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세계 = 김을지 기자]
청주여성문인협회 편집주간을 맡고 있는 조영행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본제입납>이 시와에세이 출판사에서 나왔다.
‘본제입납’은 본가로 보내는 편지 겉봉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는 발신 형식을 말한다. 이런 뜻에서 보면 이번 시집은 시인이 자신의 삶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시로 풀어낸 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다.
시집에는 며느리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과 요양병원을 오가는 시어머니, 남편, 출가한 딸과 손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 가족 안에서 늙어가는 사람과 엄마가 되어가는 사람, 새롭게 태어난 아이의 모습이 나란히 등장한다.
“요양원 침대에 허물어져 가는 집으로 있다 어머니라는/ 쩌렁쩌렁하던 목소리 서슬 같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폐가처럼 허물어져 간다”
<집 한 채>의 일부다. 시인은 요양병원에 있는 시어머니의 쇠약해진 모습을 ‘허물어져 가는 집’에 비유한다. 한때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강한 모습으로 존재했던 시어머니가 세월 속에서 점차 약해지는 모습을 담담하게 바라본다.
반면 <애기똥풀꽃>에서는 새롭게 태어난 아이와 엄마가 되어가는 딸의 모습을 그린다.
“기저귀에 흐드러지게 핀 것을 딸아이가/ 맨손으로 주무르고 있는 겁니다/ 저렇게 엄마가 되어가는구나 싶었습니다”
아이의 배설물을 ‘애기똥풀꽃’에 빗댄 표현에서는 시인의 유쾌한 시선이 드러난다. 동시에 아이를 돌보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딸이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가는 순간을 보여준다.
이처럼 조영행 시인은 늙어가는 시어머니와 엄마가 되어가는 딸, 새롭게 태어난 손녀를 통해 탄생과 성장, 노화와 소멸이라는 삶의 과정을 한 시집 안에 담아냈다. 가족의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세대가 이어지고 삶이 변화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시와정신>으로 등단한 조영행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가족과 일상의 모습을 통해 삶의 여러 순간을 바라본다. 그의 시편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가족과 삶, 그리고 세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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