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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르젠융합과학연구센터 개소식에서 이우철 박사가 소르젠과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우철 박사 제공) |
[로컬세계 = 이승민 특파원] 도쿄에서 신간센(新幹線)을 타고 북쪽으로 1시간쯤 달려가다 보면 도치기현 나스시오바라역(那須塩原駅)에 도착한다. 이곳은 일본에서도 유명한 숲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 숲에 들어가면 오래된 고목나무들로 울창하다. 새소리 바람소리가 음악처럼 들려오고 보이는 곳곳 초록빛으로 싱그러워 저절로 기쁨이 샘솟는다.
나스시오바라역에서 남서쪽으로 10분쯤 걸어가면 구츠가케(沓掛)라는 조용한 마을이 나온다. 이곳에는 500여 평의 대지에 2층 건물로 멋지게 지어진 이우철 박사의 소르젠연구소(SEAON TECHNOLOGY CENTER)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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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시오바라시 구츠가케마을에 있는 소르젠연구소((SEAON TECHNOLOGY CENTER)) 전경.(사진 이승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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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본 소르젠연구소.(사진 이승민 특파원) |
미국에서 소르젠연구와 사업에 바쁜 이우철 박사가 일본 사업가들의 상담 요청으로 잠시 일본을 방문했다. 그의 연구소가 있는 나스시오바라를 찾아가 만나보았다.
“이 박사님, 1년 만에 다시 뵙습니다. 지난번 못다 들은 소르젠에 대해 좀 더 듣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반갑습니다. 이곳은 산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숲 속을 드라이브하면서 이야기하면 어떻겠습니까.”
“물론 좋습니다.”
가을바람이 선선한 일본 도치기현의 10월, 이 박사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초록빛 나무터널 속을 달렸다. 숲 속으로 구불구불 30분을 달려가자 산새들 노랫소리만 들려올 뿐 고요했다. 보일 듯 말 듯 숲 속에 외딴집 하나가 보였다. 숲의 요정이 살고 있는 집처럼 재밌어 보여 호기심에 다가가 집 앞에 차를 세웠다. 크로체(CROCE)라는 아주 작은 간판이 걸려있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궁금하여 둘이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우철 박사를 발견한 여주인이 놀라 달려 나왔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너무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뛸듯 좋아했다. 꼭 친정 오빠를 만난 것 같았다.
“어서 앉으세요.”
유리창 너머로 몇 사람이 일을 하고 있었고 이 박사를 발견하자 얼마나 반가운지 곧바로 달려 나와 인사를 했다. 어머니는 전체적인 일을 관리하고 있었고 아들과 딸은 빵을 만들고 있었다. 아들은 다시 들어가 금방 만든 빵을 들고 나왔고 딸은 따끈따끈한 커피를 만들어왔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들이 너무너무 화목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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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르젠빵과 소르젠우유를 앞에 놓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왼쪽부터 이우철 박사, 딸 아이코, 엄마 아츠코) |
활짝 웃음 진 얼굴들을 보면서 내가 물었다.
“이우철 박사님을 잘 아시는군요.”
“그럼요, 박사님은 우리 가족의 은인이십니다.”
이 가족은 어찌하여 사람도 살지 않는 깊은 산속에 들어와 살고 있을까. 인적이 없는 이곳에 빵집을 차린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여기까지 와서 빵을 사갈까. 무슨 이유로 이우철 박사는 이 집의 은인이 되었을까. 궁금하여 이 박사에게 물었다.
이야기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곳 나스시오바라시의 중심지 구츠가케(沓掛) 마을에 있는 소르젠연구소에서 이우철 박사가 새로운 연구에 몰두하던 때였다. 어느 날 자동차를 몰고 숲길을 드라이브하다가 외롭게 서있는 빵집을 발견한 이 박사는 커피라도 한 잔 할까 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60세쯤 되어 보이는 주인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당시 일본어를 잘할 수가 없던 이 박사는 커피를 달라고도 못하고 ‘커피’라고만 말했다. 빵집 주인은 외국인이라는 것을 금방 느끼고 영어로 인사를 하면서 묻는 말에 상냥하게 대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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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속의 빵집 크로체 앞에서 엄마 아츠코와 딸 아이코 씨가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사진 이승민 특파원) |
일본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숲 속에서 말이 통하는 일본인을 만난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기뻤다. 빵집 주인은 이도 아츠코(井戸淳子)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아츠코 씨는 일본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기독교인이었고 가족도 모두 기독교인이었다. 또 이탈리아로 유학하여 제빵 기술을 배운 엘리트였다. 남편과 아들 딸 모든 가족이 함께 이 숲에 들어와 살고 있다고 했다.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사람도 없는 산속에서 살고 있을까. 궁금하여 이 박사는 아츠코에게 물었다.
