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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에서 줄타기 공연이 열리고 있다. 화성은 문화관광의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
[로컬세계 최원만 기자] 수원과 화성은 경기남부를 이끌어가는 중요 도시 중 하나다. 수원은 울산광역시보다 인구수가 10만 정도 많다. 광역시라고 해도 될 만한 120만의 인구를 가진 도시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는 도시이며 화성은 경기도 31개 시·군 중 성장속도와 잠재력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무한 가능성의 도시다. 반면 수원과 화성 사이에 끼여 있는 인구 21만의 소도시 오산은 아직 성장이나 잠재력의 가치를 따질만한 요소가 많이 부족해 지난 10년간 쇠퇴를 거듭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꾸준한 성장세 수원
수원의 지속적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수원이 정치적으로 안정적인 도시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서두르지 않는 특유의 끈기가 도시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지난 2004년 화성행궁 앞 광장을 조성하면서 광장부지에 자리 잡고 있던 우체국을 옮기는 일에 70억이 소요됐지만 수원은 과감하게 감행했다. 당시 지금의 광장에 있었던 우체국은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이었다. 그러나 수원시는 광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밀어붙였다. 계획은 실행됐고 광장은 만들어졌다. 현재는 수원시가 주최하거나 관여한 대부분 행사가 이곳 광장에서 열리고 있으며 시민들의 열린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또 광장을 중심으로 복원되고 있는 수원화성은 장장 20년 동안 2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수원시의 연간 예산이 약 2조원 상당임을 감안한다면 큰 부담이 되는 사업이지만 사업을 시작하기 시작한 10년 전과 지금 수원화성은 크게 달라져있다.
수원화성 안에는 만들어지고 있거나 이미 만들어진 문화시설들이 10년 전에는 없던 것들이 많다. 읍성이라고 볼 수 있는 화성 성안에는 시민광장, 미술관, 게스트하우스, 박물관, 야외 음악당, 전통사찰, 성채를 중심으로 한 둘레길 및 산책로 등이 잘 정비돼 있다.
아직 결과가 다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으로도 수원은 이미 국제적 관광도시가 되어가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수원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보는 것은 어느덧 일상이 됐다.
수원 화성이 문화관광중심의 콘텐츠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반면 수원역은 수원의 유통 중심지로 변모해가고 있다. 애경백화점에 이어 들어선 롯데타운은 수원의 또 다른 미래를 보는 듯한 모습이다. 향후 신세계 백화점까지 들어서면 수원역을 중심으로 유통 3사의 각축전이 벌어지게 된다.
수원역을 방문하는 오산과 화성 시민들은 그곳에서 영화 관람과 원스톱쇼핑을 편하게 할 수 있다. 아직 변변한 영화관이나 백화점이 없는 화성과 오산 시민들이 문화향수를 누리기 위해 수원역에 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빨대효과이지만 수원의 입장에서 이는 성장의 요인이 된다.
수원의 잠재력을 극대화 시키는 요인은 더 남아있다. 구 서울대농대부지의 공원화다. 농촌진흥청의 이전과 맞물려 돌아가는 서울대농대부지의 공원화는 수원을 꿈의 도시로 만드는 일종의 키워드이다.
구 서울대농대부지는 84만여 평의 평지에 조성된 숲이다. 이곳의 개방은 수원 한 복판에 국립수목원을 가져다 준 셈이다. 수원역 롯데타운에서 구 서울대 농대부지에 이르는 길 또한 정비가 잘 된 편이기 때문에 도로 연결의 방법에 따라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원화성의 관광객이 연간 200만명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구 서울대농대부지의 숲을 체험하기 위해 방문하는 수도권의 인구는 200만명을 훨씬 추월할 수도 있다.
수원의 미래가 다른 시군에 비해 밝다는 것은 잘 정비된 도시환경과 교육여건, 도시전체를 공원화하려는 시 당국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시장이 바뀐다고 해도 도시를 잘 가꾸어진 커다란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바꾸지 않는 공무원들의 뚝심의 결과이기도 하다.
▲화성 동탄신도시 전경. 분당신도시 2배 규모로 조성되면서 화성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
무한가능성의 도시 화성
화성은 서울보다 1.4배 큰 면적에 인구 54만이 거주하는 무한 성장 잠재력의 도시다. 인구는 수원에 비해 반도 안 되지만 시 예산은 수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만큼 예산운영이 탄력적인 도시다.
예를 들어 화성시가 정책적으로 프로야구 돔구장을 건설하겠다고 결정하면 그 결정이 바로 실행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화성이다.
화성의 동쪽에 자리 잡은 신도시 동탄은 분당신도시의 2배 규모에 해당한다. 비슷한 소득을 올리는 주민 30만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동탄신도시다. 동탄신도시를 겨냥한 유통업체의 경쟁은 매일 매일이 다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역동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곳이다.
최근 동탄과 인접해 있는 오산 부산동에 롯데 홈쇼핑이 고품격 쇼핑몰을 건설하려 한 것도 동탄신도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화성시는 동탄에 오페라하우스 건설을 검토 중에 있다. 수원에 몰려있는 문화시설을 동탄에 건설해 수원의 빨대효과를 막아보자는 의도다.
