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조선족 40년 역사와 예술의 꽃
세대를 잇는 다채로운 감동
[로컬세계 = 사진 글 이승민 도쿄특파원] 일본 도쿄 지역을 중심으로 거주하는 조선족 동포들이 송년음악회를 열어 재일조선족 40여 년의 역사를 되새기고 민족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감동적인 축제를 펼치며 2025년 한 해를 마무리했다. 재일 조선족 선배들이 일구어 온 터전 위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민족 예술을 발전시켜 온 노력이 집대성된 화합의 장이었다.
지난 12일, 도쿄 카메리아홀에서 도쿄 지역 32개 조선족 단체가 함께한 가운데 '2025 전일본중국조선족단체 송년음악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번 음악회는 예술의 집, 동경샘물학교, GJ그룹, 우끼마동네, NPO법인ACE 등 5개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했고, 총 15개 단체에서 100여 명의 출연진이 준비한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이번 송년음악회는 한국어로 문을 열어 해설, 마무리까지 출연자 전원이 ‘한국어 음악회’로 펼쳐 타국 생활 속에서도 잊지 않고 이어가는 조선족 동포들의 강한 민족 정체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연변대학 일본학우회 김순녀 씨와 해바라기예술단 박봉화 씨의 능숙한 공동 사회로 시작된 음악회는 일본조선족경제문화교류협회 북팀(노향옥 외 6명)의 힘찬 북춤 <격의 숨결>로 오프닝을 장식하며 축제의 서막을 열었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다양한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공연이 객석에 깊은 감동과 흥겨움을 선사했다. 아리랑문화예술단 김선희 씨의 <종달새 사랑>, 동청년축구팀 김진 씨의 <보고 싶다> 가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GJ그룹 최림 씨의 에스파나카나 손풍금 독주, ‘예술인의 집’과 ‘GJ그룹’의 협연으로 전만석 씨가 클라리넷을 연주했고, ‘별바다노래교실’의 여성중창 <너영 나영>를, GJ그룹 호림 씨가 <하얀 꽃 필 때>와 <웨딩드레스>를 불러 박수와 갈채를 받았다.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는 NPO법인 ‘연’ 소속 김설 씨가 열창한 가곡 <비목> 순서였다. 6.25 전쟁 당시 나라를 지키다 숨진 국군 장병들의 사연과 얽힌 노래에 관객들은 숙연해지며 깊은 울림에 젖었다.
또 올해 서거 80주년을 맞은 한국 문학의 상징,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특별 무대도 마련되어 케이오기쥬크대학 오무송 교수가 직접 작곡한 윤동주의 <서시> 가 낭독과 노래로 울려 퍼지며 도쿄의 밤을 별처럼 수놓았다.
이번 음악회는 재일 조선족 2세들의 성장과 다문화적 역량을 엿볼 수 있는 무대로도 빛났다. 도쿄샘물학교 학생 학부모 차세대 코라보 댄스 무대 <나팔바지> 는 발랄한 에너지로 큰 박수를 받았고, 우끼마동네 시온교회 합창단은 <은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등을 불러 공동체의 따뜻한 사랑과 희망을 전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동경샘물학교 학생들과 학부모 등 3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선보인 무대였다. 이들은 지브리 애니메이션 주제가 ‘천공의 성 라퓨타’ <당신을 태우고>를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3개 언어로 불러 큰 감동을 주었고, 일본 사회에서 성장하는 조선족 2세들의 밝은 미래와 화합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안나무용교실의 댄스와 현성해 씨의 <흥아리랑>, GJ그룹 임춘휘 외 7명의 <친구야 안녕>, <소방울소리>, ‘으아리향기’의 정옥송 씨의 <그네 뛰는 처녀>와 <붉은 해 변강 비추네>, 조병철 씨의 <어머니>, <동반자>를 불러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또 NPO법인ACE, 도쿄샘물학교, 천지회, 아이리스 란 국악원의 합동공연으로 유광숙 등 5명의 <먹물 같은 사랑>을 장고춤으로 춰 흥겨움을 더했다.
특히 고향의 정서가 담긴 연변 가요 <종달새 사랑>, <풍구타령>, <어머니>, <소방울소리>, <붉은 해 변강 비추네>, <그네 뛰는 처녀>를 부를 때는 향수를 자극하며 타향살이의 애환을 되새기게 했다.
모든 공연의 대미는 출연진과 객석이 하나 되어 김채화 씨 외 동경조선족동네 단체가 함께 부른 <진또배기> 열창으로 장식되었고, 마지막으로 출연자 전원이 <우정의 노래> 를 합창하며 막을 내렸다.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 허영수 명예회장, 서성일 회장, 발전기금회 김광림 이사장 등 여러 주요 인사가 참석하여 자리를 빛낸 가운데, 사회자는 "서로 다른 색을 가진 우리가 음악으로 하나 되어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며 "다가오는 병오년 새해에도 화합의 멜로디가 계속되기를 기대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2025년 송년음악회를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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