 송영숙 씨와 한국무용가 유경화 씨가 초대됐다. 송영숙(宋栄淑) 씨는 장검무를 발표했고 유경화(柳京華) 씨는 진주지방의 교방굿거리춤을 발표하여 남북한의 양대 전통무용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신금옥 무용가는 남한의 ‘구음검무’를 발표했고, 송영숙 무용가는 북한의 ‘장검무’를 발표하여 유일한 남북 ‘검무’의 장이 되었다. ‘검무’의 역사와 의미를 설명하는 해설까지 하나의 무대에서 진행, 신금옥 공연의 독창성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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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무용가 송영숙 씨가 '장검무'를 춤추고 있다. |
신금옥(辛錦玉) 씨의 ‘구음검무’를 시작으로 한반도의 ‘검무’ 해설 박경란, 조선무용 ‘장검무’ 송영숙, ‘논개별곡’ 신금옥, ‘진주교방굿거리춤’ 유경화, ‘농악’(한국전통타악기연극단 단비), ‘진도북춤’ 신금옥, 김영숙(金瑛淑), 정민수(鄭民秀), 나카야히로노(中谷裕乃), 남부용(南富用) 등의 순으로 진행, 원작이 가진 의미와 예술적 감성을 그대로 신금옥 자신의 고유한 예술세계로 정리하는 지평을 열었다.
주최자 신금옥(辛錦玉 한국무용연구회 화인회 대표) 씨는 “단순히 형상적인 몸짓만을 보여주는 춤보다는 그 무용의 혼을 몸으로 표현하여 마음속에 오래 남아질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다”면서 “한반도가 두 갈래로 나뉘었듯이, 무용에 있어서도 조선무용과 한국무용이 두 갈래로 나뉘어 발전해 왔다. 이제는 서로 만나 서로의 춤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인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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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무용가 유경화 씨가 소고춤을 추고 있다. |
또 “한반도에서 춤이 어떻게 표현되고 계승되어 왔는지 정리하고 싶다. 앞으로 3년 동안 크게 3항목 검무, 소고춤, 장고춤으로 매년 도쿄와 오사카에서 3년 동안 한반도의 역사와 지리를 중심으로 춤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어떻게 전달되어 왔는지 작품과 함께 표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신금옥(辛錦玉) 씨는 오사카에서 출생한 재일교포 2세다. 조선학교에 들어가 어린 시절부터 조선무용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금강산 가극단에 입단하여 프로 무용가로서 일본 무대에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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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가 신금옥 씨가 '논개별곡'을 춤추고 있다. |
2002년부터는 한국무용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하여, 2010년 전주대사습놀이 제1회 일본대회에서 살풀이춤으로 문화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첫 리사이틀 ‘桃仁花舞’를 개최했고, 2014년부터는 한국무용교실을 운영, 제자 양성에 주력하는 한편 해마다 제자들과 함께 무대공연을 펼치면서 한국 고유의 전통무용을 일본에 알리고 있다.
이번 공연의 주최인 화인회(회장 신금옥)를 모체로 한 한국무용친목회 K・댄스는 모임장소를 지요다구(千代田区)에 두고, 구내에서의 1일 체험교실이나 구가 목표로 하는 다문화 공생 사업이나 이벤트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국제교류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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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무 해설은 사회자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흥미롭게
진행됐다.(왼쪽 사회자 박리화(朴理華), 오른쪽 해설자 박경란(朴景蘭) |
해설자 박경란 무용가는 우리 전통무용의 검무를 지리적이고 풍속적인 환경 속에서 각각 발전해 온 역사와 지방적인 특성을, 무용가 최승희 씨와 민속학자 심우성 씨 등을 예로 들어가면서 일본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검무’의 유래는 신라시대 무장 황창랑(黄倡郎)이 칼춤을 추면서 백제의 왕을 죽이고, 그 자신도 또한 죽임을 당했다는 기록이 있다.