아츠코는 이곳에 오기 전 카마쿠라(鎌倉)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태풍 같은 시련이 아츠코 가정을 덮쳤다. 남편은 병원에서 전립선암 판명을 받았고 아들은 자폐증, 아토피 등으로 심신이 허약해져 갔다. 아츠코는 남편과 아들 병간호를 위해 정성껏 수발을 다했지만 상태는 점점 나빠져갔다. 남편은 얼마 못 살 것 같았고 사랑하는 아들은 식물인간이 되어갔다. 병원에서는 조용한 산속에 들어가 초목과 함께 살면서 자연 요양을 권했다. 살던 집을 정리하고 이사 갈 초목지를 찾다 보니 이곳 나스시오바라로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아츠코는 요양을 목적으로 이곳으로 찾아왔지만 살아갈 길이 막막했다.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남편과 아들의 병간호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젠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고 기진맥진 희망이 사라졌다. 산새소리와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는 햇살을 친구 삼아 위안을 삼아 보려 했지만 사람 구경도 할 수 없는 산속은 너무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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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아츠코와 딸 아이코가 직접 만든 빵을 앞에 놓고 웃고 있다.(사진 이승민 특파원) |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났다. 심심하여 빵을 만들어보았다. 이탈리아에서 빵 만드는 기술을 배웠기에 빵에 대해서라면 자신이 있었다. 외롭게 살아가던 아츠코 가족은 맛있다고 하면서 즐겁게 빵을 먹었다. 아츠코는 빵을 많이 만들어 딸과 함께 목장 마을로 내려갔다. 이곳은 초원도 좋아 소나 말을 키우는 목장이 많았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 위에 숲 속으로 이사 온 아츠코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심심해서 빵 좀 만들어 보았습니다. 맛이 어떨지 모르겠어요.”
“안녕하세요. 딸 아이코 인사드립니다. 잘 부탁합니다.”
빵을 맛본 마을 사람들은 활짝 웃음 진 얼굴로 한 마디씩 입을 열었다.
“반가워요. 환영합니다. 빵을 아주 맛있게 잘 만드시네요.”
“빵 선생님이 이사 오셨군요. 모양도 예쁘고 맛도 참 좋아요.”
“맛있어요, 빵집해도 될 것 같아요.”
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아츠코는 남편과 아들을 간호하며 말했다.
“먹고살 일도 막막하고 여기서 빵집이라도 해볼까요.”
“이런 산속에 빵 사러 올 사람이 있겠어.”
남편의 반대도 있었지만 심심하고 할 일도 없고 크로체(이태리어로 십자가)라는 간판을 걸고 빵집을 열었다. 하지만 역시 손님이 없었다. 인적도 없는 산속에 빵집을 차렸으니 아츠코가 생각해 봐도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사람 구경하기도 힘든 산속에 손님이 찾아올 리는 만무했다. 멀리 떨어진 아랫마을 사람들이 친구 삼아 놀러 와 몇 개씩 사줄 뿐이었고, 재수 있는 날은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던 나그네들이 쉬어가면서 인사치레로 빵 몇 개 사주는 것이 전부였다.
아츠코는 우두커니 빵집 앞에 앉아 어쩌다 지나가는 자동차만 보고 있던 중에 이우철 박사를 만난 것이다. 이러한 애달픈 사연을 들은 이 박사는 우선 아츠코 가족의 건강을 위해 소르젠과학을 적용한 빵을 설명해 주었다. 아츠코는 어둠 속에서 희망을 얻었고 너무 기뻐 잠도 오지 않았다. 곧바로 소르젠빵을 만들어 팔게 되었다. 소르젠 처리한 밀가루, 우유, 치즈가 재료로 쓰였고 이렇게 질 좋은 건강빵이 만들어지는 크로체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맛과 질이 탁월하게 좋은 소르젠빵으로 재탄생되었고 최고급 빵이 되었다. 소르젠빵을 먹어본 사람들은 참지 못했고 입소문을 냈다.
“소르젠빵 정말 맛있다.”
“나는 소르젠빵 먹고 건강이 아주 좋아졌어.”
소문은 도쿄에 까지 퍼졌다. 먼 거리에서도 소문을 듣고 빵집을 찾아오는 손님이 점점 늘어났고 늦은 오후에 찾아가면 빵이 다 팔려 살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가족이 만들어 파는 작은 빵집이라서 큰 수입은 안되지만 생활비 걱정은 사라졌다. 그렇게 5년이 지난 지금 무엇보다도 기쁜 일은 소르젠빵을 먹고 소르젠우유를 마신 아츠코 가족의 건강이 아주 좋아졌다. 남편은 건강이 회복돼 다시 회사에 취직하여 일을 하게 되었고, 아들도 건강이 좋아져 소르젠빵을 만드는 기술자가 되어 집에서 흥겹게 일하고 있다. 이렇게 이우철 박사는 아츠코 가족과 크로체 빵집의 은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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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체 빵집 앞에서 기념사진(왼쪽부터 SRG융합과학연구회 이재균 회장, 아츠코, 아이코, 이우철 박사) |
이야기를 듣던 아츠코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눈물을 글썽거렸고 이 박사에게 다시 머리 숙여 감사했다. 아츠코에게 물었다.
“아츠코 씨, 도시에 나가서 소르젠빵을 만들어 팔면 어떨까요. 장사가 아주 잘 될 것 같은데요.”
아츠코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도시에서 빵집을 열면 큰돈을 벌 수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 이대로 만족합니다. 이우철 박사님을 만나 가족의 건강과 웃음을 되찾았고 생활비 걱정도 사라져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가족의 손으로 오손도손 빵을 만들어서 내가 어려울 때 찾아준 마을사람들과 산길 나그네들에게 언제까지라도 소르젠 빵맛을 보여주고 싶어요. 소르젠 덕분에 이제 이 숲에서 정이 많이 들었나 봅니다.”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정겹다. 산새들 노랫소리가 청아하고 숲에서 풍겨 나는 나무향기가 그윽했다. 무엇보다도 아츠코 가정이 건강과 웃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어 내 마음도 기뻤지만 이우철 박사의 얼굴이 더욱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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