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투자·수익 공유하는 ‘고양형 햇빛연금’ 모델 구축
공동주택 RE100 확대…관리비 절감과 탄소중립 동시에 겨냥
유휴부지까지 태양광 확대…발전수익 지역사회 환원 추진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경기 고양특례시가 에너지를 사서 쓰는 도시에서 직접 만들고 그 수익을 시민과 나누는 도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거창한 대규모 발전단지가 아니라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공영주차장과 아파트 옥상이다.
주차장 위에 태양광을 올리고, 아파트 옥상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시민이 발전사업에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할 수 있다면 재생에너지는 환경정책을 넘어 새로운 지역경제 모델이 될 수 있다.
고양시가 구상하는 ‘햇빛연금’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공공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 참여→전력 생산→발전수익→지역 환원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동시에 공동주택의 전기료 부담을 낮추고 탄소 배출도 줄이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린다.
특히 고양시는 공영주차장 41곳을 시작으로 체육시설과 공공건축물, 도로 유휴공간까지 활용처를 넓혀 도심 곳곳을 작은 발전소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주차장 41곳이 시민 발전소로…연간 20억원 수익 기대
고양시는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공영주차장을 대상으로 시민참여형 발전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설치 의무화 대상인 공영주차장은 41곳으로, 전체 면적은 약 3만5500㎡다. 이 공간에 태양광 설비를 모두 설치하면 약 8875kW 규모의 발전시설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예상 사업비는 약 300억원이다. 모든 시설이 계획대로 들어설 경우 연간 약 11.6GWh의 전력을 생산하고, 발전수익은 연간 2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단순히 발전량만 놓고 보면 일반 가정 약 3200가구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연간 온실가스 감축량도 약 5350t으로 예상된다.
다만 사업의 핵심은 발전시설의 규모보다 누가 투자하고 수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있다.
고양시는 이 문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8월 중순부터 시민참여형 발전사업 연구용역과 공공부지 발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민펀드와 민간투자 등 여러 방식을 비교하고 금융기관과의 협력 가능성도 살펴보기로 했다.
선도 지역의 사례를 참고하되 고양시의 주차장 규모와 도시 구조, 시민 참여 여건에 맞는 수익 배분 방식을 찾겠다는 것이다.
우선 2027년 1MW 규모의 시범사업으로 경제성과 운영방식을 검증한 뒤 사업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파트 옥상도 발전소로…RE100으로 관리비 부담 낮춘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또 다른 축은 공동주택이다.
고양시는 1기 신도시를 비롯해 공동주택 비중이 높은 만큼 아파트 공용전력 절감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승강기와 공용조명, 급수펌프 등에 쓰이는 전력을 옥상 태양광으로 일부 충당하면 관리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위시티 블루밍 5단지는 경기도의 ‘경기 RE100 소득마을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30.96kW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문촌마을 5단지를 포함한 공동주택 6개 단지, 26개 동에는 한국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을 통한 태양광 설치도 신청했다. 결과는 9월 발표될 예정이다.
공동주택 RE100은 단순한 친환경 설비 보급과는 결이 다르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민감한 가계 입장에서는 탄소중립과 관리비 절감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이기 때문이다.
킨텍스 등 공공시설 7곳에서 이미 발전수익 창출
고양시의 태양광 정책은 이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시는 2020년 이후 킨텍스 제1전시장 등을 포함한 공공시설 7곳에 모두 2902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다. 생산된 전력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판매해 연간 약 6억5000만원의 수익도 거두고 있다.
앞으로는 기존 공공시설뿐 아니라 공영주차장과 체육시설, 공공건축물, 도로법면 등 활용 가능한 공간을 찾아 발전시설을 늘릴 방침이다.
여기에 시민참여형 사업을 결합해 기존의 ‘공공부지 활용’에서 한 단계 나아간 시민 수익 공유형 에너지 모델을 만든다는 것이 고양시의 구상이다.
결국 관건은 시민이 실제로 얼마나 참여하고, 발전수익이 어떤 방식으로 시민과 지역사회에 돌아가느냐다. 수익 구조가 투명하게 설계되고 참여 문턱이 낮아질수록 ‘햇빛연금’이라는 정책 이름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민경선 시장은 시민참여형 발전사업을 통해 시민이 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되고 발전수익도 함께 나누는 ‘고양형 햇빛연금’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공공부지와 공동주택을 활용해 시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에너지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생에너지는 이제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차장과 아파트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시민의 비용 부담을 낮추고 지역의 수익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고양형 에너지 정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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