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컬세계] 강원도 원주시가 변화하고 있다. 오랫동안 짊어지고 있던 군사도시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건강도시로 새롭게 부활하는 중이다. 강원도 내 도시 중 유일하게 인구가 30만명이 넘는 원주시는 지난해 무산된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의 아픔을 딛고 의료기기 산업과 건강의 도시로 급성장하고 있다.
90년대 이후 수도권과 인접한 시·군에서 인구 유입 급증
軍부대 이전·의료기기산업 유치 등으로 성공적 변화
‘5개년 발전 계획’ WHO로부터 최우수 정책제안상
원주시가 군사도시가 된 것은 6.25 전쟁을 치르고 난 후부터다. 이곳에는 1군사령부와 군수지원사령부 등 한국군은 물론 캠프롱, 캠프이글 등 미군부대까지 위치하고 있어 군사적 요충지로 발전해 왔다.
시내 어느 곳에서도 군부대를 쉽게 접할 수 있었고,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원주시 단구동 일대에는 군 활주로가 있었다. 군인극장과 원일로, 중앙로, 평원로는 과거 A, B, C라는 도로로 불리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 시의 인구는 수도권과 인접 시·군에서의 유입으로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2007년 10월에는 3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시는 군부대 이전과 택지개발을 통한 도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시책으로 ‘건강도시’를 추진하게 됐다.
원주시는 1999년 원주 의료기기산업 유치와 함께 의료기기 테크노파크, 의료기기 창업보육센터 설치 지원으로 도시 브랜드를 ‘첨단의료 건강도시 원주’로 이미지화 해 성공적으로 변화시켰다.
2000년 이후 이미지 변신 성공
원주시는 2004년 6월 WHO서태평양지역의 건강도시 연합 창립멤버로 가입했다. 건강도시 연합의 설립 목적과 추구하는 방향이 원주시의 과제를 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듬해인 2005년 4월7일 세계 보건의 날에 시민 누구나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는 건강도시 건설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시민과의 약속을 담아 ‘WHO 건강도시 원주’를 선언하고 실천 의지를 담은 현장을 채택했다.
시민들이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누리며 자연과 사람이 상생하는 쾌적한 도시환경 속에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책의 초점을 ‘시민의 건강과 웰빙’에 맞춰 시민의 삶의 질이 높은 ‘더불어 사는 행복한 원주’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5년에는 건강도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건강도시 추진을 위한 기본 인프라조성에 주력했다. 우선 담배소비세를 전부 건강도시 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2006년부터는 건강도시 원주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해 66개의 실천프로젝트를 개발, 122억원을 투자해 모든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중이다.
혁신적인 예산과 정책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되어, 2년마다 개최되는 WHO 아시아 태평양지구 건강도시 총회에서 원주시와 제주도가 ‘Good Practice Award’를 수상했다. 시가 건강증진활동지원등에 담배소비세로 건강도시 예산을 마련한 아이디어도 ‘Financing of health promotion activities’상을 수상했다.
건강도시 브랜드화로 각종 수상
원주시는 지난 2006년 수립된 ‘건강도시 원주발전 5개년 계획’에 의해 도시 정책의 최우선을 시민의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두고 건강도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결과, WHO(세계보건기구)와 AFHC(WHO 서태평양지역 건강도시연합)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정책제안상을 다섯 차례 수상한 바 있다.
더 나아가 2008년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해 AFHC 이사도시에 출마해 피선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로써 국내외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건강도시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수십년간 지속되었던 군사도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대표 건강도시 원주’라는 도시 브랜드를 창출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시는 건강도시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시 전역에 시민들이 스포츠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과감한 시설 투자를 했다. 각종 대회도 잇따라 개최했고 프로스포츠인 농구단 ‘원주동부’를 중심으로 농구인 저변확대 및 관중동원에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업초기에 명륜동 종합경기장을 중심으로 한 체육시설은 혁신도시 내 시설과 봉산동 스포츠타운, 우산동 군부대 옆 야구장 등의 시설, 태장동 구 매립장을 활용한 스포츠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무실동 2지구 내에도 체육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도심 곳곳에 공원을 설치하고 운동기구를 설치했다. 특히 택지를 개발하면서 시민들을 위한 운동기구를 확충하는데 힘썼다.
