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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용수 이사장. |
오늘날 인류는 고도로 발달한 현대문명으로 인해 편리함과 안락함의 극치를 누리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편리함과 안락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퍼스널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원하는 것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키보드 몇 번만 누르면 지구 반대편에서 유행하고 있는 의상을 2~3일 안에 집에서 받을 수 있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키보드 몇 번만 두드리면 그에 대한 설명이 그림과 도표를 곁들여 화면 가득히 열려 앉은 자리에서 읽고, 보관해 두고 싶으면 저장해 놓았다가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찾아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그곳 주소만 입력하면 도로 안내는 물론 실제 항공 촬영한 지도상에 나와 있는 그 집 위에 화살표로 표시해 보여 주며 그 주변의 관광명소와 유명한 음식점, 다양한 쇼핑센터까지 마우스를 움직임에 따라 실제 영상으로 보여 준다.
이는 그야말로 많은 수의 충직한 하인과 집사, 최고의 의사와 변호사·교육자·종교인·철학자·예술인·경영인 그리고 최고의 친구와 연인을 둔 격이니 황제 부럽지 않은 생활인 것이다. 말하자면 외적으로는 지상천국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렇게 편리함과 안락함을 가져다 준 현대문명이지만 그와 더불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함께 주었으니, 그 중에서도 중요한 과제는 변화에 따른 위기관리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거의 모든 분야가 기존 질서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며 심지어 어떤 분야는 그 변화에 대응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정보통신 부문의 디지털화로 인해 이미 가상세계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회로 접어들었으며 세계화의 물결로 인해 경쟁력이 최고의 가치가 돼 물질을 얻기 위해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는 환경파괴 등으로 인해 인간의 삶의 터전이 사라져 가고 있다. 눈부신 과학의 발달과 경제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치열한 경쟁 속에서 풍요 속의 상대적 빈곤을 느껴야 되고 그로 인한 정신적인 불안과 현실적 위기감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 뿐인가. 온갖 광고기법을 동원한 장사꾼들의 상술이 젊은이들의 정체성(아이덴티티)을 무너뜨려 나를 내가 규정짓지 못하고 유행의 흐름에 나의 정체성을 맡겨 버린 존재가 돼 버렸다.
그동안 인류에게 희망을 주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던 가치관이 설 자리를 잃었으며 기존의 윤리와 도덕이 그 기능을 상실해 옳고 그름의 기준도 모호해졌다. 이는 물질문명의 과도한 발달이 정신세계의 성숙도를 앞질러 버린 결과이다. 최근 우리 젊은이들의 자살 급증현상도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구사회의 신(神) 중심한 기독교 가치관과 동양사회의 천도(天道) 중심의 유교 가치관,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불교의 가치관 등 종래 인간의 정신세계를 지배해 온 가치관도 기능과 역할이 축소되고 새로운 해석을 요구받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의 의식세계를 지배해 온 신본주의와 인본주의가 인간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한 이유는 인간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않고 복잡다단한 현실적 문제들을 현상적인 주의 주장과 제도로만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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