화성의 미래는 화성서부의 유니버설스튜디오(USKR) 사업에 의해서도 쉽게 짐작이 간다. 워낙 사업의 규모가 크다보니 일의 진행이 더딘 것은 사실이지만 USKR 사업자가 롯데로 낙점되면서 사업의 진행은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화성의 서쪽 송산에 들어설 USKR을 쉽게 설명해 용인 에버랜드 4배 규모라면 이해하기가 쉽다. 삼성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에버랜드가 용인시재정의 한 축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USKR이 운영되기 시작하면 화성시는 시가 무엇을 해도 마르지 않는 시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USKR은 3박 4일짜리 관광프로그램이다. 호텔과 놀이시설이 결합된 완벽한 관광시설이다. USKR과 직접 연결되는 영종도 국제공항. 서울과 직접 연결되는 도로망 등등. USKR이 완성되면 화성시를 찾는 연간 관광인구는 국내외를 합쳐 1000만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송산 그린시티의 계획도 시민들을 꿈 꾸게한다. 분당신도시 규모인 약 500만평이 서해 바닷가를 중심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아직 화성시의 도시개획이 수원처럼 완성단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장부지의 난개발은 화성시가 교통의 요충지에 대규모 공장단지를 선정해 이주시키면 될 일이다. 중소규모의 공장과 물류단지를 복합화해 도시를 정비하려는 노력들이 조금씩 가시화 되고 있어 향후 10년 뒤면 화성시가 경기도 넘버원이 될 것이라는 것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오산 독산성문화제에서 외국 공연팀이 공연을 하고 있다. |
수원과 화성의 변두리로 전락한 오산
오산은 화성군의 중심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부자들이 많은 도시로 시작됐으나 지난 10년간 답보만을 거듭했다. 오산이 퇴보한 가장 큰 이유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인의 무능 때문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서울대병원 유치 문제이다. 오산 내삼미동 12만 3521㎡ 규모의 서울대병원 부지는 오산시 전체 예산의 약 1/6에 해당하는 517억 원을 투입해 사들인 후 10여년 동안 혈세만 낭비하고 방치됐다.
이기하 전시장과 현역인 곽상욱 시장, 안민석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서울대병원을 유치한다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곤 선거가 끝나면 ‘나 몰라라’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10여년 동안 서울대병원이든, IT BT 디자인 등의 첨단산업이든, 놀이시설, 교육시설이든 비어있는 부지를 활용할 어떠한 생산적인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자로 치면 100억여원이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고 시간적, 행정적 낭비와 지역사회의 분열 등 유무형의 엄청난 손실을 고려하면 지역을 살려야 할 정치인의 무능함이 오히려 지역을 망쳐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불과 한두 달 앞두고 진행된 오산 부산동 롯데펜타빌리지를 둘러싼 혼란은 오산시 집행부의 무능과 밀실행정을 가장 잘 보여준다. 당시 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곽 시장과 측근 몇 명이 선거 앞두고 롯데복합쇼핑몰 유치를 결정하곤 곽 시장 혼자 당시 김문수 도지사와 롯데쇼핑 사장과 유치협약을 맺었다.
결과적으로 오산 역사 이래 최초의 오산 전 지역 6개 상인연합회의 강한 반발에 직면한 곽 시장이 백기 항복을 하면서 시 행정의 불신만 야기했다. 지역을 이끌어 갈 엘리트집단이 올바른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역 혼란과 분열만 부추겨온 셈이다.
오산시의 예산은 한해 36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규모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생산적이며 내실 있는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알뜰하게 쓰면서 지역의 가치와 잠재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오산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어떠한 특화산업을 육성할 것인지, 또한 독산성과 물향기수목원, 전통시장 등 오산의 자산을 어떻게 극대화하고 연결시켜 외부 인구를 오산으로 유입시킬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시장과 지역의 정치인들은 독산성문화제와 뷰티축제를 중심으로 일 년 내내 축제와 행사 등 일회성 전시행사에만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지역의 발전을 위한 비전에 대해서는 등한시했다.
독산성문화제 한다면서 외지 예술인만 일회성으로 끌어들여 한번 공연에 수백, 수천의 예산을 쓸지언정 오산의 미래 자산인 독산성의 가치와 역사적 의미, 복원과 관광자원화 등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자료수집, 발전전략 등에 대해서는 예산을 쓰지 않았다. 가치만을 따지고 본다면 1500여년 전 백제시대 전투산성으로 축성된 독산성을 200년 전 축성된 수원의 화성 아류로 만들려고 할 뿐이다.
오산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독산성을 그대로 방치해 사적 140호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망가졌고 백제시대의 위대한 문화제로서의 잠재 가치가 묻혀버렸다.
최근 들어서야 독산성의 가치를 인식하곤 복원과 유네스코 등재 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독산성 부근 숲 속에 아파트 단지를 짓는 계획을 수립하거나 공장 난개발 등을 허용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원시 정치인과 지도자들이 수십 년의 계획을 세우면서 수원화성을 복원하고 지역을 먹여 살릴 문화 자산으로 점차 성공시켜 나가는 모습과 비교되는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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