종합운동장을 중심으로 수영장이 설치된 국민체육센터 운영, 우산동 근로자복지회관 내 수영장, 치악체육관 옆에 종합체육관 건립을 추진하는 한편, 따뚜공연장 맞은편에는 다목적체육관을 건립했다. 이 모든 사업의 중심에는 원주시가 전 행정력으로 추진하는 건강도시 프로젝트가 있었다.
첨단의료산업 메카로 탈바꿈
원주시는 1999년부터 의료기기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과감한 행정을 추진했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앞두고 충북 오송과 대구시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정치적인 결정이었다는 강원도와 원주시의 주장과 달리 정치권에서는 대구와 오송으로 결정된 만큼 번복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시는 강원도와 함께 정부에 10개년 계획으로 추진된 첨단의료기기 도시 건설을 위해 추진된 의료기기 복합단지 추진과 기업도시 내 의료기기 산업단지 유치를 위해 정부의 혜택 및 지원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에 문막읍 동화리에 의료기기 전용단지와 정부차원으로 추진되는 지정면의 기업도시 내 의료기기 공단에 집중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첨복단지 유치 실패는 원주시에 커다란 아픔이었지만 이에 상승하는 정부의 지원방침이 약속된 만큼 기업유치가 산업단지 조성 등 순조로운 추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가 의료산업을 앞당기게 된 데는 원주기독병원의 역할이 컸다. 1950년대 말 원주시 일산동에 자리잡은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원주기독병원은 지난해 50주년을 맞이했고, 이제 100년을 향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시를 중심으로 제천과 영월, 횡성과 홍천, 평창, 여주시와 이천시, 충주시 등 내륙의 중심의료기관으로 성장한 원주기독병원은 이제 대단위 프로젝트로 이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주기독병원은 835개 병상 규모의 3차 전문병원으로 2007년 유비쿼터스 환경 도입과 최첨단 의료장비 및 100여개 병상 시설을 갖춘 국내 최고 수준의 병원 건립을 발표했다.
이번 사업의 발표 이유는 일산동 현 부지가 도심 한 가운데 있어 신속한 환자이송 등이 불편하고, 시설의 노후화와 병원 확장에 따른 부지협소가 원인이 됐다.
이에 따라 시는 기업도시 부지와 내부적으로 희망하는 연세대 원주캠퍼스 주변을 놓고 고민했다. 이전부지는 16만5000㎡에 2500억원이라는 막대한 이전비용이 소요된다. 또한 현재 7만6197㎡와 실제 사용면적 5만9527㎡의 용도는 주거지역과 공원용도로 되어 있어 가치가 낮다.
원주기업도시로의 이전이나 연세대 원주캠퍼스 인근, 제3의 장소 등으로 추진하고 있는 원주시의 입장에 반해 병원측은 “본원인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이나 재단인 연세대 측에서 어떠한 입장도 나온 것이 없는 만큼 이전부지의 위치는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장기적 측면에서 이전 검토대상이 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밝히고 있다.
원주기독병원이 이전될 경우 이에 따른 주변 지가변동과 상권 이동 등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WHO 건강한 도시 요건 충족에 최선
원주시는 세계보건기구의 건강도시를 위한 요건 11가지를 발표하면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사는 원주시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깨끗하고 안전하며, 질(Quality) 높은 도시의 물리적 환경 ▲안정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 ▲계층 간 부문간 강한 상호지원 체계와 착취하지 않는 지역사회 ▲개개인의 삶, 건강 및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한 시민의 높은 참여와 통제 ▲모든 시민을 위한 기본적 요구(음식, 물, 주거, 소득, 안전, 직장 등)의 충족 ▲시민들 간의 다양한 만남,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와 자원에 대한 접근성 ▲다양하고 활기 넘치며, 혁신적인 도시 경제 ▲역사, 문화 및 생물학적 유산 혹은 지역사회 내 모임들과 개인과의 연계를 도모 ▲모든 시민에 대한 적절한 공중보건 및 치료서비스의 최적화 ▲높은 수준의 건강과 낮은 수준의 질병발생 ▲이상의 요건들이 서로 양립할 뿐만 아니라 더불어 이 요소들을 증진시키는 도시 형태 등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 삶 속에 스며드는,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건강도시를 만들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비전2020 건강도시 원주발전 10개년 계획’수립으로 내년부터는 좀 더 체계적이고 특성화된 건강도시 사업을 추진하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강도시로 제2의 성장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컬원주 = 오형상 기자 eoscar64@segye.com
- 기사입력 2010.08.20 (금)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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