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표절기사’ 만든 뒤 마치 ‘기사원문’인 것처럼 유권자 속여
김선길 “선거사무실 직원이 나 몰래 해당 기사 재편집해 블로그에 올렸다” 해명
피해자 김병원 “직원이 조작·표절했다는 것 누가 믿겠나, 선관위 수사당국에 고발조치·국힘 부산시당 즉각 조사해야” 촉구
부산시선관위“유관부서 간 법령검토 등 협의 후 공식입장 밝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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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김선길(국민의힘) 남구청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실 전경. |
최근 모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당내경선주자 중 1위를 차지한 김선길 남구청장 예비후보는 N인터넷신문사가 지난달 21일 오후 2시 53분에 보도한 ‘[이슈]6·1지방선거,부산 남구청장 누가 뛰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같은 날 오후 4시 52분에 자신의 선거홍보용 블로그인 ‘부산갈매기’에 기사원문을 인용해 올렸다.
해당 기사의 출처에 대해서도 ‘출처, 내외경제TV(https://www.nbntv.co.kr)’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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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 소재 국민의힘 부산시당 당사 전경. |
그러나 김 예비후보는 기획기사를 블로그에 퍼 올리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경쟁예비후보(김병원)의 ‘교통체증 가중하는 경성대~오륙도 간 트램 건설사업 중단, 지상교통에 방해요소 없이 공중레일에 매달려 오가는 현수식 모노레일 방식으로 건설’ 등 핵심공약이 나열된 본문을 임의로 삭제해 자신과 관련된 공약설명이 돋보이도록 기사를 조작했다.
이 때문에 기사원문에서 국민의힘 예비후보 7명 중 가나다 순서상 가장 먼저 배치된 김병원 예비후보의 공약은 한 단어도 언급되지 않아 졸지에 ‘공약 없는 바보후보’가 된 반면, 순서상 두 번째인 김선길 예비후보의 공약이 나열된 문장이 첫 번째로 배치돼 돋보이는 모양새가 됐다.
특히 김선길 예비후보는 자신과 관련한 문장은 글자 크기를 키우고 ‘고딕체’로 처리해 더욱 돋보이게 했다.
김선길 예비후보는 또 김병원 예비후보의 얼굴사진이 여·야 8명(더불어민주당 1명 포함)의 예비후보 중 가나다 순서상 윗칸 맨 좌측에 배치된 기사 본문의 전체 사진을 통째로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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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길(국민의힘) 남구청장 예비후보의 블로그에 지난달 21일 오후 올려진 조작·표절한 인터넷신문 내외경제TV 기사. ‘예비후보 8명의 사진’이 통째로 사라지면서 사진 자리가 ‘공란’으로 비어 있다. 김 예비후보 블로그 ‘부산갈매기’ 캡처 |
‘부산갈매기’ 블로그상에는 사진이 들어간 자리가 공란으로 나타나는 데, 이 부분엔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라는 글자만 희미하게 나타난다.
김선길 예비후보는 기사 원문의 ‘부제목’에도 손을 댔다.
자신의 이름을 국민의힘 예비후보 7명 중 가장 먼저 나타나게 하기 위한 듯 가나다 순서상 두 번째 배치된 자신의 이름을 가장 먼저 배치된 ‘김병원’의 자리로 옮기고, ‘김병원’을 뒤로 돌렸다.
김선길 예비후보는 이처럼 기사 원문에 손을 대 조작·표절을 했으면서도 마치 기사의 원문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라있는 기사와 똑같은 양 출처를 ‘내외경제TV(https://www.nbntv.co.kr)’라고 제시해 유권자와 네티즌을 속였다.
이 조작·표절된 기사가 블로그(부산갈매기)에 노출된 기간은 3월 21일부터 4월 10일까지 무려 21일 동안이다.
김 예비후보는 이달 초 기사를 작성한 내외경제TV A기자로부터 기사 조작·표절에 대한 항의전화를 받고 며칠 후인 지난 10일에야 자신의 블로그에서 문제가 된 기사를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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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구 소재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본부 건물 전경. |
김 예비후보는 A기자에게 “선거사무실 직원이 나도 몰래 해당 기사를 재편집해 블로그에 올렸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예비후보 선거캠프 사무국장은 “블로그는 자원봉사자가 관리하는데, 블로그에 올려진 기사가 원문과 다르다는 사실을 A기자의 항의를 듣고 나서야 알게 됐다”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몰라 한참 뒤에 기사를 내리게 됐다”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이자 경쟁후보인 김병원 예비후보는 “선거사무실 직원이나 자원봉사자가 예비후보 몰래 대폭 조작·표절한 인터넷신문 가짜기사를 예비후보 블로그에 올렸다는 변명을 누가 믿겠느냐”며 “김선길은 나의 공약과 사진이 인터넷신문에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조작·표절한 허위기사를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노출되는 자신의 블로그에 무려 21일 동안 올리는 파렴치한 짓을 했으며, 이는 명백히 지역유권자를 속인 행위이고 선량한 경쟁후보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위법행위다”라고 분개했다.
김병원 예비후보는 “온라인상의 블로그를 이용해 교묘하게 유권자를 속이는 등 파렴치한 예비후보가 구청장이 된다면 어떤 구정을 펼칠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며 “이런 예비후보자가 공당의 공식후보가 돼서는 안 되므로 선거당국은 즉각 사실확인을 거쳐 수사당국에 고발조치하고,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즉각적인 자체조사에 착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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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선관위 남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 전경. |
법조계에서는 기사 조작·표절 유포행위는 공직선거법(공정경쟁의무위반), 허위사실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죄 등에 저촉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7조(정당·후보자 등의 공정경쟁의무) 제1항에는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후보자(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자를 포함한다) 및 후보자를 위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자는 선거운동을 함에 있어 이 법을 준수하고 공정하게 경쟁하여야 하며,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을 지지·선전하거나 이를 비판·반대함에 있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한 법조인은 인터넷신문 기사 조작·표절 유포행위에 대해 “최근 논문 표절의혹사건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경쟁후보를 깍아내리고 표만 얻고자 하는 기사 조작·표절도 우리 사회의 공정경쟁을 해하는 매우 질이 좋지 않은 범죄행위”라며 “조작·표절된 기사가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 무려 21일간이나 노출됐다면 관계 선관위가 수사기관에 고발해야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김선길 예비후보의 기사 조작·표절의혹사건에 대한 본지의 ▲공직선거법 등 법률 저촉 여부 ▲선관위의 조사방침 ▲선관위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의에 대해 “유관 부서 간 관계법령 검토 등 협의를 한 뒤 공식입장을 밝히겠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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