무용가 최승희가 1943년 일본에서 작품 검무를 발표할 때 “검무는 신라시대의 미장 ‘황창’의 영웅적 행위를 기리기 위해 창작된 것에 기인하지만, 후세에 기생들에 의해 계승되면서 그 원형을 잃고, 검의 움직임을 주로 하는 섬세한 동작으로 변해갔다. 그것을 원형으로 되돌리기 위해 새롭게 창작한 춤이다(타카시 유우자부로 1981: 46)”라고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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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통타악기연극단 '단비'가 농악을 춤추고 있다. |
조선무용(북한무용)은 무용가 최승희의 기본동작을 기초로 하여 발전된 춤이다. 조선무용과 한국무용은 혼과 뿌리가 같고 언어와 의상도 문화도 같다. 하지만 지역적인 생활환경과 함께 세월을 두고 전승되어 오면서 각기 다른 풍속적 토양 속에서 발전해 나왔다.
각 지역에서 추워졌던 검무는 각 지역의 독자적인 전통성을 유지하면서 시대와 함께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어 재구성되었다. 검무는 근대에 있어서 각 지방에서 조금씩 창작되면서 계승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한국에서는 다양한 검무가 존재하고 있다. 북한무용에서 볼 수 있는 검무와는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민속학자 심우성 씨는 “전통은 살아있는 것이며 시대와 함께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새로운 문화나 가치관이 등장함에 따라 전통 또한 그것에 맞추어 변형되고 새로운 형태로 표현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전통성이라는 것은 단순히 오래된 것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발전을 동반해야 한다는 인식이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 간에는 공동체 의식에 기반한 전통문화를 통해 일체감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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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북춤. |
궁중에서 축연을 열 때 무용수가 부족하면, 지방에 설치된 ‘교방’에서 선발된 기생이 참가한다. 이 과정에서 각 지역의 교방에서 추워지던 검무가 궁중의 검무와 더해지면서 각 지역의 독자적인 검무가 파생되었고 이렇게 기관에 속한 기생들은 1909년 관기제도의 폐지로 인해, 교방에 속한 기생들은 직업을 잃고 교방의 기능을 대신한 ‘권번’에 속하게 된다.
권번에서는 춤 외에도 노래와 연주 등을 가르쳤고 검무는 필수 과목이었다. 당시의 권번은 각 지역에 분포되어 있었고, 해방 후 북한지역의 권번에 속한 기생들이 남한으로 내려오게 되면서 북한의 권번에서 익힌 춤이 후세에 실전적으로 전달되어 지금의 검무가 계승 발전해 왔다.
해설자 박경란(朴景蘭) 씨는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하고 2006부터 2022년까지 동경한국학교에서 중고등부 무용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일본 오차노미즈여자대학(お茶の水女子大学)에서 비교문화사회학 박사과정 재학 중이며, 무용가 최승희 연구를 시작으로 조선학교의 무용사 및 조선무용에서 볼 수 있는 '전통성과 독창성'에 대해 연구하고 다수의 논문을 집필하였다.
개인 공연으로는 2015년 한일수교정상화 50주년기념 세션하우스(츠쿠바노바홀) 공연을 했다. 그리고 이날 30일 ’춤갈무리’ 공연에서 해설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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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마치고 참가자 전원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박경란 씨의 활동으로는 지도자로써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쥬리아의 유배지였던 고우즈섬(神津島)에 가서 쥬리아제를 주최했고, 오모테산도(表参道)에서 한일축제한마당 퍼레이드(KBS 다큐멘터리 3일 방영), 주일본 한국대사관에서 유엔참전 70주년 기념공연, 재일본민단 행사 및 하와이호놀룰루페스티벌 참가 교육부문 수상 등 일본 내 공공기관이나 한일축제, 각 단체의 초청으로 다수의 공연 기획 및 연출 총안무를 담당했다.
수상으로는 2015년 제3회 일본 한국전통예술경연대회 창작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6년 재외국민 교육유공자 수상(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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