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캔버스 위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기를 바라는 것은 구체적인 형상이 아니라 바로 공기이다. 나에게 작업이란 단순히 풍경을 옮겨 담는 틀이 아니다. 대기 중의 미세한 흐름을 포착하고, 그 안에 겹겹이 녹아든 시간의 층위를 나의 호흡으로 기록하는 과정이다. 나는 자연을 인간의 인식을 넘어서는 무한한 존재로 마주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하나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동양적 무위(無爲)의 가치를 화폭에 담고자 한다.
간(看)을 넘어 관(觀)으로 내면을 꿰뚫는 시선
나는 사물을 바라볼 때 단순히 물질적으로 파악하는 간(看)의 단계를 경계한다. 대신 대상의 내면과 그 속에 깃든 정신적 가치를 꿰뚫어 보는 관(觀)의 시선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나의 화면에서 하늘과 산능선의 경계가 모호하게 흐려지거나 형태가 공기 속으로 녹아드는 것은 의도적인 선택이다. 이는 대기의 흐름과 대상을 하나로 묶어내어, 물질적인 리얼리티를 넘어선 정신적 소통을 이루기 위함이다. 나에게 공기원근법은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대상과 나를 하나로 이어주는 영적인 매개체이다.
작위(作爲)와 무작위가 만나는 지점
나의 예술은 나의 의도적인 선택인 작위와 자연의 우연한 불규칙성인 무작위가 만나는 접점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나는 자연의 이치를 억지로 가공하거나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화면 위에 펼쳐진 색채와 명암의 대비를 통해 자연이 지닌 순환의 역사를 겸허히 관조할 뿐이다. 가을 햇살이 나무 위로 쏟아지는 그 찰나의 순간에서 삶의 유한함과 자연의 무한함을 동시에 발견하듯, 나는 변동성과 불변성이 공존하는 자연의 질서를 증명해 내고자 한다.
명암의 대비로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서광(曙光)
나의 작업에서 도드라지는 특징 중 하나는 강렬한 명도 대비이다. 나는 근경과 중경의 산과 들, 나무들을 묵직하고 어두운 톤으로 눌러 앉히는 반면, 멀리 보이는 하늘은 눈부시게 밝은 톤으로 처리한다.
이러한 대비는 단순한 시각적 장치가 아니다. 어둠 속에 잠긴 현실의 대상들은 밝은 하늘을 통해 투사되는 내면의 정신성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이는 내가 지향하는 영성, 즉 서광(曙光)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세밀한 묘사에 치중하지 않더라도, 색채의 명도 차이만으로 나의 깊은 정신세계를 선명하게 개시(開示)하고자 하는 것이 나의 염원이다.
주관적 색채로 재해석한 나의 자연
나는 눈에 보이는 실제의 색을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대신 내가 매료된 색채를 주관적으로 선택하고 변형한다. 강조하고 싶은 대상은 밝게 드러내고, 주변 배경은 낮은 명도의 대비색으로 간결하게 갈무리한다. 이는 대상의 형태적 사실감보다 나의 추상적 정신성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작품은 객관적 현실에 대한 나의 뜨거운 주관적 반응이며, 자연이라는 거대한 질서에 순응하며 얻어낸 지혜의 기록이다. 나는 나의 공기원근법을 통해 여러분에게 말을 건넨다. 눈에 보이는 형상에 집착하기보다, 그 사이를 흐르는 공기와 빛,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자연의 이치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시길 권한다.
로컬세계 /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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