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치적사업에 거덜난 살림 공무원 월급도 못줄판
안상수 前시장 대형사업 추진과정 지방채 발행 남발
송영길 시장 취임이후 내핍 시정 불구 빚더미에 허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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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열린 ‘친수공간 확장공사 준공식’에서 시민들이 분수를 보고 있다. 분수 너머로 개통을 연기한 채 자리잡고 있는 월미은하레일의 궤도가 보인다.
인천시는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 110억원을 들여 음악분수를 조성하고 지난 28일 준공식을 가졌다. 송영길 시장이 보육교사 수당을 제대로 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며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 권한대행과 눈물의 통화를 했다는 기사가 나온 지 불과 하루 만의 발표였다. 월미도에는 853억원을 들인 ‘월미은하레일’이 흉물로 방치돼 있다. 문화의 거리를 따라 조성된 열주등대조명도 고장 난 상태다. 많은 세금을 들여 조성한 분수대와 낙조전망대 등 친수공간의 효과도 의심된다. -
월미도 달빛음악분수, 직접 가보니
지난 28일 월미도에서 열린 ‘문화의 거리 친수공간 확장공사 준공식’에는 송영길 시장, 박상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자, 류수용 시의회 의장, 나봉훈 중구 부구청장을 비롯해 시의원 및 구의원 수십명이 참석했다. 밤 나들이를 나온 주민 수백명도 찾아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그러나 준공식장 바로 위엔 2010년 6월 준공하고도 개통하지 못한 월미은하레일이 있어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나봉훈 부구청장은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를 끼고 있음에도 친수공간이 부족했다”며 “젊고 낭만 있는 관광지로 거듭나 관광객에게 감동있는 볼거리를 제공하겠다. 친수공간은 부근 상권을 살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시와 중구청은 2010년 3월 착공해 섬 앞바다 공유수면 5667㎡를 매립하고 달빛음악분수·낙조전망대·조석체험시설·수변데크·구름언덕 등이 포함된 친수공간을 1년1개월 만에 준공했다.
이날 준공식에서 기자와 만난 이모씨(34·성남시)는 “인천시 재정이 어렵다고 들었다”며 “분수가 기대이상으로 좋긴 하지만 유지 및 관리비용이 많이 들 것 같다. 홍보를 많이 해서 널리 알려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총 110억원 예산 중 분수에 26억원이 투입됐다. 약 1700평에 이르는 매립비용은 56억원 가량이 소요됐다. 그밖에 전망대·수변데크·구름다리·조석체험시설 및 조경·식재에 28억원이 들었다.
특히 분수 가동시간의 경우 토요일 및 공휴일은 일일 4회로, 수도비·약품비용·전기세·수질정화 비용 등을 합해 연간 4000만원이 소요된다.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30년째 조개구이집을 운영 중인 이모씨(69)는 “분수가 생겼으니 손님이 늘었으면 좋겠다”면서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친수공간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상권은 소외감을 토로했다.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씨(45)는 “우리 식당은 음악분수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그다지 영향이 없을 것 같다”며 “분수 쪽에 사람들이 몰려 손님이 줄어들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송 시장은 지역민과 언론으로부터 질타 받고 있는 월미은하레일에 대한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안전성 검사를 의뢰해 3~4개월 내 정상가동과 철거 사이에서 가닥을 잡겠다”고 약속했다.
월미도 친수공간은 그동안 시가 벌여온 ‘전시성 행정’ 중 비교적 소규모에 속한다. 그러나 거듭된 대규모 프로젝트와 실정 등 지난 민선 3·4기 간의 누적된 방만 경영의 마지막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비난을 벗어날 수 없다. -
재정 파탄, 왜?
인천은 지난달 2일 광역단체로는 처음으로 소속 공무원의 급여 일부를 하루 늦게 지급하면서 재정위기가 세상에 알려졌다. 올 예산만 7조9983억원에 달하는 시가 단 20억원이 모자라 공무원 6000명에게 매달 지급하는 복리후생비를 하루 늦게 준 것이다.
시의 재정 파탄은 안상수 전 시장의 재임시기와 맞물린다. 안 전 시장은 2002년 취임해 2010년 6월 퇴임했다. 그의 재임시기 8년간 시는 각종 대형사업을 벌이며 지방채 발행을 남발했고 금융권 등에서 무리한 차입을 추진했다. 송도·청라·영종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과 220곳의 구도심 재생사업, 검단신도시, 루원시티 건설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했으나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았다.
그밖에 야심차게 추진했던 세계도시축전(150억 적자), 월미은하레일(미개통) 등이 대표적 실패 사례로 남았다. 현재 아시안게임 개최 및 도시철도 2호선 조기 개통 등을 둘러싸고 시와 시민, 시민단체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안 전 시장은 퇴임 후 1년6개월간 검찰의 내사를 받고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던 것이 4월 초 공무원 복지수당 늑장 지급으로 그의 비리와 무리한 대형 프로젝트 추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한편 안 전 시장은 다음달 6일 대선후보 경선 참여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시 부채는 지난해 말 2조7401억원에 달했다. 올해 말엔 3조184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시는 2014년 아시안게임(2조3000억원), 장애인 아시안게임(599억원), 2013년 전국체전(소요예산 350억원), 실내무도대회(소요예산 290억원)까지 각종 국내외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3월2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부의 영유아 무상교육 지방재정 대책촉구 시도지사 기자회견’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이 지방재정 부담 완화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2014 아시안게임과 2호선 조기 개통 중 하나의 카드는 버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모임’은 지난 17일 “시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반납하고 현재 진행 중인 지하철 2호선 건설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특히 “시는 지하철 2호선 사업비 3268억원과 올해 예산에 책정되지 않은 사업비 3795억원, 교육청·기초자치단체 법정 전출금 2500억원 등 늦어도 3분기까지 1조5000억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파산 위기에 몰리고 일부 구는 공무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재정난 출구는?
2010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은 10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냈으며, 1998년 동계올림픽을 치른 일본 나가노는 그 여파로 현재도 재정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2018 동계올림픽 유치에 참여했던 스위스의 경우 시민들이 반대하자 유치를 포기했다.
그럼에도 시는 공무원 수당 삭감, 지방교부금 확대, 지방채 발행, 보유 재산(송도매립지, 버스종합터미널 부지, 북항 항만 배후 부지, 소래포구일대 땅) 매각, 유엔기구 유치 포기 등을 통해 아시안게임 개최를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시는 올해 6400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한 데 이어 4500억원의 지방채를 추가 발행하는 방안을 행안부와 논의 중이다. 아시안게임에 사용될 8개의 경기장 건설과 인천지하철 2호선 조기 개통을 위한 지방채다.
아시안게임을 반납하는 대신 '축소 개최'하자는 의견도 있다. 장금석 인천연대 정책기획실장은 “부산아시안게임과 대구육상세계선수권대회처럼 중앙정부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며 “국비지원 36%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대회 개최의 선행조건을 제시했다.
이어 “토지보상비용, 경기장 신축 등에 이미 투자된 금액이 있다. 2호선만 가닥을 잡아 풀리게 되면 아시안게임은 원안대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 실장은 “시설설치 및 유지비, 국비와 같은 비율로 투자하는 국비 매칭사업, 거대물량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상미 기자 uncanny@segye.com
- 기사입력 2012.05.04 (금) 17:19, 최종수정 2012.05.04 (금)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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