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여당 3분 만에 단독 청문보고서 채택
야당 “오만과 독선, 의회독재 정수를 보여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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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규 칼럼니스트. |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오후 33번째 ‘코드인사’를 강행했다. 국회인사청문회에서의 야당이 ‘부적격 판정’한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안을 재가한 것.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야당 동의 없이 밀어붙이기식 장관급 인사 강행 33번째가 됐다. 이로써 김오수 검찰총장은 문정권의 임기 말 과오에 대한 안전장치를 위한 ‘방탄 검찰총장’이란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이번 김 검찰총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부적격자임을 강도 높게 주장하며 청문회 보고서채택을 보이콧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부실 검증→인사청문회 파행→여당 단독 청문보고서 채택→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흐르는 수순은 변하지 않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여당 법사위원 단독으로 김 총장 청문보고서 채택을 상정, 의결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위원들의 불참 속에 개의부터 산회까지 3분밖에 걸리지 않은 속전속결의 의결이었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더불어 민주당의 독선을 입증했다.
이날 오후 국회 야당 법사위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과 국민의힘 법사위원인 유상범·전주혜 의원은 여당의 단독 채택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일방적 행태는 오만과 독선은 도를 넘어 의회 독재의 정수를 보여준 것이며, 의회독재는 곧 국민들에 대한 독재”라고 비판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임명 재가 후 구두논평에서 “33번째 야당을 패싱 하고 임명을 강행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불통과 독선, 오만의 상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에 임명된 김 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원들로부터 정치적 중립성과 도덕성, 자질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야당 의원들이 지적한 신임 김 청장의 과거 행적이 사실이라면 그의 자질에 대한 회의감이 앞선다.
청문회에서 그가 지난해 가을부터 최근까지 수임한 20여 건의 사건이 공개됐다. 그중 여러 건이 라임ㆍ옵티머스 펀드 사건과 관련된 것이었다. 검사 옷을 벗은 지 수개월 만에 많은 국민이 피해를 입은 사모펀드 사건의 피의자를 위해 일했음이 드러났다. 야당의원들은 퇴임한지 얼마 안 된 법무부차관 변호사의 ‘전관예우’라고 지적했다.
청문회가 열리기 며칠 전 그는 법무법인 화현에서 월 2900만원을 받았다는 게 언론에 보도되자 내부 고문 역할만 한 것처럼 해명했다. 그 뒤 말이 조금씩 바뀌더니 국회에 낸 답변서에는 직접 사건을 맡았다고 했다. 자칫 무책임한 사람으로 오해할 수 있는 해명이다.
라임ㆍ옵티머스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대의 금융 피해 사건이다. 국민 수천 명이 피해자다. 그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 활동을 한, 그것도 퇴직 직후에 사건을 맡은 사람을 검찰총장 후보로 내세우다니, 청와대 인사검증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인사검증 과정에서 몰랐다면 한심한 것이며, 알고도 그랬다면 그 대담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전례로 봐 청문회야 통과 의례일 뿐이니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기는 하지만, 국민의 눈은 안중에도 없다는 점이 아타까울 뿐이다.
검찰을 되돌아보면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대쪽 검찰총장으로 잘 알려진 송 청장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불러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았던 원칙주의자였다. 그가 검찰을 떠나며 남긴 말이 기억에 머문다.
“짠맛을 잃은 소금은 내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뿐이다. 사회의 부조리를 척결하는 검찰은 소금과 같다. 검찰이 정도를 벗어나 사도(邪道)를 넘나들거나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눈치를 살피려 한다면 ‘사회의 소금’이 아니라 ‘공공의 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말씀.
사모펀드 사기사건 연루 피의자를 의뢰인으로 모신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을 누가 소금으로 여기겠는가? 문재인 정부가 목마르게 외쳐온 ‘검찰개혁’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질까 심히 우려된다. 국민은 4·7 재보선에서 문재인 정권의 오만과 독선, 내로남불을 심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죽비를 맞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인사·정책 등에서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시절 박근혜 대통령에게 했던 말들을 기억해야 될 것이다.
윤정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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