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연의 역사와 변화, 그리고 불변성과 변동성의 동일성을 탐구한다. 이들은 결국 자연이라는 큰 질서 안에서 수렴된다고 주장한다. 작가는 작은 가을 햇살이 나무 위로 쏟아지는 모습을 통해 삶의 유한함과 순환성을 깨닫듯이, 작품을 통해 자연과 그 안에 내재된 이치에 대한 순응과 지혜를 전달하고자 한다.
나에게 캔버스에서 공기원근법 표현이란 단순히 풍경을 옮겨 담는 틀이 아니다. 대기 중의 미세한 흐름을 포착하고, 그 안에 겹겹이 녹아든 시간의 층위를 나이프를 사용 듬직 듬직하게 색면대비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나이프의 궤적은 단순히 풍경을 묘사하는 도구가 아니라, 대자연이 품은 거대한 호흡을 캔버스라는 작은 우주에 옮겨 담는 수행의 과정이기도 하다.
전경의 갈색과 녹색이 뿜어내는 생동감은 삶의 현존을 증명한다면, 나이프로 겹겹이 밀어낸 저 멀리의 연푸른 색면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돌아가야 할 평온한 침묵의 공간을 상징한다. 겹쳐진 능선 사이로 흐르는 공기는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하며, 그 흐릿한 경계 속에서 인위적인 욕망은 자연스레 여백이 되어 흩어진다. 결국 화면 속에 구현된 공기원근법은 물리적 거리를 넘어 마음의 거리를 조절하는 심리적 기표이며, 관람객은 그 깊이감을 따라 걷는 동안 각자의 내면에 숨겨진 근원적인 고요와 마주하길 바란다. 자연이 그러하듯 내 작업 또한 멈추어 있지 않고 매 순간 변화하며, 그 안에서 발견한 순응의 지혜가 화폭을 넘어 감상자의 삶 속에서도 부드러운 물결처럼 번져나가길 소망한다. 이는 곧 내가 자연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들의 본질을 찾아 떠나는 고요한 여정이기도 하다.
제가 시도한 공기원근법은 캔버스 위에 단순히 풍경을 재현하는 일을 넘어, 비워냄으로써 채워지는 명상의 공간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나이프로 얇게 펴 바른 원경의 푸른빛은 하늘과 산의 경계를 허물며, 그곳에 머무는 시선은 곧 무(無)의 상태에 다다른다. 전경의 짙은 색채들이 대지의 단단한 침묵을 지탱한다면, 뒤로 갈수록 옅어지는 색면들은 집착을 내려놓은 마음의 여백과도 같다. 그 여백 속에서 시간은 흐르기를 멈추고, 자연과 나는 비로소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존재로 호흡한다. 나의 작업은 결국 화려한 언어보다 깊은 침묵 속에 진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며, 화면에 담긴 정적은 감상자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평온의 소리를 깨우는 통로가 될 것이다. 그렇게 나의 그림이 세상의 소음을 잠재우는 하나의 작은 쉼표 되기를, 그리고 그 쉼표 안에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삶의 근원적인 순수함을 대면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로컬세계 /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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