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세계 = 전경해 기자] 지난해 크리스마스, 춘천소방서 홈페이지에 감사의 글이 올라왔다. 12월 7일, 심정지로 사선을 넘던 중학생을 살려낸 ‘소방 응급 네트워크 대원’들에 감사하는 글이었다.
학생은 급박한 순간 응급처치와 함께 헬리콥터로 이송해 목숨을 건졌다. 부모는 글 끝머리에 ‘세상을 이끌어가는 동력은 소수의 이름난 사람들에게서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회 각 처에서 성실히 제 역할을 감당하는 숨은 이름들이 내는 것’이라고 했다. 감사 넘치는 따뜻한 글은 소방대원들이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소방서는 휴일이 없다. 설 연휴가 끝난 2월 초, 춘천소방서 권혁범(57)서장을 만났다. 권 서장은 1996년 소방공무원 공채로 공직에 입문했다. 구급대원으로 시작해 풍부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7월 춘천소방서장으로 취임했다. 수부 도시 춘천, 300여명 소방공무원을 이끌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수장이다.
권 서장은 “수부 도시답게 교육 수준과 훈련 역량을 갖춘 재원이 많다. 소방본부에도 능력 있는 춘천 지역 소방관들의 진출이 잦다. 기술경연대회에 출전해도 상위권을 다툴 만큼 기량이 뛰어나다.”고 했다.
권 서장은 “예전에 비해 높은 급여와 근무 여건 등 소방관의 처우가 향상됐다. 직업의 특성상 수면 부족, 고된 일과 등으로 이직률이 높았으나 현재 소방관들은 국민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잘 적응해 이직률이 낮다.”며 “구급대, 구조대, 진압대 등 각 특성에 맞는 소방관들의 전문성도 향상됐다. 예전 응급처치는 이동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응급처치 학과, 간호학과 출신 특채로 수준이 높아졌다. 여기에 해마다 전문교육으로 소방관들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소방서는 소방관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 불안, 수면 곤란 등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상담실을 운영 중이다. 개별상담으로 야간, 휴일, 응급상황 등에도 응급심리지원 서비스가 제공된다. 강원도 전체 전문상담사는 7명, 부족한 인원이지만 도 예산에 따라 증원이 가능하다. 상담 결과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속적 상담 결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 진료비도 지원받는다.
춘천소방서는 심신 안정과 체력단련을 위해 ‘책 읽는 소방관’을 선정해 시상하고 ‘문화, 체육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격주로 운영하던 것을 매주 금요일로 확대해 직원들의 정서적 지원을 돕고 있다. 소방서는 화재안전 취약계층에 대한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 사업을 진행 중이다.
권 서장은 “강원도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기준 조례에 따라 해마다 복권기금을 활용한 소방시설을 보급하고 있다. 지난해 700가구, 올해 650가구에 대해 소방시설 및 용품을 설치하고 화재예방교육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이어 “이론교육만으로는 교육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장애인, 노인, 외국인, 다문화가족 등은 몸으로 익힐 수 있는 체험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소방서는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 장애인복지과, 강원이주여성상담소, 춘천시가족센터와 협업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빙기 수난사고 대비 인명구조 훈련,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 차량용 소화기 사용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곧 양간지풍이 불어올 시기, 봄이 되면 긴장감이 더해지는 곳이 소방서다.
권 서장은 22년 봄,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 현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소방본부 대응전략팀장으로 있을 때였다. 울진과 삼척, 동해, 영월, 양구 등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태풍 수준의 바람에 걷잡을 수 없이 불길이 번졌다. 진압대와 소방헬기, 의용소방대가 총 출동했지만 불길이 잡히지 않아 애를 먹었다. 올해 동해안에 눈이 내리지 않아 건조한 상태다. 산불 예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했다.
권 서장은 “사람을 살리는 일은 숭고하고 가치있는 일이다. 소방직에 들어와 3~4년이 지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초심을 잃지 않고 보람과 긍지를 갖고 공직의 사명을 다 하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소방관”이라고 했다.”
권 서장이 말하는 소방관의 덕목은 ‘초심을 잃지 않고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소방관’은 자신뿐 아니라 국민의 긍지와 자부심이며 사명감을 지닌 이 시대 진정한 영웅이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선봉장으로 춘천을 살만한 도시로 이끄는 권 서장과 소방관들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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